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 History(7) | 한국한의학과 불교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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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History(7) | 한국한의학과 불교의학
  • 승인 2009.12.1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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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웅석

차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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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선덕여왕에 보면 많은 화랑이 등장한다. 신라의 젊은 엘리트였던 이들 중에 ‘기파랑’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 신라 경덕왕(재위 742-765년) 때 충담사는 이 기파랑을 칭송한 향가 ‘찬기파랑가(讚耆婆郞歌)’를 지었는데, 한국 고대문학 연구의 중요한 사료로 꼽힌다.

그러나 이 찬기파랑가는 한국 의학사에서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기파랑은 단순한 화랑의 이름이 아닌 인도의 유명한 외과의사 지바카(Jivaca Komarabhrtya)를 음역한 것이라고 하는 주장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 의학사에서는 이 향가를 한의학과 불교의학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로 삼는다.

지바카는 B.C 5세기경에 실존한 인도의 명의였다. 기록에 의하면 마가다국의 빔비사라왕과 유곽의 여자 사이에 태어났는데, 원래 유곽의 여자에게서 태어난 자식은 버려지는 것이 관습이고, 이 아이도 출생 직후 길가에 버려졌다. 다행히도 누군가가 데려다 길렀는데, 지바카는 태어날 때부터 손에 ‘鍼藥囊’이 들려있었다고 할 만큼 의학과 관련된 고사가 많다. 그리고 그의 이름 코마랴뷰르타에는 ‘소아를 돌보는 자’라는 의미가 들어있기도 하다. 성장하면서 핑갈라라는 스승을 모셨고, 신묘한 의술과 관련된 많은 기록이 불경에 적혀 있다. 12년에 걸친 만성두통을 코를 씻어 치료하였다는 내용, 빔비사라왕이 치질을 수술한 내용, 이 밖의 개복수술, 개두수술 등이다.

불교의학 하면 우리는 다소 이질적인 느낌을 받을 뿐 아니라, <동의보감> 중의 ‘四大成形’에서 地水火風을 언급한 것 등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잔재를 확인하기 어렵다. 최소한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한국 한의학, 크게 동아시아 전통의학의 줄기를 찾아 올라가면 인도의학, 또는 불교의학과 직접적으로 만나는 시기가 있었음을 알게 된다. 중국도 위진 남북조 시대에 그랬으며, 한국도 신라시대에 수입된 많은 불경들 중의 의학 관련 경전들과 <고려대장경>에 있는 의서 목록들은 신라와 고려를 지나면서 한의학의 저변에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추측을 가능케 한다. 신라의 화랑 중에 ‘기파’라고 명명한 화랑이 있었다는 것은 그러한 연장선 상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동아시아 의학에서의 인도의학 혹은 불교의학의 색채는 점차 옅어진다. 이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자의 언급이 있지만, 대체로 불교의학의 실질적인 내용이 동아시아 의학 속에 녹아버렸다는 것이다. 그 일례로 최근 한 연구자료(김범준 외, 불교의학의 약물과 천금요방에서의 사용례, 한국의사학회지, 2007)가 <천금요방>에 나온 우리는 당연히 중국의학의 전통으로 알고 있는 몇 가지 것들, 특히 본초의 용례가 불교의학의 그것과 일치하고 있다는 것을 주장하였다. 우리가 하나의 커다란 체계로만 알고 있는 한의학 속에는 전혀 이질적인 것들이 우리도 모르게 숨어있음을 알게 된다.

차웅석/ 경희대 한의과대학 의사학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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