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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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라
  • 승인 2010.10.0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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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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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일상 관심 쏟는 게 먼저
교차로- 병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라 

저는 약 10년 전부터 진료참관을 통해 제 진료실을 개방해 왔습니다. 그래서 많은 한의사가 저희 한의원을 다녀갔습니다. 그 분들과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가장 많이 느낀 점이 이론과 임상의 차이를 충분히 실감하지 못하는 분이 많다는 것입니다.

아주 오래 전 15년을 소화기질환으로 고생한 한 환자를 2개월 정도의 치료기간으로 완치한 적이 있습니다. 임상에서 완치라는 표현이 다소 부담스러운 표현이지만 감히 그리 하는 이유를 이제부터 한 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5년 간 소화장애로 맘 놓고 먹지를 못하던 분이 제 진료실을 찾아왔습니다. 저의 첫 문진은 이랬습니다.

“어르신 밥을 어떻게 드시죠?”
“밥을 우예 묵다니?”
“과식을 하시는지 편식을 하시는지 불규칙적으로 드시는지 급하게 드시는지 등등… 어르신의 식사습관을 여쭤보는 것입니다.”
“내가 이때껏 병원 돌아다녀도 내 밥 우예 묵는지 물어보는 데는 오늘 첨 보네.”
그 어른과 대화를 한 결과 알아낸 것은 그 분은 음식을 너무나 급하게 드시는 분이시라는 것입니다. 혹 치아에 문제가 있어 그러신 것은 아닌지 알아봤지만 그렇지는 않다고 했습니다.
“어르신, 천천히 꼭꼭 씹어 먹을 수 없다면 앞으로도 이 병은 나을 수 없습니다. 딱 사흘만 밥을 천천히 씹어 먹는 연습을 하시고 잘 될 것 같으면 그때 다시 오세요.”

이론과 임상 차이 실감해야
환자일상 관심 쏟는게 먼저


사흘 후 그 분이 다시 오셨습니다.

“내가 마이 노력해꾸마. 밥 묵는기 훨 편해졌어.”

그 분은 저희 한의원과는 멀리 떨어진 타 지역에서 오신 분이라 자주 오시라고는 못하고 1주일에 한 번만 오시라고 하고 약을 지어 드렸습니다. 1달 후 그 분이 제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요새 별명이 소가 돼꾸마.”
“소요? 왜요?”
“평생 습관 된기라 천천히 묵을라카이 잘 안되잖는교. 그래서 목구멍에 넘어갈라는 놈을 내가 다시 웩~하고 붙잡아 올리거든. 그라이 되새김질 한다꼬 내 보고 식구들이 소라 카네. 허허허~.”

2개월 후에는 모든 치료가 완결되고 그 분도 천천히 밥을 드시는 습관이 붙었습니다. 원인을 찾아서 해결하고 병증을 모두 해소했으니 완치라고 해도 되겠죠? 자, 이 환자분의 경우 만약 저보다 침을 더 잘 놓고 약을 더 잘 쓰는 분이 치료하셨다고 한들 식습관을 고치도록 지도하지 않았다면 잘 나았을까요? 제가 효과적인 혈 자리만 찾고 효과적인 약에만 관심을 가졌다면 이 분이 나았을까요?

임상은 환자의 일상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갖느냐가 첫 번째 원칙일 것입니다. 우리는 병이 아니라 환자라는 ‘사람’을 대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김효진/ 살림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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