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읽기 | 적과의 동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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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기 | 적과의 동침
  • 승인 2011.04.28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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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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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을 배경으로 전하는 웃음과 감동

감독 : 박건용
출연 : 김주혁, 정려원, 변희봉, 유해진, 김상호
1990년대 문화대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대중문화계의 판도를 뒤흔들어 놨던 서태지의 결혼도 아닌 이혼 소송 뉴스에 대한민국이 깜짝 놀랐다.

한 때 사랑했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애증의 관계가 되어버린 모습이 그저 씁쓸할 수밖에 없는데 이보다 더 많은 세월동안 애증의 관계로 소위 밀당(밀고 당기는)을 계속하고 있는 남한과 북한의 모습은 더욱 답답할 뿐이다. 어쩌면 쉽사리 그 관계가 풀리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남북한의 이야기는 남녀의 사랑싸움 이야기처럼 언제나 환영을 받는 소재인가 보다.

이번에 개봉된 <적과의 동침> 또한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마을에 들어온 인민군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마을 주민들의 모습을 통해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그리고 있다. 

한국전쟁으로 온 나라가 난리통이지만 라디오도 잘 나오지 않는 석정리는 평화롭기만 하다. 구장(변희봉)댁의 당찬 손녀딸 설희(정려원)의 혼사 준비로 분주한 동네 사람들 앞에 유학파 엘리트 장교 정웅(김주혁)이 이끄는 인민군 부대가 나타난다. 그런데 이들을 열렬히 환영하는 재춘(유해진)과 두 팔 걷어붙이고 그들을 도와주는 백씨(김상호), 조용하고 인자한 성품의 구장 등 정 많은 마을 사람들 덕분에 인민군들은 점점 무장해제 된다. 그러나 이는 모두 마을의 안전사수를 위한 주민들의 신속하고 빈틈없는 로비작전이었다. 그러나 전세가 불리해지자 인민군 상부에서는 비밀작전을 명령하게 된다.

얼핏 보면 이 영화는 <웰컴 투 동막골>과 비슷한 부분이 많아 보이지만 결코 같은 전개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판타지스러울 수 있는 이야기를 좀 더 현실적으로 다루면서 웃음과 감동 모두를 전해주고 있다. 또한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실제 주민들의 인터뷰를 통해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관객들에게 전해오는 감동의 크기가 여타의 영화들과는 다르다.

<킹콩을 들다>를 통해 사람 냄새나는 영화를 연출했던 박건용 감독의 작품답게 <적과의 동침> 역시 순박한 마을 사람들과 인민군들의 모습을 이데올로기의 관점이 아닌 사람의 관점에서 보여주고 있다. 그로인해 전쟁이 왜 일어났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원치 않은 전쟁으로 인해 피해당한 우리 민족의 아픔을 전하고 있다.

또한 유해진을 비롯한 조연들의 연기가 돋보이는 <적과의 동침>은 웃음과 감동이 적절히 잘 섞여 있어 온 가족들이 보기에 무난하지만 너무나 익숙한 전개와 천안함, 연평도 사건 등으로 인해 북한에 대한 이미지가 예전보다 좋지 않은 시기에 개봉된다는 점 등이 관객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궁금해진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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