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감차’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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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감차’ 유감
  • 승인 2010.05.05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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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준

김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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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 역시나…애물단지 전락
예감차 ‘유감’

반전 위한 시도로 제작 결정
결과 역시나…애물단지 전락

지난해 신종플루 이후 한의원은 환자가 줄고 경영에 어려움을 맞았다. 2008년 10월 금융 위기의 파고를 넘어 서서히 살아나던 회복세에 신종플루가 찬 물을 끼얹은 것이다. 우리보다 인구가 30배나 많은 중국도 신종플루로 인한 사망자가 얼마 되지 않는데, 우리 사정은 달랐다.

그러던 중 한의학연구원이 감기 예방 및 치료에 관한 특허를 받아 놓은 사실을 알게 됐고, 그것을 제품화해 보자는 제안을 받았다(감기의 치료 및 예방기능을 갖는 항바이러스성 약제 및 기능성 식품. 특허 등록번호-10-0295389). 당시 그런 제안을 받았을 때 나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놓고 다각도로 검토해 의사결정을 내린다.

그런 의사결정이 성공으로 이어지면 기업은 성장하고, 실패를 반복하면 기업은 거덜나고 만다. 의사결정에는 객관적인 자료들이 검토 대상이지만 感(감)도 작용한다. 나에게는 성공하기 힘든 품목이란 느낌이 크게 왔다. 우리 한의사는 무엇이든지 한의원에서 직접 만든 약이나 제품을 환자에게 내어놓고 싶어 한다. 그래서 어떤 제품이 한의계에 소개되면 그냥 녹아(?)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한의계가 워낙 신종플루로 힘들어 하기에 미약하나마 반전을 위한 시도가 될 수 있다는 판단으로 나름대로 홍보계획을 세우고 한의학연구원도 그런 홍보를 하기로 해서 결국 제작을 결정했다.

주원료가 유자 모과 생강이라 원료 확보를 위해 직접 전남 고흥도 들러보고 전남도청 관계자도 만났다. 다만 주원료가 일상 속에서 너무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라 면역기능에 탁월한 효과가 검증된 겨우살이 추출물과 신종플루로 대박을 터뜨리고 있는 홍삼을 추가해 제품을 만들었다. 2000세트 이상 만들어 절반은 한의학연구원에 로열티 명목으로 주고, 나머지는 판매에 들어갔다. 일차적으로 기존 거래선과 회원 한의원 약 3000여 곳에 보냈다. 한의신문과 민족의학신문에도 크게 소개되었다.

헌데 우려했던 대로 몇백 개도 나가지 않았다. 당초 세웠던 홍보계획은 아예 엄두도 낼 수 없었다. 사실 이게 잘 되면 생물인 원료가 문제가 되기 때문에 고흥과 전남도청까지 방문했던 것인데, 그만 우스운 꼴이 되고 말았다. 지금도 간혹 찾는 한의원이 있긴 하지만, 괜히 창고만 복잡하게 만들어 일정 금액 이상 주문하는 한의원에게는 하나씩 무료로 주고 있다.
그러나 아직 반전의 기회는 있다. 이 제품을 지금처럼 파우치 포장이 아닌 홍삼 같은 병포장을 하여서 다른 유통채널로 가면 성공 가능성이 있다. 몇 군데 소개해 보니 관심을 갖는 곳도 있다. 그런 회사들은 아쉽게도 한의원과 상관이 없는 곳들이다.

김효준/ 한의사. (주)허브Q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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