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연구중심병원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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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연구중심병원을 아시나요?
  • 승인 2011.11.10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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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효

김재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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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2006년부터 추진했던 혁신형 연구중심병원 육성사업을 떠올려 본다. 2007년에 첫 삽으로 서울대병원과 현대아산병원이 혁신형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돼 연간 40억 원씩 5년간 지원받았다. 당시 해당병원의 규모를 볼 때(연간 진료비 : 아산병원 약 4천195억 원, 서울대병원 약 2천748억 원) 지원규모가 크지 않은 이 사업에 국내 빅 5병원에 속한 이들이 연구중심병원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 사업이 시작된 지 5년이 되는 올해 10월 복지부는 ‘보건의료기술진흥법’ 개정안의 2012년 시행을 앞두고 입법예고하였다. 한의사회에서 이 법안 내용과 성격에 낯설고 우리의 일이 아니라 생각하는 이가 대다수이지 않을까. 그런데 전문가 의견에 따르면 ‘보건의료기술진흥법’ 개정안은 한국 의료계의 구조를 완전히 바꾸게 될 메가톤급 법안이라 한다. 법안의 핵심은 진료중심 병원을 연구중심 병원으로 전환하는 것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연구중심 병원의 추구는 이상적인 모습일 것이다. 현재까지 구체화된 ‘연구중심병원’의 내면에는 병원의 새로운 수익창출이라는 목적이 깔려있다. 연구중심병원은 진료수입에 의존했던 병원의 수익채널을 다양화하고, 특히 병원만이 생산해 낼 수 있는 연구결과를 직접 산업화로 연결해 진료수익보다 막대한 이익을 창출할 것이란 점이다. 이는 이미 미국 등 선진국의 유수한 의과대학 및 병원이 연구중심병원을 통해 성공했던 케이스와 같은 방향인 것이다.

이와 같은 연구중심병원은 단순히 병원 스스로의 생존 자구책을 넘어, HT(health technology)산업이 정부가 추진하는 차세대 국가전략산업이 될 것이라는 강력한 믿음과도 맥락이 일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현 정부는 앞으로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될 13개 병원과 52개 유닛에 2012년부터 2023년까지 약 2조 4천억원을 순차적으로 지원할 것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국내 빅5 대형병원을 비롯한 종합병원들은 연구중심병원으로 개편될 국내 의료서비스 시장에서 생존을 위한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되고 있다.

사실 ‘보건의료기술진흥법’은 치과병원 및 한방병원을 포함해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 전문병원 중 연구역량이 뛰어난 병원을 연구중심병원으로 지정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 ‘연구중심병원심의위원회’가 구성돼 앞으로 연구중심병원의 지정 및 재지정에 관한 상항을 결정하게 된다.

법안 내용만을 놓고 본다면 향후 한방병원도 연구중심병원으로 도약할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연구중심병원은 2009년 국내 빅5병원들과 주요 병원 핵심인사들이 중심이 돼 병원의 차세대 먹을거리 산업을 논의하면서 본격화되었고, 이는 곧바로 복지부를 통해 연구중심병원의 육성 TF팀 구성으로 이어지면서 현재까지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실제 예산이 한방병원에도 수혜 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연구중심병원이 한방의료서비스와 산업에 미칠 파급효과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한방의료서비스의 열세와 연구중심병원으로 나아갈 R&D 및 산업화 전략 등이 취약하다는 평가는 십여 년 전부터 들어온 고질병과도 같지만, 지금부터라도 꿈을 만들고 전략을 짜야한다.

그나마 부산대 한의전을 비롯해 대구한의대 대전대 경희대 등이 최근까지 연구중심병원과 관련한 관심을 표명한 것을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각개전투처럼 산발적으로 연구중심병원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하는 상황에서 이들이 그 방향으로 나아가기는 무척 어려워 보인다. 왜냐하면 이번 법안엔 허가 없이 연구중심병원의 명칭 또는 유사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의계가 나아갈 방향은 무엇일까? 올해 한의학육성법 개정에 따른 한의약의 정의와 범주화가 확장되면서, 한의학 정의 및 개념을 재정립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하였다. 이를 위해 ‘한방의료의 현안과제 관련 협회-학회 TF’가 구성되었고, 한의학에 대한 정의를 재정립한다는 것은 단순히 개념을 바꾼다는 차원이 아니라 앞으로 한의학이 나아갈 방향을 정립하여 한의학 교육의 목표, 과정 등 모든 것에 영향을 줄 것임을 언급하였다.

2009년 연구중심병원의 육성 TF팀을 통해 작금의 의료시스템 전체에 큰 변화를 이끌어낸 것과 마찬가지로 2011년 범한의계 차원의 TF팀은 단지 한의학의 정의와 범주를 정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한방의료서비스와 새로운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혁신적 발상을 만들어내고 국내외 의료서비스와 산업 속에 투영될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점에서 연구중심병원은 치열하게 경쟁하고 변화하는 의료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면서 한의계가 갖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를 푸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연구중심병원을 명분으로 한의학이 나아갈 방향을 정립하면서 한의학 교육과 의료 모두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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