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 원리로 보는 역사와 철학
상태바
서평 - 원리로 보는 역사와 철학
  • 승인 2010.11.18 13: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세영

홍세영

contributor@http://


쉽고 간결하지만, 강렬한 메시지 돋보여

서평 - 원리로 보는 역사와 철학

쉽고 간결하지만, 강렬한 메시지 돋보여
정확한 개념과 원리제공, ‘지도’와 ‘나침반’ 역할

  

이만군 저/ 미크로 간

역사와 철학을 풀어 쓴 책은 많다. 그러나 역사나 철학에 특별히 관심을 갖지 않던 독자를 부드럽게 핵심으로 이끌어주는 책은 드물다. 지나치게 말랑한 책은 알맹이를 요구하는 독자에게 허무감을 주고, 뭔가 있어 보이는 두터운 책은 갈피를 못 잡게 이리저리 끌고 다니기 일쑤다. 감히 말하노니 우리가 역사와 철학으로부터 멀어진 것은 결코 우리 탓만은 아니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정확한 지도와 나침반이다. 지도와 나침반을 제공하지 못하는 역사서나 철학서는 제대로 쓰인 책이라 보기 어렵다. 지도와 나침반은 곧 개념과 원리이다. 지도를 그리고 동서남북을 알려주려면 지역 지리에 밝아야 하고 그러자면 수없이 발품을 팔아야 한다. 저자는 자신이 공부해 온 과정을 후기에서 간략히 서술했다. 그가 걸어온 족적의 일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저자는 과거의 역사와 철학을 서술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당연해 보이는 현상들을 “왜?”라는 질문을 통해 일관된 개념과 원리로 분석하고 있다.
한의사인 저자는 정확한 치료를 위해 망문문절에 입각하듯 세상을 정확히 보기 위해서는 바른 잣대가 필요함을 보여준다. 단군할아버지가 무속신앙으로 전락하고 혁명으로 불붙은 동학이 농민전쟁이나 반란으로 규정되며 종교적 위선으로 덧씌운 서양의 암울한 전통은 오히려 선망받는데, 강력한 중앙집권을 구가하며 조화로운 왕권을 추구한 바 있는 우리의 역사는 낮추고 부끄럽게 여겨왔다.
에릭 홉스봄이 지은 역사 3부작인 혁명의 시대, 제국의 시대, 자본의 시대는 프랑스혁명과 산업혁명 이후의 서양 자본주의 역사를 냉철하게 해석한 역작이다. 그러나 철학의 문제를 깊이 다루지 못했고 내가 건네받은 것이 지도와 나침반인지 모호하게 한다. 서 있는 지점을 정확히 알려주면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답이 나온다. 중언부언하며 에둘러 말하지 않고 간결하게 전달해준다면 금상첨화이다.
이 책은 놀랄 만큼 쉽고 짧다. 四書도 주석을 빼면 짧고 쉬운 글이다. 상세한 근거와 각주를 달려고 마음먹었다면 충분히 가능했겠지만, 쉬운 책을 목표로 하였기에 책이 번다해지는 것을 피하고자 한 것 같다. 책표지가 고급스럽지 않고 편집이 허술하다고 가볍게 볼 일은 아니다. 지네발이 백 개라도 뱀에 못 미치고 닭날개가 거대해도 참새를 못 따른다. 현실과 대입하며 책을 읽다보면 수확 있는 독서가 될 것이다.


홍세영/한국전통의학사연구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