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보건소 진료기능 축소”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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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보건소 진료기능 축소” 주장
  • 승인 2010.09.10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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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기자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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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계 아직 공론화 시도조차 되지 않아
의협 “보건소 진료기능 축소” 주장
지역 한의원들 경쟁관계 보건소 불만 많아 

1차의료기관의 진료기능까지 업무의 범위에 포함하고 있는 보건소의 역할과 기능이 재정립돼야 한다는 주장이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에서는 같은 주제의 연구과제를 현재 수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보고서가 향후 정부의 보건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지도 중요한 관심 사안이다. 그러나 한의계는 이와 관련해 아직 공론화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의료정책연구소는 지난해 말 ‘보건소의 기능 및 역할 재정립을 위한 연구(연구책임자 배상수 한림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라는 주제의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이 과제는 원래 올해 4월까지 완료되기로 했으나 아직 연구가 진행 중이다. 보고서 완료시점은 10월 중순으로 돼있지만 대략적인 가이드라인은 나와 있다.

이 연구의 추진 배경에서는 “공공의료가 강화되면서 의원급 의료기관과 상호보완·협조관계가 아닌 불공정 경쟁관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한정된 지역 보건예산이 본연의 목적인 지역보건 서비스 역량 강화에 집중되지 못하고 진료기능 강화에 소모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공공보건의료에 대한 개념을 재정리하고, 보건소의 역할과 기능을 재정립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보고서 결과에 대해서도 “의료기관과 공공보건기관 간의 상호 합리적인 기능 및 역할 확립 방안을 제시하여 향후 관련 정책에 대한 기초자료로 활용한다”고 밝히고 있어 연구보고서 결과를 정책에 반영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양의학계에서는 보건소의 기능에 대해 의협과는 조금 방향을 달리하지만 보건소 기능의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최근 제기돼 왔다. 나백주 건양대 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는 “공중보건의사 지도 감독과 보건소 업무를 건강정책과에서 공공의료과로 일괄하여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전체 보건의료 전달체계에서 지역 주민들에게 가장 양질의 진료를 하는 곳으로 보건소 진료기능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석구 충남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보건소의 진료분야의 인력을 건강 증진, 만성병 관리 등 보건사업에 투입할 것”을 제안했다.

이와는 달리 의협에서 주장하고 있는 내용의 가장 큰 핵심은 연구 가이드라인에 나와 있듯, 불필요한 경쟁관계를 해소하기 위한 진료기능 축소 및 예방의학·건강증진 기능 강화다. 이와 관련해 올해 초 보건소의 1차진료 기능 축소와 함께 예방의학, 건강관리 측면 강화를 주요 테마로 이정선 의원은 의협과 함께 '공중보건 강화를 위한 보건소 기능 및 역할' 토론회를 열어 양의계의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했다. 

또한 의협에서는 8월 초 복지부에 “불특정 다수에 대한 일반진료를 민간 의료기관에서 전담하는 방향으로 지역보건법령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고 “보건소의 일반진료 기능은 폐지하거나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미 다방 면으로 복지부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한의계 아직 공론화 시도조차 되지 않아
의료 소외자 위한 진료기능 확대 주장도


양의계가 이처럼 보건소의 진료기능 축소에 힘을 싣고 있는 이유는 이미 많은 지역, 특히 대도시를 위주로 1차의료기관인 의원들과 보건소가 경쟁관계가 돼 가격이 저렴한 보건소로 환자들의 쏠림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1차의료기관이 대부분인 한의원들도 민심은 비슷한 상황이다. 다른 점은 이러한 여론에 대해 의협은 협회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의협의 이러한 정책방향에 대해서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이은경 참의료실현 청년한의사회 정책국장은 “보건소 기능과 역할의 재정립을 논의할 필요성은 있지만 그렇다고 의협의 주장처럼 무조건 진료기능을 축소한다거나 예방기능에만 한정해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오히려 보건소의 진료기능은 의료 소외지역에 있거나 독거노인이나 의료급여자 등에게 의료 혜택을 주기 위한 방향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보건소가 1차진료기관들과 경쟁관계가 심화되는 데는 “보건소의 평가기준이 환자를 몇 명이나 봤는지 등의 실적 위주로 돼있기 때문”이라며 “보건소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 다면화한 평가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곧 나오게 될 보고서를 정부에 대한 정책 압박용으로 사용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복지부 건강정책과 관계자는 “의협 쪽의 의견은 검토는 하고 있지만 의협 쪽에서 제기한 보건소 기능의 재정립에 한정된 내용은 아니다. 보건소의 기능에 대한 내부 연구는 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건소의 역할 재정립에 대한 요구가 의협 쪽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된다면 복지부에서도 이와 관련해 어떻든 입장을 정리할 수밖에 없다. 혹여 논의가 진전될 경우 이에 대한 대비가 없는 상태라면 똑같이 공공보건의료를 담당하고 있는 한의계의 입장이 배제된 채 정부와 의협의 협의 아래 정책 방향이 결정되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한의계에서는 보건소 기능과 관련해 의견서가 제출된 적은 없다”며 “의협이든 한의협이든 보건의료단체들에서 의견서를 제출한다면 이에 대해 검토는 한다는 것이 복지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채빈 한의협 의무이사는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에서 이러한 연구보고서가 수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며 “한의계가 배제된 상황에서 논의가 진전되고 있는 점에 대해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 한의협 내부에서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논의는 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사견이라고 전제하면서 “보건소의 역할이 일차의료기관이 이미 담당하고 있어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건소의 일차진료기능은 점차 축소하고 예방의학 쪽으로 가는 방향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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