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미래 세대는 새 비전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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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미래 세대는 새 비전을 원한다
  • 승인 2010.01.2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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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석

강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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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세대는 새 비전을 원한다

“미래 세대는 불안감을 감추지 않는다. 누가 이들 꿈나무에게 희망을 심어줄 수 있을까. 조직 동원, 흑색선전 등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들은 자격이 없다.”

어느덧 2010년이 됐다. 오는 3월이면 40대 회장이 뽑힌다. 대한한의사협회의 연륜도 그만큼 깊어진 셈이다. 1993년 3월부터 10월 말까지 전국 한의과대학 학생들의 수업 거부와 함께 진행된 제1차 ‘한의약 발전의 토대 마련을 위한 대정부 운동(한약분쟁)’이 끝나자 경희 한의대 학생회는 학생들 마음을 하나로 추스르기 위해 축제를 열었다. 이 자리에 제26대 한의사협회 회장이 초대됐다. 당시 학생회는 기득권에 안주하던 협회 행보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왔기 때문에 매우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협회장이 행사장 안으로 들어오자 학생들은 모두 자발적으로 일어나 빵파레를 울리는 세리모니를 연출하기도 했다. 신입생이던 필자에게 이 날의 사건은 충격 그 자체였다. 이러한 세리모니는 대정부 투쟁으로 수배 대상이 되곤 했던 학생회장들에게나 주어지던 하례였기 때문이다.

아마도 한의사협회가 한의대 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다시 나오기 힘든 일일 것이다. 80년대까지 협회는 한의계 발전을 위한 여러 대정부 운동에서 늘상 학생들보다 뒤에 서있었다. 그러나 93년의 협회는 사상 최초로 한의사 회원들을 독려하여 정부를 상대로 한 한의약 발전운동의 최전선에 섰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이후 진정한 의미에서 한의계 대표가 됐다.

또한 ‘독립적인 한의약법의 제정’, ‘복지부 내 한의약 담당부서 설치’, ‘한방공중보건의제도의 실시’, ‘한방군의관제도 실시’, ‘국립대학 내 한의과대학 설치’, ‘정부 출연 한의학 연구기관 설치’, ‘첩약의료보험의 실시’ 등과 같은 목전의 작은 이익보다 한의학의 미래 비전을 제시한 정책이 학생들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미래 비전을 당시에는 꿈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난 10여 년 간 이 정책들은 하나씩 하나씩 열매를 거두었고 그 힘으로 한의계는 지금까지 그러저럭 버텨올 수 있었다.

우리는 잘했던 과거로부터 많은 걸 배워야 한다. 당시 정책들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눈 앞의 이익이 아니라 5년, 10년 뒤에 효과를 발휘해 젊은 한의사와 학생들에게 더 큰 혜택이 돌아가도록 배려한 점이다. 둘째는 개별 한의사의 수익 증진이나 의권 방어 같은 소극적인 태도가 아니라 제도에 진입하고 공공부문에 대한 참여의 폭을 넓혀 한의 영역을 적극적으로 확장하려 애쓴 점이다.

그렇다. 미래에 대한 확실한 비전, 즉 젊은 한의사 및 학생들을 배려하고 제도에 진입하려고 노력한 장기적인 안목이 뜨거운 1993년을 보낸 한의과대학 학생들의 마음을 훔쳤다고 필자는 믿는다. 이후 무려 17년의 세월이 흘렀다. 한의계는 격랑에 휩싸였다. 한의계의 미래 세대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누가 이들 미래 세대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인가. 누가 제도권 진입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던 대한한의사협회의 적통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감투는 썼지만 공약을 실천하지 못한 사람, 조직동원‧흑색선전 등의 선거운동을 하는 사람은 철저히 배격해야 한다. 진정한 미래 비전과 정책 대안으로 회장선거에 나선 자를 새로운 한의계의 수장으로 뽑아야 한다. 선거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미래 세대의 성난 얼굴을 뒤돌아 보고 발걸음을 떼기를 부탁한다.

강연석/ 원광대 한의과대학 의사학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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