시평-무엇을 위한 전국한의사대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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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무엇을 위한 전국한의사대회인가?
  • 승인 2011.12.08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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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욱승

장욱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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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대선 대비 한의약 정책 공약 준비를 제안하며-

 

한해를 마무리하는 연말연시에 한의계의 악재가 터지고 말았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11월 24일 김남수(96세)씨에 대한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한다는 결정을 내린 것은 정말 한국 한의계가 이제껏 겪지 못한 큰 시련으로 기억될 것이다. 법원이 한방관련 치료의 전문성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은 대표적 사례로 앞으로도 계속 남게 될 것이며,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없으면 한의사의 위치는 ‘풍전등화’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이런 와중에 대한한의사협회가 전국한의사대회를 내년 2월에 개최하겠다고 발표했다. 처음에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궐기대회도 아니고 축제 비슷한 형태였기 때문이다. 시기도 당장 12월도 아니고 2월이라니 뭔가 어정쩡하다.

결국 한의협의 발표를 뜯어보면 ‘세를 과시’한다는 건데, 거기까지 동의한다고 쳐도 세를 과시하는 목표가 명확하지 않다면 돈 낭비, 시간 낭비가 될 수밖에 없다.

내년 총선과 대선은 우리나라의 미래로 보나 한의계의 미래로 보나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국한의사대회로 인해서 소모적인 논쟁을 하지 말고, 총선·대선 관련 한의계 관련 공약을 준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길게 보면 92년도 한약분쟁 때부터 과거 한의계가 주장했던 내용들은 한의약육성법과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을 끝으로 거의 완성되었다. 그 당시 주장했던 이유와 실제 추진되었던 상황과 한계 등을 다시 살펴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짧게는 2007년 대선 당시 대한한의사협회에서 제시했던 공약집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2007년 각 대선캠프에 전달한 정책 공약집이 분명 존재할 것이고, 그중 도달한 목표가 있었는지, 현재 한의계의 현실과 맞는지 다시 한 번 점검해야 한다. 불행하게도 2002년 대선도 그랬고, 2007년 대선 때 한의계의 공약집은 한의사인 필자가 봐도 부실해 보였고, 정책입안자가 봐서 선명하게 그려지는 그림이 없었다.

2000년 이후 11년을 되돌아보면 한의계의 구체적인 목표가 설정된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을 되돌아 볼 시점이다. 한의사 공중보건의사, 국립대 한의대 설치, 한의학연구원 설립 등 90년대에 주장된 내용이 하나하나 이루어질 때마다 2000년대를 관통할 요구사항이나 핵심정책이 없었다.

한의사 숫자는 2~3배로 늘었는데 정책을 제시하거나 법률을 만들 역량이 부족해 진 것인가? 물론 예전에는 좀 더 외형적인 성장을 말했다면, 지금은 세부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좀 더 전문적이고 구체적인 자료를 필요로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이 한의협이 큰 밑그림을 그리지 않고 한의사대회 같은 형식을 취한다면 무슨 세를 과시하고 한의계에 무슨 도움이 될 것인가?

한의사 2~3만 명이 배출되었을 때의 정책, 각종 FTA가 성립한 이후 복지정책이나 공공의료강화에 좀 더 힘이 실릴 때 한의계가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한 대책, 더불어 이번 김남수 건과 같은 일을 대비한 법률정비 모두 절실한 사안이다.

한의사들이 제도나 법률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기 때문에 전문가들을 모아 내년 총선·대선 공약을 제대로 만들어 내야한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한의사들의 현실을 파악하고 한의사들이 생각하는 대선 공약도 점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대규모 설문조사나 연구가 절실한 대목이다.

남은 몇 달이라도 몇 가지 정책이 선별되고 이것을 달성하기 위한 계획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자리로서 전국한의사대회를 활용한다면, ‘세를 과시’한다는 원래 목표에 그나마 부합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야말로 모든 한의사들이 수긍할 수 있고 국민들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정부에서도 실현가능한 정책을 다시 만들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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