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의 적’을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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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의 적’을 경계한다
  • 승인 2010.10.14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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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용혁

강용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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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로- ‘내부의 적’을 경계한다 

최근 한의계에도 속 시원한 홈런포 하나가 터졌다. 바로 주간동아가 집중 보도한 ‘구당 선생 미스터리’다. 인터넷 공간의 젊은 한의사들이 주축을 이룬 ‘참실련’의 공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 그간 협회의 미온적 대처에 이어지던 불만과 질타 대신 이구동성으로 통쾌하다는 반응들이다.

홈런 한방이 쏘아지기까지 물밑 노고를 아끼지 않은 많은 분께 감사하고 빚진 느낌이다. 그러나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고 한다. 아직도 김씨와 관련된 사설학원들은 성업 중이라니 말이다. 야구가 홈런 한방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지 않듯이, 의권 수호 역시 마찬가지다.

김씨 건 외에도 불법의료 문제는 한둘이 아니다. 그러나 문제가 복잡하고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또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이 더 무섭다는 선현들의 가르침도 떠올려야 한다. 김씨 해프닝이 이토록 커지고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던 것은 왜일까. 언론에서 띄워서? 그렇다면 언론에서는 왜 한의사가 아닌 김씨를 띄웠을까. 김씨 건을 지켜보면서 이는 단순히 ‘의료법’만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라고 생각된다. 바로 한의학 신뢰의 위기. 이는 언론이 일부러 몰아가서도 아니다. 또한 양의사들의 악의적 한의학 폄훼에만 모든 책임의 화살을 돌려서도 안된다.

TV에 약장수로 나선 한의사
수준 이하 학문적 논의 수준


예를 들어 동의보감이나 수세보원의 신뢰도가 과연 한의계 외부 요인에 의해서만 훼손되었을까. 아니면, 동의보감을 팔아 홈쇼핑이나 TV에 나와서 만병통치인양 약장수로 나선 한의사들의 책임이 더 클까. 사상의학은 또 어떤가. 연예인이나 유명인을 자기 마음대로 체질을 진단해 떠벌인다. 최소한의 학문적 근거도 없다. 굳이 언론에 출연한 이들만의 문제라 할 수도 없다.

한의사 간의 소통에서도 마찬가지다. 학문적 논의를 이 수준에서 하면서도 부끄러움을 모른다. 의학을 마치 소설처럼 만들어 놓고도 자신은 그렇게 믿는다는 식이다. 사상의학을 삼류 잡지의 로맨스 소설보다도 못한 소재로 전락시켜 놓고도, 과연 사상의학으로 난치병을 치료하겠다는 말이 대국민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

국민은 이런 삽화들을 반복해서 지켜보면서 ‘과연 한의사는 전문교육이 필요한 직업일까’라는 의문마저 들 것이다. 일반인도 그 흔한 가정용 동의보감만 봐도 되는 수준인데, 왜 한의사만 한약이나 침뜸을 독점해야 하느냐 반감도 생길 것이다. 외부의 불법의료 척결도 중요하지만, 정작 `正氣存內 邪不可干‘이라는 한의학 기본을 망각한 것은 아닌지. 스스로 愼獨하지 못하니 불법의료 행위자들이 판치는 것은 아닌지. 한의계 내부의 문제를 외면하고 언제나 외부로만 화살을 돌린다면, 이는 집단적 투사일 뿐 근본적 문제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강용혁/ 마음자리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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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규 2010-10-20 17:55:56
적극 동감합니다. 전문가집단의 자율적 규제가 작동하지 않으면 비전문가집단과 다를게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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