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로- 통합이란 명분 아래 침구학 지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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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로- 통합이란 명분 아래 침구학 지우나
  • 승인 2010.02.18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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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민

윤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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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이란 명분 아래 침구학 지우나

“김남수 옹의 뜸법, IMS 문제에 그토록 분개했던 이유는 바로 침구를 빼앗긴 한의사는 상상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10여 년간 학생들한테 침구학을 강의해 오면서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은 침구치료의 무한한 가능성과 자신감을 심어주는 일이었다. 수많은 침법 중에 어떠한 방법을 사용하느냐 하는 문제보다 한의사로서 침구라는 치료방법에 대한 확신과 믿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우수한 물리치료기기나 치료도구가 쏟아져 나오고 좋은 약이 개발되더라도 침구가 가장 우수한 치료방법이라는 확신이 한의사가 되기 위한 선결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번 국시 특위의 결정을 보면서 마치 침구를 제외하고 한의학이 논의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현재 학교 교과과정이나 한방병원에서 임상 각과로 분류하고 있는 것은 주지하다시피 편의상 서양의학의 분류체계를 도입해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한의학의 특성을 나타내는데 적합하지 않지만 불가피한 측면이 많을 수밖에 없다. 즉 임상질환 별로 각과를 분류하였지만 오직 침구학만은 한의사의 대표적인 치료방법이기 때문에 이질적인 분류체계임에도 대표성을 갖고 있었다.

단지 침구학 교수라는 이기심으로 현재 한의학 교육이 통합을 지향하는 쪽으로 개선하는 것에 추호도 반대할 생각은 없다. 다만 통합이라는 명분 아래 한의학의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침구학이라는 명칭까지 희생해야 될 지는 좀 더 심사숙고해야 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지난 수십 년 간 침구사법 부활, 맹인 안마사법 문제에 우리는 왜 목숨 걸고 반대했을까? 김남수 옹의 뜸법, IMS 문제에 그토록 분개했던 이유는 바로 침구를 빼앗긴 한의사는 상상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임상 각과로 나누어진 병원에서 수련 받는 것이 아니라 부원장이나 개업을 해서 당장 환자들을 치료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이들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복합적인 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들을 통합적이고 전일적인 관점에서 분석하여 어떻게 침을 놓고 약을 투여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임상 각과에서 아무리 해당 질환에 따른 침구법을 강의한다 하더라도 실제로 그러한 개개의 지식들을 통합하고 엮어서 실제로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침구학 교육의 최우선 목표이다.

이번 국시 특위의 결정을 지켜보면서 11개과의 모든 교수님이 침구가 환자를 치료하는 한의사의 가장 중요한 치료수단임을 부인하지 않는다면 또한 해당과의 교수님 이전에 한의사라는 사실에 공감하신다면 한 번 더 숙고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윤현민/ 동의대 침구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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