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태양은 또다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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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태양은 또다시 떠오른다
  • 승인 2009.12.1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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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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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지사지가 갈등‧ 분열 해결책
태양은 또다시 떠오른다
-역지사지가 갈등‧ 분열 해결책

또다시 세모를 맞았다. 어깨를 웅크린 채 종종걸음을 재촉하는 행인들처럼 한의약학계 인사들 역시 두 다리 쭉 펴고 고단한 마음을 녹일 쉼터가 그립지 않을까 싶다. 한의약학계는 올 한해 다사다난이란 말이 부족할 만큼 내/외풍에 시달렸다. 어떤 이들은 격변이라 하고, 어떤 이들은 과도기라고 하는 걸 보니, 지향점과 방식에 차이가 있을지언정 변화라는 화두엔 이견이 없는 듯하다.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이건희 삼성그룹 전 회장의 말을 떠올리며 불안과 희망 사이를 오가던 한의약학계에 날아든 낭보로는 <동의보감>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꼽힌다. 중국 등 전통의학 세계화에 한 걸음 앞선 국가들을 고려할 때 참 대견한 결과다. 대국민 한의학 이미지는 한껏 고양됐다. 국제사회에서 우리 전통의학의 위상도 올라갔고, 발언권은 그만큼 커졌다. 한/중/일 전통의학 용어 표준화 전쟁에서 일단 기선을 잡은 셈이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한의학표준연구원의 발족은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방물리요법 급여화는 불황의 골이 깊은 개원가에 나름 원기가 됐다. 이외에도 한의대가 교육과정에 새 바람을 불어넣으려는 노력은 한의약학계 미래를 장밋빛으로 물들일 희망가로 여기고 싶다.

호사다마는 올해도 예외가 아니었다. 언론 보도의 편파성은 한의약학계를 몰염치하고 기득권에 매몰된 집단으로 내몰았다. 무면허 불법 의료행위자들을 옹호하다 못해 마치 핍박 받는 위인쯤으로 그려내 여론을 호도했다. 그런데도 지도자급 인사들의 행태는 복지부동 그 자체였다. 김춘진 의원이 뜸 자율화 법안을 발의해도, 영리법인 도입 등 의료법 개정안이 논란을 촉발시켜도 한의약학계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 마냥 통일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공론을 주도할 지도자 역시 눈에 보이지 않아 안타까움을 더했다. 동네 한의원이 다수인 점을 감안하면, 침구가 한의학 핵심 치료술인 점을 감안하면 그저 뒷짐 지고 헛기침만 하고 있을 상황이 결코 아니다. 이런 경우 투쟁력을 보였다 해서 이전투구라 손가락질 받을 일은 없다. 제 집에 도둑이 들었는데 팔짱 끼고 관망만 한다면, 그건 성인군자이거나 실성한 사람이 틀림없겠기 때문이다.

제도적 변화도 한의계를 뜨겁게 달궜다. 시각 차이가 극명히 갈렸다. 논리 대결은 정반합 변증법적 기능을 갖기에 바람직하다. 헌데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도입, 한의사 국시 개정을 둘러싼 논쟁은 감정적 양상으로 흐른 감이 없지 않아 아쉬움이 크다. 적대감만 남을까 우려된다. 적어도 한의약학계는 전문가 집단이다. 공무원 사회가 아니다. 계급장을 떼고 말고도 없이 정치한 논리 대결을 치열하게 펼쳐 정체성을 잃지 않는 한의학 세계화의 포문을 열어야 한다. 산 정상에 오르는 길은 다양하다. 그래서 정답이 아니라 해답을 찾는 노력, 즉 지혜의 경연장이 논쟁과 토론이란 점을 잊어선 곤란하다.

세모에 걸맞지 않게 전문의 과목 신설 문제를 놓고 한의계가 시끄럽다. 송년이 아니라 망년이 돼야 할 판이다. 잠시 한 걸음 물러나 본질을 헤아리자. 역지사지를 실천에 옮기자. 역사를 두려워 하자. 어찌 보면 해답은 나와 있다. 민족의학신문이 올해 창간 20주년을 맞아 성인답게 예리한 필봉을 다듬으려 애쓰듯이 한의약학계도 소아병적인 자기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기 바란다. 헌 날이 있으면 새 날이 있듯이 태양은 또다시 떠오른다. 올 한해 노고와 수고에 아낌없이 박수를 보낸다.

091217-칼럼-사설-동의보감-한방물리요법-표준질병사인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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