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 사회 책무성 키울 한의학 정책 늘어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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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 사회 책무성 키울 한의학 정책 늘어나길
  • 승인 2011.04.1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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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효

김재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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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2차 한의약육성 발전계획’의 시행을 앞두고, 사회 각층 및 한의계의 많은 기대 속에 여러 의견과 제안들을 보면서, R&D를 포함해 각종 한의약 육성사업에 비해 ‘한의약 공공보건의료 역할 강화’라는 주제에는 관심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근대의학이 두각을 나타낸 많은 원인 중 하나는 임상의학으로써 公共財 가치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公共財란 어떠한 경제주체에 의해서 생산이 이뤄지면 구성원 모두가 소비혜택을 누릴 수 있는 재화 또는 서비스를 지칭한다(Wikipedia).

중세부터 싹텄던 공중보건을 근대의학이 중요하게 다루면서 성장하였고, 이후 20세기에 들어서 공중보건이 국제기구(WHO)의 이슈 중 하나가 되면서 근대의학이 전 세계의 주도적인 의료환경을 책임지는 배타적 권리를 가지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19세기 이전 한의학도 전염성 질환 관리를 포함한 공중보건 기능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공공재로서의 가치를 높여 왔다. 출간 400년을 앞둔 「동의보감」 역시 당시 이런 가치와 위상을 갖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근대화 이후 한의학이 차지한 공중보건의 역할은 서양의학과의 경쟁 속에 축소되어 왔고, 한의학은 공중보건 보다는 가정의학에 가깝게 발달해 왔다. 그러다 1990년대부터 사회의 늘어나는 관심과 지원 속에 한의학은 R&D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비약적 발전과 한의계의 숙원사업들(예 : 공중보건의, 군진의학, 국립 한의대 및 정부출연 한의학연구 기관 설립 등)을 달성하였다.

당시 모습의 원인과 결과에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이는 한의학에 대한 공공재로써의 기능을 할 것이라는 사회의 믿음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오늘날 현실은 어떠한 것인가?

1990년대 이후 의료인력 배출 증가로 비대해진 한의사회와 여러 의료단체 간의 경쟁 속에 한의사의 역할이 정체되거나 축소되어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또한 현 상황을 한의사회의 위기로 인식하고 다양한 해법을 찾아가고 있으며, 의료통합이라는 해법까지 등장하고 있다. 현재 제시되고 논의되는 다양한 해법들이  한의사회의 미래를 밝게 할 순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예측도 물론 가능하다.

필자가 바라보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과거부터 지금까지 나타났던 현상과 해석이 아니라 그 과정에 존재했던 핵심에서 답을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한다. 그것은 바로 한의학이 공공재의 중심에서 가치를 평가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공공재의 특징을 공중보건의 역할 강화와 사회 책무성 강화 등에서 찾아 볼 수 있는 것은 아닐까 한다.

그동안 국내에서 의학전문대학원 중심의 의료인력 양성으로 국가의 공중보건 의료인력의 감소가 초래되면서 그 빈자리에 한의학을 중심에 둔 공중보건 의료인력을 크게 늘려 가고 있는 점을 주목한다.

이는 농어촌을 포함한 많은 도시에서 공중보건 한의사의 역할이 크게 늘어나는 효과와 함께 향후 한방 공중보건기능이 강화될 기회를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공공재로써 한의사의 공중보건정책과 역할은 현실에서 안일하고 느긋한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공중보건 한의사들에게 “농어촌과 벽지에서 활동하실 여러분이 한방을 통한 공공의료 확대의 첨병 역할을 해주시길 바란다.”라는 위로와 기대는 존재하지만, 정작 한의사회가 이들의 공공재로써의 역할을 극대화하기 위한 관심과 정책은 미약한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물론 ‘한의약건강증진사업’으로 공공보건사업을 이끌고자 하는 한의사회의 모습은 볼 수 있지만, 결국은 정부에 의존하거나 수동적인 자세 속에 이러한 사업이 표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쉽기만 하다(민족의학신문 2011년 1월 13일자 기사).

이제 제2차 한의약육성 발전계획과 시행이 한의학의 위상과 현 위기를 타결할 기회가 되기를 많은 이들은 희망할 것이다. 그럴수록 공공재로서의 한의학의 모습을 공고히 할 수 있는 한의약 공중보건의료를 크게 키우도록 체계적인 계획과 지원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김재효 /  원광대 한의대 경혈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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