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 강화(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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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 강화(11)
  • 승인 2009.12.17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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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

이은경

mjmedi@http://


연재를 마무리하며

정책 지원 끌어내려면 한의계 인식 전환 선행돼야
민간 영역 축소‧ 한의약 정체성 변질은 ‘기우’

연재를 마무리하며 

한방공공보건사업은 한의계가 처한 난관들을 극복하고 새로운 영역으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 중 하나이다. 때문에 정부의 관심 부족과 한의계의 무관심으로 인해 공중보건한의사에 의존해 소규모로 진행된 한방공공보건사업을 적극 확대하여 국가 보건의료체계 내로 들어갈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내 공공보건사업은 민간 위주 의료시스템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되지 못한 채 의학전문대학원 전환으로 인한 공중보건의사들의 배출 감소, 공공보건사업에 대한 예산 부족, 의료인들의 관심 미비 등으로 인해 답보상태에 빠졌다. 반면 보건사업의 내용은 고령화시대에 맞춰 집단 별, 획일화된 하향식 사업이 아닌 맞춤식, 주민참여형 상향식 방식으로의 전환을 요구 받고 있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한방공공보건사업 확대로 충족될 수 있다.

한방공공보건사업은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손쉽게 수행할 수 있는 다양한 건강증진기법 보유, 개인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보건사업, 비용 대비 효과성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공공보건사업을 수행할 의사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지는 상황에서 한방공공보건 전문인력의 양성과 사업 확대는 무엇보다 중요한 보건학적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한방공공보건사업은 한방진료사업, 한방공공보건사업 인프라 구축, 5대 기본사업, 기타 지역특화사업 등으로 진행되고 있다. 2008년 기준으로 한방건강검진 프로그램에는 11만 1,724회의 프로그램에 2백22만4,927명이 참가하고 있다. 만족도는 80%가 넘고 사업의 확대 필요성에 대해서도 90% 이상의 참여자들이 찬성하고 있으나 프로그램의 부족, 지속성, 참여의 기회가 부족한 점 등을 단점으로 꼽았다. 한방공중보건의들 역시 한의약공공보건사업이 한방의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확장시키며 효과적인 한방건강증진 모형을 구축하고 기존 건강증진사업과의 연계체계를 모색하는 등 성과를 보였으나 실제 예산과 인력, 사업 매뉴얼 등 부재로 실제 현장에서는 많은 부분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상의 조사결과에서 보듯이 한방공공보건사업은 국민들의 건강 증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으며 발전 가능성이 많은 데도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 부족으로 한계에 봉착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현재 한의약의 발전을 위해 투자되고 있는 사업과 지원금의 대부분은 신약 개발, 한방화장품, 한약재를 이용한 기능성 식품의 개발 등에 쏠리고, 한의사가 한방의료기관에서 실제 적용할 수 있는 치료기술의 개발과 치료 효과 및 안전성 검증 등에 대한 국가 지원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한방공공보건사업 한의학 블루오션 창출해줄 교두보
맞춤식‧ 주민참여형 방식으로 보건사업 전환 요구돼


한방공공보건사업에서는 정부의 지원 부재가 더욱 뚜렷하다. 한방공공보건사업은 1,000명이 넘는 공중보건한의사가 794개의 보건(지)소에서 연인원 6백만명 이상을 대상으로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공의료에 관한 법률 어디에도 한방공공보건사업에 대한 규정이 없다. 하루 빨리 보건소의 기본 업무와 공공의료에 한방공공보건사업을 규정해야 하며 동시에 관련 예산과 인력 확충, 지원체계 마련이 시급하다. 한방공공보건사업은 여타 보건사업과 일선 한방의료기관, 학계 등과 연계해 진행되어야 하고, 그를 위해 필요한 예산 확보와 정규직 한의사의 채용 확대, 지원체계의 마련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사업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필요한 프로그램의 마련, 평가와 환류, 비용 대비 효과 검증 등이 가능하다.

한방공공보건사업을 지원하는 방식도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플랜이 필수적이다. 지금까지 한방공공보건사업에 관한 정부의 노력은 공중보건한의사제도 도입, 한방공공보건사업 지원, 한방공공보건평가단 설립 등이 전부였다. 이런 제도 도입의 중요성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전망의 부재를 지적하는 것이다. 한방공공보건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법령상의 규정, 예산 확보, 전문인력 양성, 사업 프로그램의 개발과 실제 수행하는 사업장에 대한 실질적 지원 및 평가 등 사업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하지만 한방의 경우에는 공중보건한의사제도 도입 외의 사업체계 구축은 거의 미미한 수준이다. 그 결과 보건(지)소 마다 한두 명의 공보의에 의한 사업 수행이 전부이고 해당 공중보건한의사의 열의 수준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갈리는 상황이다. 정부의 한방공공보건의료에 관한 지원 법률과 장기적인 발전 방안의 마련이 있어야 한다.

또한 중요한 것은 한의계 의지이다. 대다수의 한의사들은 공공보건사업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하다. 공중보건한의사가 열심히 진료하면 환자가 보건소에 몰린다거나 공공영역이 확대되면 민간 의료기관의 파이가 준다고 생각하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방공공보건의료가 확대되지 못하는 원인 중에는 한의계에서 적극적으로 요구하지 않았고 사업 수행에 참여하지 않았던 이유가 크게 작용했다. 공중보건한의사제도 도입에 한의계 전체의 정책적 노력이 큰 역할을 했던 것을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한의계의 단일한 이슈로 한방공공보건사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요구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한의계 무관심은 한방공공보건의료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제 적용하는 과정에서도 나타난다. 임상 경험이 부족한 공중보건한의사들이 건강 증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적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전문 학회와 학교 및 병원의 참여, 지역 한의사들의 참여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발전시켜야 하는데도 실제 그런 사례는 극히 드물다. 공보의들이 협력을 요청해도 응답이 없는 경우가 많고 몇 개의 사업은 콘텐츠 개발에 실패하여 축소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 과정에서 공중보건한의사들의 업무수행 수준도 상당히 저하되고 있다. 제도가 처음 도입되던 초기에는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보건사업을 수행하는 곳이 많았으나 점점 관성화되고 형식적으로 사업을 수행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양방 공보의들에 비해 큰 문제없다고 할 수 있으나 양방의 경우에는 의사 역할이 작아 구축된 시스템과 보건인력이 사업의 주가 된다. 한의사 한 명의 역할이 절대적인 한방공공보건사업에서 공중보건한의사들의 사업 수행능력, 의지, 성실함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장 먼저 수업과정에 한의약공공보건의료에 관한 강의가 신설되어야 하고 수업 내용과 공공보건의료 전반을 책임 있게 연구, 집행할 수 있는 공공한의학회(가칭)가 설립되어야 한다.
국가의 체계적 지원 부족에 한방보건사업 한계 봉착
학회 등 전문가들 노력으로 임상 진료지침 마련해야


또한 한의계의 큰 문제점 중 하나로 표준화된 진료 매뉴얼의 부재가 지적된다. 민간 한의원에서 진료 매뉴얼을 표준화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보건(지)소에서 수행하는 공공보건의료와 1차의료에 관한 내용은 관련 학회와 전문가들의 집중적 노력에 의해 마련될 수 있다. 공공의료기관에서 수행하는 진료와 사업 매뉴얼을 개발하고 실제 적용을 통해 비용-효과성, 유효성이 검증된다면 그를 기초로 민간의료기관에서 통용될 수 있는 진료지침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의 내용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일선 한의사들의 인식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한방공공보건의료의 활성화는 민간 영역을 축소하거나 한의약 고유의 내용을 변질시키지 않는다. 연구결과 한의약에 대한 인식 개선, 한의약의 영역 확대, 일자리 창출,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국가 검증 등 장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의계의 단일한 목소리를 통한 정부 지원의 확보, 학회·지역 대학 별 지원체계 구축으로 한의약 특성이 살아있는 프로그램 개발 및 사업 지원, 일선에 있는 공중보건한의사들의 적극적 노력 등이 어우러진다면 미래시대를 대비하는 새로운 한의약의 모델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11회에 걸친 긴 연재의 결론은 하나이다. 한방공공보건의료의 주체는 한의사들이다. 일선 한의사들의 조직적 참여로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공적체계에서 본연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지금까지 연재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인사 전합니다.<끝>

이은경/ 청한 정책국장

091217-기고-공공의료-한의약-공보의-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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