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읽기- <의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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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읽기- <의형제>
  • 승인 2010.06.24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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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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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공안기관 속내 섬세하게 묘사

버림받은 남파간첩과 국정원 요원 ‘동상이몽’

<의형제>
감독 : 장훈
출연 : 송강호, 강동원

영화계에서는 한때 햇볕정책으로 인해 남북한의 분단 상황을 진지하게 해석한 휴먼 드라마에서부터 북한 사람들을 희화화한 코미디 영화까지 다양한 영화가 연속해서 상영되고 크게 흥행하기도 했지만 몇 년 전부터 북한의 핵실험 등 정치적 문제로 인해 우리나라와 대립 관계에 놓이다 보니 최근에는 북한 관련 영화들이 잠잠해졌다.

그러나 2010년은 이런저런 시대적 상황 때문인지 몰라도 그 어느 때보다 유난히 전쟁과 관련된 영화나 드라마들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거나 현재 제작 중이다. 이 중 올 2월에 개봉하여 5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던 <의형제> 역시 남북한 문제를 이전 영화들과는 다른 시각으로 재해석한 영화로 송강호와 강동원의 출연만으로도 큰 화제를 낳았다.

6년 전. 서울 한복판에서 의문의 총격전이 일어나고, 국정원 요원 한규(송강호)와 남파공작원 지원(강동원)은 처음 만나게 되지만 작전 실패의 책임을 지고 한규는 국정원에서 파면당하고, 지원은 배신자로 낙인 찍혀 북에서 버림받는다. 그리고 6년 후, 우연히 마주친 두 사람은 서로의 신분을 속이고 각자 목적을 위해 함께 하게 된다. 적으로만 알았던 두 남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친구로서 남자로서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필자가 어릴 때는 <똘이장군> 같은 만화영화를 통해 북한은 사람이 아닌 돼지, 늑대 같은 짐승들이 사는 곳이라고 배웠지만 현재는 그러한 반공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을 정도로 예전보다 북한에 대한 인식은 많이 변화되었다. 그래서 1990년대 후반 <간첩 리철진>이라는 영화부터 시작된 북한 관련 영화들에서 항상 조연이자 악역으로만 그려졌던 북한사람 캐릭터들을 당대 톱스타들이 출연하면서 당당히 주인공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의형제>에서도 마찬가지다. 꽃미남계의 대표 주자인 강동원이 남파된 간첩 역을 맡았다는 것 자체가 큰 이슈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북으로 가고 싶지만 갈 수 없는 남파 간첩의 처지와 햇볕정책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게 된 국정원 요원의 모습 등 어쩌면 현재 남북한의 모습을 실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우 현실적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있는 <의형제>는 <영화는 영화다>로 각종 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던 장훈 감독의 두번째 작품이다. 그는 자칫 무거울 수 있는 남북한의 이야기를 송강호와 강동원의 자연스러운 연기로 무마시키며 관객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다. 하루 빨리 경색되어 있는 남북한의 관계가 눈 녹듯 녹아 형제의 관계가 되는 그 날이 오길 기원해 본다.

황보성진/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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