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액계약제 득인가 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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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액계약제 득인가 실인가?
  • 승인 2010.10.2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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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기자

이지연 기자

leejy7685@http://


정보 부족… 유불리 논의조차 힘들어
총액계약제 득인가 실인가? 
정보 부족… 유불리 논의조차 힘들어

최근 수가계약에서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수가계약 체결의 부대조건으로 총액계약제의 도입을 고려해줄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번 수가계약 후 약국은 총액계약제 도입을 단계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치과도 부대조건에 합의했으나 한방의 경우는 부대조건 없이 3.0%의 인상률에 최종 합의했다.

총액계약제가 도입되려면 우선 상대가치 수가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한의학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상대가치 수가제도 개선이란 행위의 세분화 억제, 상대가치 점수의 균형 유지(의과 치과 한방 약국 등 진료부문 간과 전문과목과 행위 등 진료부문 내 상대가치 재산정), 재정 중립 원칙 유지, 환산지수(SGR 모형 및 지수모형)의 조정 등이 필요하다. 한방의 경우 그동안 기존의 상대가치 연구에 포함되지 못했고, 한방의료행위 항목 간 상대가치 점수에 대한 고려나 의과, 치과의 의료행위 항목의 상대가치 점수와의 형평성에 대한 고려 없이 기존 한방의료행위 수가에 양방의 상대가치 연구에서 도출된 환산지수를 적용해 결정돼 불합리한 점이 많았다. 

종별 가산율 또한 양방의료기관의 종별 가산율을 그대로 적용받고 있어 한방의료의 특성이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 의과 및 치과 의료행위의 상대가치와 비교 검토된 적이 없는데도 진찰 등 주요 의료행위에 대한 상대가치는 의과 등과 동일한 수준에 의해 결정됐다는 점 등에서 한의계가 꾸준히 개선을 요구해 왔던 부분이다. 특히 총액계약제 도입에 앞서 이러한 상대가치 체계를 개편하는 것도 중요한 한방보험의 개선과제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총액계약제에 대해서는 아직 대부분의 일선 한의사들이 정보가 부족한 탓에 도입을 해야 이로울 지 아니면 불리할 지에 대해 섣부른 판단을 하기 힘든 상태다. 지역의 A한의사는 “아무런 정보가 없이 개념적인 내용만 알고 있어 막연한 생각만 갖고 있을 뿐 유불리를 따지기가 어렵다”고 털어놨다. 사실 작년 수가협상 때 처음 공단이 들고 나와 이슈가 된 이후로도 총액계약제에 대한 논의는 공단의 입을 통해서만 흘러나왔을 뿐, 한의계 내부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았다. 다만 당시 최방섭 한의협 부회장이 “내부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입장을 정리했을 뿐이다.

실제로 총액계약제와 관련해 내부 연구를 끝마친 연구자료가 있다. 2007년도에 김진현 서울대 약대 교수가 한의협의 의뢰를 받아 내부 연구보고서를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 이후로는 총액계약제와 관련한 연구보고가 있었는지는 확인이 되고 있지 않다.

한의계 보험통이라 불리는 몇몇 인사들 사이에서는 총액계약제에 대해 이견을 보인다. 한의계 인사는 아니지만 김진현 서울대 약대 교수는 올해 초 열린포럼에 참석해 “한방 영역에서 총액계약제를 먼저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이에 따른 다양한 인센티브를 얻는 것이 현재의 낮은 보험재정 비율을 타개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의계에서 총액계약제를 찬성하는 B씨는 “크게 보면 총액을 정해 한방 영역에서 그에 맞춘 예산에 따라 보험재정을 나눈다는 것이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복잡하고 디테일한 부분에서 유불리를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현행 보험수가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높이지 않은 상태에서 총액계약제를 도입하는 것은 실이 더 클 수 있다며 신중론을 편다. C한의사는 “도입 자체를 얘기하기에 앞서 현재 보험급여화가 되는 의료행위들을 재편해 급여를 높이는 등의 연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창호 교수는 “총액계약제를 도입하더라도 총액예산제 하에 행위별수가제를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캡(총액)만 씌우는 모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호 한의협 보험이사는 올해 공단 측이 총액계약제 관련 인센티브(수가인상)를 언급했지만 그 수치는 고려할 만한 수치가 아니었다고 한다. 김경호 보험이사는 “적어도 현재 4%에 머물러 있는 비율에서 2~3배 뛴다면 검토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한의계 내부에서도 총액을 현재 수준의 배 이상 뛴다면 총액계약제를 도입해도 나쁠 것이 없다는 목소리가 있다. 다만 과거의 급여비 추이를 이용해 급여비를 예측한 후 이를 총액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총액을 결정할 경우 현재보다 큰 비율의 상승을 낙관할 수 없다는 점이 맹점으로 꼽힌다. 때문에 한의계 일각에서는 보험재정을 늘리기 위한 방책으로 한약제제의 급여화 확대 및 제제사용 활성화, 제대로 보험청구 하기 등을 캠페인으로 하자는 얘기까지 나온다.

한편 총액계약제 도입으로 인해 달라질 부분 중 하나가 진료비 심사 및 사후 관리의 책임과 권한을 각 의료인단체가 갖는 것이다. 대만의 경우가 그렇다. 이렇게 되면 각 의료인단체가 갖는 파워가 막강해질 수밖에 없다. 일선 한의사들과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B한의사는 “총약계약제 도입 이후 한의협에 진료비 심사권 등이 주어질 경우 일선 한의사들이 이런 부분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는 일”이라고 입장을 피력했다.

B한의사는 “정부가 아마 10년 안에 총액계약제를 전면 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A씨 역시 “정부가 총액계약제를 작년에 들고 나왔으니 이제 단계적으로 수순을 밟아나갈 것”이라며 “전략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우리에게 유리하게도, 불리하게도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총액계약제 도입 여부를 둘러싼 의견은 엇갈리지만 우선 공론화에 붙이는 작업이 필요한 시점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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