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재 재고량 태부족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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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재 재고량 태부족 비상
  • 승인 2010.11.06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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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기자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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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폭등… 한의원· 소비자 ‘직격탄’
한약재 재고량 태부족 비상
가격 폭등… 한의원· 소비자 ‘직격탄’ 

한약재 가격이 심상치 않다. 한약재 가격이 상승세를 타는 현상은 1~2년 전부터 목격되기 시작됐으나 올해에는 그 상승폭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200%까지 가격이 올랐다고 수입 관련자들은 보고 있다. 대부분의 수입 중국산 한약재들의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했지만 특히 산수유, 작약, 목단피, 백출, 창출, 구기자, 황기 등이 가격 상승세를 끌어가는 품목들이다.

이같은 가격 상승의 원인은 중국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 국내 한약재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중국산 한약재 가격이 여러 가지 요인으로 물량 확보가 쉽지 않자 국내에 들여오는 한약재들의 가격이 동반 상승한 것이다.

중국산 한약재 수입 관련자들의 얘기를 종합해 보면, 중국발 한약재 가격 상승세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먼저 중국인들의 자체 한약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다. 한 국내 수입상의 구매담당자인 A씨는 “작년 신종플루의 영향으로 중국 내 소비자들의 한약재 소비량이 급증했다. 또한 중국의 경기 호황으로 돈이 많아진 신흥 부자들이 건강에 관심이 커져감에 따라 소비량이 늘어난 탓도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한약재 생산업체 대표인 C씨는 “중국 정부가 한방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전체적으로 한약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원재료인 한약재 수요가 늘어나게 된 것”이라며 “예를 들어 고급 한약재인 아교의 경우 1~2년 사이 4배 이상 가격이 폭등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원인는 현지 기상상태에 따른 한약재 생산량 부족이다. 또 다른 국내 한약재 생산업체 대표인 B씨는 “올해 들어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에서도 잦은 자연재해가 일어남에 따라 한약재 작황이 좋지 않았다”고 전했다. 여기에는 노동력 부족으로 인한 자연산 한약재 채취량이 감소하고, 재배면적이 감소하는 등의 이유도 작용한 것으로 지적된다.

무엇보다 한약재 가격 상승의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것은 중국 내 한약재 사업가뿐만 아니라 일반사업가들의 ‘한약재 사재기’다. 앞서 신종플루로 인한 한약재 가격 상승으로 재미를 봤던 투기자본들이 한약재로 눈을 돌리면서 올해는 한약재 매점매석 현상이 더욱 심화됐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국내 수입업자들의 과당 매입경쟁도 큰몫을 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C씨는 “중국 내 한약재 수요 증가가 중국 내 상인들의 매점매석을 더욱 부추기고 있으며 이에 따라 가수요가 늘어나면서 가격 상승폭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과당경쟁으로 가격이 상승하면서 국내에 수입상들에게도 비상이 걸렸다. A씨는 “가격이 높아지면서 한약재 재고물량를 확보하기 위한 자본 조달이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중국 산지 이상기후· 매점매석 등 작용
수입선 다변화 계약재배 적극 모색해야


물량 확보가 쉽지 않은 상태에서 가격이 상승하자 일부에서는 한약재 재고량이 1개월 분량밖에 확보하지 못했다는 얘기도 떠돈다. 더구나 물량을 어느 정도 확보한 큰 업체들 몇몇이 중국산 한약재 공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이들이 물량 공급을 조절할 경우 가격마저도 이들의 장단에 맞추게 되는 상황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약재를 가지고 첩약을 만드는 일선 한의원에도 비상이 걸렸다. 첩약수요가 줄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비급여항목인 첩약매출이 전체 한의원 매출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약재 수급이 원활하지 못한데다 가격마저 폭등하면서 한의원 경영에 큰 타격을 입히고 있는 것이다. 한 한의원 원장은 “첩약 가격은 10년 전과 변함이 없는데 원재료 가격만 상승하게 되면 결국 첩약을 팔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까지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욱 우려감을 키우는 것은 작황 불황 등의 원인이 해소된다 하더라도 예전처럼 가격이 다시 낮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A씨는 “내년 작황이 늘어나고 한약재 공급이 이뤄지는 가을쯤 가격이 안정세를 보일 수는 있으나 그렇다고 예전의 가격을 회복할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이미 어느 정도 가격대가 상승한 현 상태에서 보합세를 보이거나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는 수준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따라 한의계에서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중국 한곳에만 기대고 있는 한약재 수입선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통으로 지적된다. B대표는 “국내 한약재 수급에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약재 공급루트를 중국 일변도로 지속하기엔 앞으로 또다시 닥칠지 모를 리스크에 대응하기가 힘들다. 수입선을 중국외 몽골이나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등 다른 나라로 다변화하거나 직접 한약재를 재배하는 형식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약재를 직접 재배하는 형식은 계약재배다. 다만 아직까지 이런 계약재배가 쉽사리 이뤄지지 못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내 한약재 생산업체들은 대부분 영세한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우리 업체도 계약재배의 형태를 바람직하다고 본다. 일본의 경우는 이미 중국에서 계약재배 형태로 한약재를 공급받고 있다. 그러나 계약재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공급루트를 갖고 있는 거대 업체가 물량과 안정적인 가격을 보장해줘야 계약재배가 가능하다. 일본처럼 큰 제약업체가 끼지 않고서는 이러한 계약재배가 성공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약재 수입업체들의 영세성을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반면 아직 물량이 적긴 하나 중국이 아닌 다른 저개발 국가로 눈을 돌려 한약재 계약재배를 성사시킨 업체도 나타난 것은 반가운 일이다. B대표는 한약재 가격 불안정으로 인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제도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한약재의 수급에 대한 주도권은 시장이 갖고 있다. 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가격이 휘청거리고 있는 것이다. 가격을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는 정부나 한의사협회 등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며 특히 “현재 한약재에 적용되고 있는 중금속 규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중금속 규제가 현재처럼 유지될 경우 한약재 가격 파동현상은 계속될 것이다. 결국 그 피해는 애꿎은 한의사나 소비자가 당할 수밖에 없다”며 당국의 의지를 보여줄 것을 촉구했다.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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