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韓藥 여행스케치(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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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韓藥 여행스케치(61)
  • 승인 2011.06.0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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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박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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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야마의 한방약, 한곤탄(反魂丹)

번주의 복통을 멎게 한 도야마 한방약의 대명사

일본에서 두 번째로 높은 3015m의 다테야마(立山)산과 수심 1천m가 넘는 도야마(富山)만을 소유한 도야마현. 이곳은 예전부터 일본 한약생산과 유통의 중심지였다. 이 현의 위치는 도쿄 건너편 우리나라 동해 쪽 바닷가에 위치해 있다.

시민들에게 한곤탄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고칸도 한방회사)
도야마현의 다테야마산은 하쿠산(白山), 후지산(富士山)과 함께 일본 국민이 숭배하는 ‘3대 영산(靈山)’에 속하며 여름에도 눈이 쌓여 있어 한국인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산이다.

울창한 산림을 가진 다테야마산의 신앙을 전파하며 일본 전국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오랜 여행의 필수품으로 도야마에서 생산한 쑥, 용담, 황련, 웅담 등의 한약을 상비하였다.

도야마의 2대 번주인 마에다 마사도시(前田正甫)는 약업분야에도 흥미를 갖고 스스로 한약을 제조하였다. 어느 날 에도성에서 중요한 회의가 열렸다. 그런데 회의 도중에 후쿠시마(福島)현의 번주가 복통이 난 것이다. 도야마의 마에다 번주는 마침 가지고 있던 한곤탄(反魂丹)이란 도야마의 한방약을 후쿠시마 번주에게 먹였는데 즉시 복통이 사라졌다. 이때부터 한곤탄 한방약의 약효는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또한 역대 도야마 번주가 한곤탄 주무관청을 운영하는 등 한약육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에 이 같은 도야마 한약은 전국적으로 널리 퍼지게 되었다.

한곤탄 제품
한곤탄에는 용뇌, 사향, 견우자, 지실, 호황련, 황련, 정자(丁子), 황금, 연교, 축사, 진피, 청피, 대황, 웅황, 학슬, 삼릉, 감초, 웅담, 목향, 적소두를 비롯한 23종 한약재가 포함된다.

이 같은 약재를 갈아서 섞으면 모기향을 물에 푼 것처럼 된다. 이대로는 녹아버려서 굳어지지 않기 때문에 밀가루나 메밀가루를 섞어 환으로 만들었다.

처음에는 환약을 만들기 위해서 반죽해서 굳힌 약을 향같이 가는 봉처럼 만들어 자르고 손바닥으로 둥글게 만들었다. 그래서 완성된 환약의 크기나 형태는 일정하지 않았다.

도야마의 한 학자가 부채모양의 환 제조기를 1779년에 발명했다. 이것을 사용하면 반죽해 굳어진 약을 환약 형태로 문지르기만 하면 같은 크기로 약을 만들 수 있어 환약의 신용도를 높여 주었다. 또한 이 환 제조기는 큰 알은 20개, 작은 알은 60개 정도가 한꺼번에 만들어져서 환약 제조의 효율도 함께 높여 주었다. 이렇게 발전한 한곤탄은 현재 일본 한방약의 대표약이 되었다.

에도성 회의 중 후쿠시마 번주가 복통이 나 도야마의 한곤탄을 권하고 있다(가나오카 한약전시관)
도야마 시내 중심가에 있는 일본의 전통 한방약국인 이케다야야스베에쇼유텐(池田屋安兵衛商店)에는 한곤탄 제조기가 설치되어 있어 방문객들은 환 제조 모습을 볼 수 있다.

에도시대 말기의 가나오카(金岡) 약종상 집을 복원한 도야마의 가나오카 한약전시관에는 복통이 난 후쿠시마 번주에게 한곤탄을 권하는 에도성 회의모습이 제작되어 있으며, 도야마 소재 고칸도(廣貫堂) 한방제약회사의 자료관에도 에도성 회의장면과 한곤탄 관련자료가 잘 전시되어 있다.

글·사진 / 박종철(국립순천대학교 한의약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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