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의 밥상(5)-서울 강남할아버지한의원 조연상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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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의 밥상(5)-서울 강남할아버지한의원 조연상 원장
  • 승인 2011.11.2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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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기자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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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의 기미에 맞는 음식을 먹는다

“음식의 기미를 모르고서는 섭생 지도 불가”

‘한의사의 밥상’에 소개할 한의사를 찾던 중 우연히 「밥상 위의 한의학」(7면 신간안내 참조)이란 책을 발견했다. 서점에 ‘잠깐’ 책을 보러갔던 기자는 책을 읽다가 손에서 놓을 줄 몰랐다.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들이 내 몸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고 있었다는 걸 새삼 깨달은 것이다. 내 몸에 대한 무지, 음식에 대한 무지가 내 몸을 아프게 했다는 걸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어려운 한의학 용어 대신 쉬운 단어를 선택한 저자의 배려도 맘에 들었다.

조연상 원장(57·강남 할아버지 한의원)은 일반 사람들에게 올바른 섭생법에 대해서 알려주고 싶었다고 한다. 또 음식재료의 유통시장은 이미 세계화되었는데 최근에 수입된 음식재료에 대한 기미에 대해 한의학계 내에서 언급이 없던 점도 조 원장으로 하여금 책을 쓰게 만들었다.

“임상에서 음식의 기미를 모르고서는 환자의 섭생을 지도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우선 한의사 동료들에게 기미를 말하고 싶었죠. 기미는 다른 말로 표현하면 복합성분의 작용을 말하는데 체육계나 식품영양학계에서는 복합성분이 인체에 미치는 연구를 한의학 문헌을 참고해서 이미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작 한의학계에서는 이에 대한 연구가 없었어요.”

또 각종 매체에서 한의사가 나와서 음식에 대한 기미를 말하지 않고 엉뚱하게 식품영양사가 성분분석하는 것을 볼 때마다 답답함을 느꼈다고 한다. 밥상 위에서 자주 접하는 음식재료에 대한 기미가 소상히 써 있어 평소 직접 음식을 만들기도 하는지 궁금 했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 식구들을 위해서 제가 직접 아침을 준비해요. 국밥은 어려워서 주로 개떡 샐러드 샌드위치 혹은 직접 밀가루를 반죽해서 피자를 만들어줘요. 아이들도 제가 만든 피자가 제일 부드럽고 좋다고 해요. 아이들의 몸 기미를 알기 때문에 그날그날 음식재료는 골라서 만듭니다. 물론 인공조미료는 일체 쓰지 않고요.”

조 원장은 특별히 즐겨 먹는 음식도 없고 가리는 음식도 없다. 가장 편한 식단이 무나 배추 싹을 넣은 된장국에 노르스름하게 구은 조기, 흰쌀밥, 기름 바르지 않고 구은 김, 조금 신 김치 등이라고 했다. 또 단순한 화덕피자나 밀가루개떡 등도 좋아하는데, 한열의 기미가 평하거나 시원하면서 약간의 발산기가 있는 음식 등을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몸이 예민해서 같은 음식을 연거푸 먹지는 못한다고 했다.

“아무리 맛이 있어도 연이어 먹으면 우선 먹기 싫고 그래도 억지로 먹으면 바로 탈이 나기 때문이에요. 같은 음식을 연이어 먹으면 그 음식의 기미가 제 몸에 넘치니 이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설사 등을 하게 되는 것이죠. 제 체질은 기의 속도는 빠르고 기의 양은 적고 기의 세기는 강해서 기미가 넘치면 쉽게 밖으로 배설하여 큰 병은 없어요. 하지만 기의 양이 적어서 오래 버틸 수 있는 체력은 모자랍니다. 그래서 수렴기운이 강한 육류나 대추 감 콩 연근 토란 고구마 무화과 인공조미료 등은 많이 먹지 못해요.”

건강을 위한 특별한 섭생 노하우가 있냐고 물었다.
“저는 몸에서 뭔가 모자람이 느껴지면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저절로 식단을 고르게 되거나 운동이나 숯가마를 찾게 돼요. 예컨대 대변이 안 나오고 속열이 나면 홍탁이나 묵은지를 찾게 되고 몸이 왠지 으슬하면서 찌뿌듯하면 순대국에 들깨를 많이 넣고 땀을 내요. 만일 순대국에 조미료가 많이 들어가면 다음날 설사하면서도 몸은 개운해집니다. 이런 경우 다음 날 쉴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운동을 해요.”

요즘 같은 겨울철, 나이가 들어서인지 예전에 비해 더 추위를 느낀다는 조 원장은 폐가 약해서 찬바람을 조심하는데 호흡기와 머리에 무장을 단단히 하는 편이다.

“겨울은 바깥의 기운이 차가워지는 것인데 저 같은 경우에는 일단 찬 기미의 음식 즉, 동치미국물이나 백김치를 지나치게 많이 먹는 것은 피해요. 왜냐하면 찬 식혜, 수박, 멜론, 오이, 참외, 딸기, 키위 등을 먹게 되면 바로 목이 가라앉아버리거든요. 대신 어깨나 등이 스산하게 느껴지면 연한 아메리카노나 핫초코를 마시고 가끔 속도 허하고 좀 찬 기운이 들면 삼계탕을 먹어요.”

이쯤되면 조 원장이 진료실에서는 어떤 한의사일지 궁금할 법도 하다. 그는 환자들을 진료할 때 환자들이 스스로 말하는 증상과 환자들이 인식하지 못했던 진단결과에 대해 정리를 해준다. 그래서 그러한 병증이 나타나게 된 원인을 타고난 체질이나 환경적인 요인에 대해서 그 사람의 교육수준에 맞추어 인식할 수 있도록 말해주는데, 그러면 무엇을 어떻게 치료해주어야 하는지 환자들 스스로가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보통 만성질환은 한방처방으로 얼마만큼 호전되는지 환자가 알기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에요. 분명히 한방처방을 받으면 몸이 변하게 됩니다. 바로 이 부분에 대해서 몸의 어디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설명해주면 그 다음부터는 환자 스스로 병증의 호전인지 악화인지를 진단 할 수가 있게 돼요. 그리고 이 객관적인 변화를 야기시키는 음식과 섭생에 대해서 스스로 알 수 있도록 그 사람에게 맞는 음식의 약성을 설명해 줍니다. 실제로 물 많이 마시지 말라는 섭생법에 대해서 적잖은 사람들이 처음에는 이해를 못하는데, 물을 마시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환자 스스로 깨우치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음식의 기미가 얼마나 중요한지 스스로 알게 되는 것이지요.”

조 원장은 먹거리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중요성에 대해 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작년에 미국의 한 의대에서 ‘당신은 당신 아버지가 먹는 음식으로 만들어진다’ 라는 보고서가 여러 언론의 주요 제목으로 보도된 적이 있어요. 즉 우리가 먹는 음식에 따라 우리 유전인자가 변형이 된다는 것을 밝혀낸 거죠. 유전학도 진화하고 있는데 이는 형질도 유전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고 동시에 음식이 형질을 변형시킨다는 거예요. 이 말은 우리가 먹는 음식의 기미가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이 대를 이어서도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그는 이런 부분에서 더욱 힘주어 강조해야할 사람들은 다름 아닌 한의사들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이 변하니 식품이나 환경이 자연적이든 인위적이든 많은 변화가 올 수밖에 없잖아요. 하지만 거기에 대응하는 방법이 분석적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기미로 보면 오히려 간단합니다.”

조 원장은 또 “이렇게 외산 음식과 독소들이 우리 몸에 들어와 이 시간에도 우리 몸과 몸에서 나오는 성격을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다”며 “이 변화를 바르게 이해하고 바람직한 변화로 이끌어가게끔 누군가가 해주어야 하는데 업종으로 보아 한의사들이 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이제 한의사들도 수가 적지 않은 만큼 이런 분야에서도 연구단체를 만들어 국민들한테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연상 원장의 샌드위치 조리법

1. 비교적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는 빵집에서 가장 단순한 식빵을 구입한다.

*tip 단순한 식빵일수록 각종 인공화합물이 적게 들어가기 때문이다.

2.요리 전에 오븐에 한번 구워서 약간 노르스름한 기운이 돌게 한다.
*tip 열을 가하면 탁기가 빠지기도 하고, 습을 말리는 효과도 있다.

3. 빵 사이에 믿을 만한 생산자가 만든 치즈, 딸기쨈, 조금 시큼한 동치미 무, 때로는 오이지 등을 넣는다.
*tip 쨈은 단맛을 내기 위해, 치즈는 정분을 튼실하게 하면서도 동시에 발효식품이다. 신 동치미나 오이지 역시 조금 짜고 발효된 것이므로 기분을 강화시키니 소화가 편하다.

4. 대학생 딸은 정분(영양)을 고려하여 수제햄을 추가했고, 젊어서 소화문제는 없지만 선택으로 고추 저림을 곁들였다. 아내는 폐기가 약해 습이 잘 체하는 체질이라 좀 더 기분이 강화된 고추 저림을 더 많게 하고 파김치를 더 넣었다.

5. 샐러드에 넣을 과일은 그날그날 냉장고에 있는 것으로 하되 찬 기미의 과일과 따뜻한 기미의 과일을 동시에 넣는다. 삶은 달걀은 과일의 조금 예리한 발산기운을(모든 과일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껍질 부위에는 약간의 강한 기운을 갖고 있다) 부드럽게 해주기도 하고 달걀자체가 영양을 돋우기도 한다.

6. 샐러드의 드레싱은 생야채나 생과일의 예리한 발산기운을(옛 사람들은 이를 ‘야채독’이라고 불렀다) 수렴할 수 있는 것, 예컨대 오리엔탈 드레싱 혹은 집에서 우유나 야쿠르트에 오이지나 고추저림국물 등을 조금 타서 때로는 깨소금도 뿌려서 그때그때 만들어서 뿌려준다.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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