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한의학연구원 최승훈 신임 원장과의 특별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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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한의학연구원 최승훈 신임 원장과의 특별토론회
  • 승인 2011.10.06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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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주 기자

신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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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미래포럼 제 34차 토론회 개최

 "국민과 한의사 요구사항부터 파악해야 한다"

포럼 만들어 모니터링하고, 오피니언 리더 역할해야

한의학미래포럼(대표 백은경)은 제34차 토론회로 지난 9월 30일‘한국한의학연구원 최승훈 신임 원장과의 특별토론회’를 마련했다

 

1994년 설립 이후 올해로 17주년을 맞는 한국한의학연구원은 국내 과학기술분야 연구개발에서 한의학의 영역을 과학적으로 구축하고 있는 만큼 한의계에서의 기대는 남다르다. 특히 그동안 다학제 연구인력과 최첨단 연구장비 등의 인프라를 갖추었다면 이제는 한의학연구원의 우수한 연구실적이 가시화되는 단계로 끌어올려야한다는 차원에서 기대가 크다.

이에 한의학미래포럼(대표 백은경)은 제34차 토론회로 지난 9월 30일‘한국한의학연구원 최승훈 신임 원장과의 특별토론회’를 마련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백은경 대표의 사회로 최승훈(한국한의학연구원 원장), 방옥선(한국한의학연구원 선임연구본부장), 현병환(한국생명공학연구원 생명공학연구센터장), 최문석(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 이진욱(참의료실천연대 회장) 씨 등이 참석해 한국한의학연구원의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했다.

▲ 일시 = 9월 30일 오후 8시

▲ 장소 = 서울역 글로리 강의실

 

 

백은경 대표

 백은경(사회) : 한국한의학연구원(이하 한의학연)의 17년 역사를 돌이켜보면 그동안 수많은 연구가 진행됐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연구들 중 사회적 혹은 경제적으로 큰 영향을 주었던 연구성과는 무엇인가?

방옥선 본부장

 방옥선 : 한의학연의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다. 설립 초기에는 더욱 그러했고, 최근 몇 년에 들어서야 성장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사회에 기여할 만큼의 큰 연구는 아직 없다. 하지만 그동안 한의계를 대표할 수 있는 연구단체로서 침이나 한약 등에 대한 임상연구 및 근거를 찾아가는 작업을 진행해왔으며, 이와 관련해 연구내용을 정리한 논문을 꾸준히 발표해왔다. 즉 그동안은 연구실적을 가시화하기 위해 하나하나 데이터를 축적해온 과정이었고, 더불어 표준화에 대한 기반을 다져온 준비과정 단계라고 보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백은경 : 최승훈 원장께서는 ‘한의학연은 이런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라는 개인적인 생각도 있을텐데, 취임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한 달여간 실제 연구원의 실정을 보면서 ‘생각했던 것과 비슷한 방향으로 가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인적구성에 맞춰 그대로 굴러가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는지 알고 싶다.  

최승훈 원장

"연구원은 진단에 대한 과학적근거 마련해 달라 "

연구방향콘트롤 역할 취약해 과제 선정에 문제

 최승훈 : 한의약과 관련된 국가현안과제를 해결하는 것과 한의약 관련 기술 및 산업연구 등이 한의학연에 주어진 역할이라 생각한다. 올해로 17년째를 맞는 한의학연은 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설립 초기 10년여 동안은 연구기관이라고 볼 수 없는 수준으로 미흡했고, 2004년 이후부터 겨우 양적 성장이 시작됐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사실 그동안 한의학연은 공식적인 비전에 따르기 보다는 내부 연구자들이 선호하는 연구로 진행되었고, 그렇다보니 연구원의 방향 컨트롤이 다소 미흡하지 않았나 싶다.

연구자들의 역할에 있어서도 중복되는 부분도 많고, 한편으로는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소화를 못하는 경우도 있다. 원장으로 취임하기 전부터 그런 모습을 보고 들어왔기 때문에, 3년 임기 동안은 그 부분에 있어 중복되는 부분은 정리하고 부족한 부분은 채움으로써 개선하고자 한다.

백은경 : 한의학연에서 지향하는 것 중 우선순위 및 비중은 어디에 둘 생각인가?

최승훈 : 그동안 원천기술 개발을 등한시해 왔다면, 그 부분에 좀더 노력할 것이다. 경락, 어혈, 미병 등 우리 고유의 한의학 개념을 규명하여 의과학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연구에 힘쓸 것이다. 또한 안전하고 복용이 편리한 한약개발 등 한약제제 핵심기술을 개발하는데 집중할 것이며, 「동의보감」의 현대과학적 재해석을 통한 「신동의보감」을 발간하고 한의학 임상근거 확보를 통한 우선순위 질환 임상가이드라인 발간 등 한의기술 인프라 구축에도 큰 비중을 둘 계획이다.

백은경 : 한의학연에는 한의사도 있고 타 분야의 연구자들도 많다. 외부인의 입장에서 볼 때에는 ‘과연 이들이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협력하고 있는가?’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왜냐하면 각 부문 간의 용어에도 차이가 있을 수 있고, 각자의 주장이 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인가?  

헌병환 센터장

 현병환 : 제일 먼저 해야 할 부분은 ‘교육시스템’이다.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같은 단어 같은 용어를 쓰면서 목표를 수행,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즉 각 부문별로 나뉘어 있더라도 한 목표를 수행할 때는 공통적으로 쓸 수 있는 툴을 이용해 한 곳으로 방향이 모일 수 있도록 내부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이는 적어도 1년에 100시간 이상은 요구된다.  

이진욱 회장

 이진욱 : 얼마 전 의사들이 한의학연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는데, 그 내용을 보면 매년 300억원의 국가지원을 받고 그 외에도 다양한 외부과제를 따오는데 그렇게 지원을 많이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실제 결과물은 많지 않다고 얘기한다. 그게 사실인가?

최승훈 : 8월 22일에 취임했는데 그 다음날 감사원의 감사가 나왔다. 정확히 말하자면 감사라기 보다는 민원에 대한 확인이었다. 실제로 그 민원을 제기한 단체는 한의학연에 대한 정확하지 않은 자료들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럼에도 한의학연에 대한 문제를 상당히 비판적인 시각에서 해석 하고 있었기 때문에 감사원에서도 그 내용을 바로 마무리 지었다.

과연 그렇다면 한의학연의 성과가 정말 약한가? 타 연구원과 비교해 직접 확인해 봤는데, 일인당 연구논문 수는 한의학연이 가장 많았다. 그 내용으로 판단해본다면 전략적으로는 한의학연이 생산성이 떨어지거나 수준 낮은 집단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즉,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비판을 받을 만큼 수준이 떨어지는 기관은 아니다. 다만 연구원 내부에서 방향을 잡아주고 교통정리를 해주는 역할이 취약했기 때문에 실제 연구자들도 자기 눈 앞에 보이는 연구에만 매진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진욱 : 현재의 연구원들이 원장의 비전을 이루는데 큰 힘이 될 것으로 생각되나? 그게 아니라면 비전을 이루는 데 있어서 마음이 더 잘 맞는 인력으로 쇄신할 계획인가?

최승훈 : 한 사람도 내 보낼 수는 없을 것 같다. 인적쇄신을 하는 것보다는 지금 있는 인력의 특징을 잘 파악해 이들이 어떻게 자리매김할지, 또 어떠한 역할을 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 봐야할 문제인 것 같다.

구성원들을 보건데, 그들이 스스로 자신은 누구인가와 뭘 해야하느냐에 대한 사명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들었다. 하지만 한의학연의 비전과 목표를 구성원들 스스로도 자기화하고 실현시켜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 즉 진정성과 그것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지휘자의 몫인것 같다.

연구원 내 시니어 그룹 중에서는 연구트레이닝을 받지 못한 이들이 간혹 있는 것 같다. 경력이 쌓일수록 책임감은 늘어나지만 연구에 대한 기본훈련이 안되어 있어 시행착오가 발생하는 것 같다. 하지만 30대 후반의 선임 그룹은 훈련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한의학연의 미래는 밝다고 본다. 요즈음 시니어 그룹을 마주하면 ‘내려놓자’고 설득한다. 즉, 과제에 있어서 더 잘 할 수 있는 그룹에게 기회를 주고 시니어 그룹은 그들이 잘 할 수 있는 또 다른 역할을 해보라는 것이다. 이러한 설득작업과 인사이동이 차차 진행되면 연구를 하는데 있어 한의학연의 시스템도 잘 돌아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백은경 : 실제 국민들 혹은 한의사들이 한의학연에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설문조사 등의 방식으로 구체적으로 검토한 적이 있는가?

방옥선 : 공식적으로 연구원에 무엇을 바라는 지에 대해 질문을 한 적은 아직까지는 없었다. 다만 한의협을 통해서 한의사들이 원하는 점들에 대해 자문을 구한 적은 있다.

백은경 : 그렇다면 한의협과 한의학연과는 서로 어떠한 도움을 줘야한다고 생각하나?  

최문석 부회장

 

리더의 비전제시→ 조직침투 → 외부확산 → 성과물로 이어져야

「신 동의보감」, 「임상가이드라인」 등 한의기술 인프라 구축할터

최문석 : 한의협 회원들, 즉 한의사들의 첫 번째 바람은 진단에 대한 근거를 마련해주는 것이다. 그에 대한 진행과제 및 앞으로도 가시적 성과들이 나올 것이라 생각되는데, 그 결과가 임상에 도움이 되는 연구이길 바라는 것이다.

특히 과학적 근거마련에 있어서의 노력은 한의계 모두가 노력해야겠지만 협회가 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 학교에서 하는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한의학연이 적극적으로 나서 연구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불어 연구진행과정에서 학교와의 연계, 민간의료기관과의 연계, 로컬한의원과의 연계 등 협력시스템도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연구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임상으로도 연결되는 것이 발전적인 방향이라 생각된다.

백은경 : 그동안 실제 논문이 나온 것들을 보면 임상에서 쓸 수 없는 연구결과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외부에서는 연구원이 뭘 하고 있는지 잘 모를뿐더러, 잘 돌아가는지 평가할 수도 없다. 따라서 연구원 외에 평가기관이 따로 있어야 하지 않나?

헌병환 : 밖에서 평가할 권리는 없다고 본다. 외부 간섭이 심하면 연구원은 프라이드가 없어질 뿐 더러 위축되기 쉽다. 그 보다는 연구원 내에 연구자들이 예산을 확보하는 것을 도와주고, 가이드를 해주는 역할의 정책센터를 만들어 연구계획이 제때 시행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전문영역으로 키워야 한다. 즉, 국가과제에 대한 전략, 전술 등을 포괄해서 방향을 잡아주며, 원장이 바뀌고 공무원이 자주 바뀌더라도 모든 정보를 파악하고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이다.

다시 말하자면 뭔가 문제가 있다면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해봐야지 감시하는 것은 생산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꼭 평가기관의 역할 뿐 아니라 한의계 전체를 보더라도 한의계 위기에 대해 생각해 볼 때 출연연은 이런 것을 해야 하고, 교수들은 또 이런 것, 로컬은 이런 것을 해야 한다고 각각 분담해서 그것만 할 게 아니라 모두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봐야 할 문제인 것 같다.

또한 한의학연 자체 포럼을 만들어 한 달에 한 번씩이라도 정기적으로 토론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토론을 통한 지식교류를 통해 R&D 기능과 인프라구축에 대해 발전적 방향을 이끌 수 있는 한의학 오피니언 리더가 되어야 한다.

이진욱 : 그렇다면 잘 돌아간다, 안돌아간다는 것은 어떤 기준에서 평가해야 하는가?

현병환 : 우선 리더의 비전이 강력하게 제시되어야 하고, 리더의 비전이 조직적으로 침투되어 있어야 한다. 그 다음으로는 그 비전이 외부확산으로 설득력을 얻어야 하며, 마지막 단계에서는 기회 획득 및 연구결과, 논문 등으로 성과가 나와야 한다. 그 과정들이 강력하게 추진된다면 주위 사람들은 다 느낄 수 있다. 이는 한의학연만의 문제라고 보기보다는 강력한 매니지먼트의 문제인 것이다.

백은경 : 이 자리를 계기로 한의학연의 비전이 내부에 녹아들어 앞으로 좋은 결과가 도출되길 바란다.

 

정리 = 신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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