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메이커 | 농작물 치료하는 최은주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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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메이커 | 농작물 치료하는 최은주 한의사
  • 승인 2011.09.0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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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병훈 기자

석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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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과 농업의 만남, 건강한 먹거리 생산 병충해 방제와 친환경 농작물 연구에 몰두

 

 

노란 바람개비가 일렬로 서 있다. 반갑다고 머리를 흔든다. 처음 가 본 봉하마을은 그런 곳이었다. 방문객 누구나 환영받는 곳. 늦더위가 한창인 날, 그 곳에서 최은주(47) 한의사를 만났다. 한의원을 운영하다가 전문 농사꾼으로 직업을 바꾸고, 뜨거운 태양빛 아래서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병충해 방제에 여념이 없던 그녀는 기자를 환한 미소로 반겨주었다.

꽃을 피우기 위해 황무지에 뛰어들다

최은주 씨는 성격상 한의사와는 잘 맞지 않았다고 한다. 한의원을 운영하면서 환자에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단다. 그래서 그녀는 결국 큰 결심을 하고 2월초, 모든 것을 정리하고 지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봉하마을로 오게 되었다. 사실 그녀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매주 주말마다 강원도 원주로부터 310km 거리를 직접 운전하여 자원봉사를 하러 봉하마을을 찾았다. “그렇게 1년 반 동안 이 곳에서 친환경농사의 일련의 과정들을 보면서 병충해 방제를 위해 여러 가지 한약을 섞어서 사용한다는 것을 알고, 그 부분에 있어서 한의학을 공부하면서 얻은 지식들이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따라서 바로 한의원을 정리하게 되었고 예상보다 빨리 정착하게 된다. 하지만 농사일이 처음인 그녀에게 그 모든 환경은 힘들었다. “땡볕에서 잡초를 뽑고 삽질, 호미질, 낫질하는 것이 처음엔 힘들었어요. 하지만 식물들 자라는 모습이 너무 신기했습니다. 1년 주기로 황무지였던 땅이 점차 변해가는 모습을 보니 너무 좋았어요.” 농작물이 칼슘이 부족한 것 같다 싶으면 그에 맞는 처방을 한다. 환자에게 처방을 하는 것과 똑같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그 과정에서 한의사가 사람의 병을 치료하듯이 농작물도 약간의 도움만 주면 훨씬 잘 성장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명자로 병충해 방지

그녀는 현재 ‘생태농업연구센터’에서 친환경농사를 위해 병충해 방제 일을 주로 하고 있다. “올해는 농사가 잘 됐다”며, 환한 미소를 띠는 그녀는 물바구미 해충 퇴치로 마을에서는 귀중한 인재로 인정받고 있다. “6월말 쯤 물바구미가 논에 들어왔어요. 이 녀석은 정착을 하게 되면 농약으로도 잡지 못하는 독한 애들입니다. 사실 기존에 친환경 방제약으로 판매하는 제품이 있었는데 가격이 비싸서 부담스러웠어요. 그래서 비슷한 제품을 만들어보자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그녀는 연구를 시작해 결국 방제약을 만들어 뿌리게 된다. 그런데 돈 주고 산 약보다 효과가 더 좋았다. 나중에 계산을 해보니 1천500만원 들어갈 비용을 100만원으로 해결한 것이었다. 말 그대로 대박을 터트렸다. 그녀는 그렇게 개발한 약을 시중에 따로 판매하지 않고 ‘사람 사는 세상’ 사이트(www.knowhow.or.kr) 봉하마을 생태농업 섹션에 제조법을 올려놓았다. 그 외에 여기서 일어나는 영농일지를 꾸준히 올리고 있다. “원가도 저렴하고 제조법도 쉬우니 누구나 배워서 농사일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최 씨는 설명했다. 그렇게 그녀는 욕심 없는 순수하고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그녀는 올 해 결명자를 재배하고 있다. 결명자는 병충해 방제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란다. “과수나무 밑에 결명자를 심으면 병충해를 방지하는데 굉장히 효과가 좋아요. 옆 화단에 있는 나무들이 봄에 진딧물로 인해 죽어가 걱정이었는데, 결명자를 심고 난 후에는 더 이상 진딧물이 나타나지 않더라구요” 물바구미 사건으로 인해 많은 농민들이 병충해 문제가 발생하면 무조건 찾아와서 힘들다는 그녀는 “하지만 이 곳 생활에 너무 만족해요. 제가 공부한 한의학이 헛되지 않았고, 여러 사람들에게 보탬이 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커다란 보람을 느낍니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 플라스틱통 안에는 최은주 씨가 처방·조제한 각종 액체비료가 가득 들어있다.

 

도전하는 자만이 얻으리라

도시 생활에 지친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귀농을 꿈꾸곤 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그녀는 좋은 본보기이며 부러움의 대상이다. 그러나 그녀는 경고한다. “보통 40∼50대가 되면 귀농을 시도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실제로 많이 실패합니다. 그 이유는 일단 수입보다 노동력이 더 크기 때문이에요. 친환경농사는 잡초를 일일이 다 손으로 뽑아줘야 하는 것처럼 많은 노동력이 필요합니다. 그에 비해 수입은 적어요. 이 점을 각오하셔야 합니다.” 또한 그녀는 한의대를 나오면 반드시 한의사를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별 연관이 없어 보이는 분야로 진출한 특이한 케이스다. 그녀는 “한의학적 사고라는 것이 여러 분야에서 굉장히 쓸모가 많다고 생각 합니다”라며, “직접 도전하여 다양한 분야에서 시도를 하면 생각한 것 이상으로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녀는 “사실 직업을 바꾸려고 생각할 때 잘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한의사로서의 기본 수입보다 낮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돈에 대한 욕심만 버리면 세상에서 할 일은 많아지고 마음 또한 편안해 집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녀는 한의사로서 환자를 볼 때 보다 현재 공부를 더 많이 한단다. 그도 그럴 것이 병충해와 관련해서는 문외한이었기 때문이다. “살충과 관련된 한약서적은 많이 읽었어요. 요즘엔 비가 많이 오다보니 습기를 제거하는 종류의 약들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짧은 시간에 자리를 잡았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한의학을 전공했던 것이 굉장히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어요. 그리고 저는 원래 이것저것 책에 나와 있지 않은 것들도 응용해서 시도해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이런저런 것들을 시도해보는 과정이 신이 나고 재미있었어요.”

욕심을 버리고 세상을 갖다

봉하마을 연지에는 여러 가지 야생화들이 즐비해서 꽃 이름표가 필요했다. 마침 다음의 한의사 카페인 ‘한의쉼터’에서는 꽃 이름표 200개를 기증했다. 그래서 현재 연지 입구에는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는 한의사들’ 이라는 푯말이 서 있다.

 

 

그녀는 “올해 같은 경우 어려움이 많았지만 농약을 사용한 밭보다 저희가 관리한 밭 상태가 더 좋았어요. 지금까지는 제 자신이 농사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계속 뒷북을 치는 방식 이었다면, 앞으로는 이런 부분들을 보완해 다른 분들께 도움이 되도록 체계적으로 자료를 남길 생각입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분명 한의원 할 때 보다는 수입이 많이 줄었단다. 하지만 인터뷰 내내 그녀는 매우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수입이 많다고 하루에 10끼 먹고 살 것도 아니잖아요. 살아가는데 부족함 없이 살아가면 된 겁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추구하는 것을 향해 나아갈 수 있으면 그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그녀는 편안하고 온화한 표정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모든 것을 다가진 사람의 표정을 지으면서…. “제가 한의쉼터에서 닉네임이 ‘건너가자’에요. 건너가자라는 것은 불교에서 “진실로 건너가서 깨달음을 얻으리라” 라는 뜻입니다. 저는 삶은 한순간 한순간이 죽음으로 건너가는 순간이라고 생각해요. 오늘이 제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 생각하고 가볍고 뜻 깊게 살아가는 것이 제 목표이고 꿈입니다.” 이 길이 ‘처녀 농사꾼’의 길임에는 분명해 보였다.

김해 = 석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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