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방 편향성 정책 고칠 조직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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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방 편향성 정책 고칠 조직 필요
  • 승인 2009.11.26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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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기자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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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계 “지자체 연계 시범사업 선정” 관심 고조
양방 편향성 정책 수정할 조직 구성 필요
류은경 여한의사회장이 20일 열린 여한의사회 공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류 회장은 “공청회를 통해 이슈화된 저출산 대책이 단발성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한의계가 단합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한방 치료효과 근거 마련해야 지원“ 고수
한의계 “지자체 연계 시범사업 선정” 관심 고조
한의계 "지난 이슈에 대한 뒷북 치기" 쓴소리도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올 6월 아이낳기 좋은세상 운동본부를 출범시키면서 내년부터 체외수정 시술 등 지원 대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지원 대책은 양방치료에 국한돼 있다. 올해와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이은경 참의료실현 청년한의사회 정책국장은 “정부가 올해 지원을 확대 편성한 저출산 관련 13개 사업(4354억원) 중 한방치료 항목은 단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 한방 홀대로 일관하자 한의학계가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11월15일 대한한방부인과학회가 저출산 대책 마련에 대한 추계학술대회를 진행하는 한편 대한여한의사회가 20일 저출산 고령화 정책에 대한 한의학적 참여 방안에 대한 국회공청회를 가졌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윤석용 의원 등 정치인은 한방 난불임 치료가 효과적이라는 부분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조건을 전제했다.

한의학계는 이에 대해 한방이용율이 근거를 뒷받침해 주는 방증이라고 맞받아쳤다. 공청회에서 이은경 정책국장이 발표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06년도 자료에 따르면 불임진단 전 불임 극복을 위한 의료기관 이용율 조사에서 전체 응담자(630명, 중복 답변) 중 한방의료기관을 이용했다는 응답자(461명)가 병원을 이용했다(441명)는 응답보다 다소 높게 나타났다. 게다가 불임진단 후에는 불임극복을 위한 의료기관 이용율이 한방의료기관이 69.8%로 병원 38.7%보다 월등히 높았다.

반면 정부의 태도는 한의계의 바람과는 다르게 두루뭉술한 태도로 일관했다. 이상영 보건복지가족부 저출산고령화 정책국장은 류은경 회장이 “정부가 바우처 제도를 2006년도에 도입했는데 이에 대한 한의학의 참여방안에 대해 검토해 볼 수는 없느냐”고 묻자 “개인적으로 한의학의 발전에 대해 높게 평가하고 있다”면서도 “바우처 제도의 한의학 참여방안을 위한 근거를 제시하면 (제도 마련을) 고민해 보겠다”고 상투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한방 난불임 치료에 대한 근거는 임상자료들을 통해 계속 나오고 있다. 다만 이러한 자료들이 일선 한의원 별로 산재해 정책 입안에 활용되지 못할 뿐이다. 때문에 임상결과들을 통계화, 전문화할 전담조직을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다. 이은경 정책국장은 “정부-대학-임상한의사-한방공공보건체계로 이어지는 ‘한의약여성생식건강증진연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의협도 적극적 반응을 보였다. 정채빈 한의협 보험이사는 “협회도 정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전담조직 구성에 적극 찬성한다”면서도 “우리 내부 역시 책임이 있는 만큼 한의계 단결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장 정부의 지원을 끌어내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실질적인 근거 마련을 위한 방안도 제기됐다. 지자체 등과 연계해 한방 난불임 시술의 유효성에 관한 시범사업을 벌이는 방안에 그것이다. 시범사업의 성공은 정책 반영을 위한 근거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일 공청회 자리에서 이은경 정책국장이 발표한 대구시 중구 보건소의 시범사업(여성 불임환자의 체외수정(IVF) 시술시 한약 및 침치료의 유효성 및 안전성 평가)에 대해 참석자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대구시도 올해 보건소에 한정된 것을 보다 확대해 지자체 예산으로 한방 불임시술 지원을 실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시범사업은 지자체 차원에서 의욕을 갖고 한의계가 보건소 등 공공의료기관과 손잡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로 정부 차원을 움직이는 것보다 어려움이 덜하다. 이평수 한의협 한의학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한의계가 이런 시범사업을 몇 개 선정해서 진행하고 그 결과는 한방 난임치료 효과의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그에 앞서 난임의 원인에 따른 다양한 그룹을 구분해 한방치료를 시술하는 방안에 대한 설계를 만들어야 한다. 양방 산부인과 등과도 서로 협력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이 정부의 지원 확대 정책이 나온 지 한참 된 이슈로, 또 다시 한의계가 뒷북 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올 6월 아이낳기운동본부 출범과 더불어 정부가 불임 지원 시술비 지원 확대 등을 포함한 지원계획을 발표했을 당시, 한의계는 이에 대해 아무런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공청회 자리에 참석한 윤석용, 전현희, 이한성 의원 등도 “시기가 다소 늦은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의계 인사는 “협회 차원에서 정부에 지원을 요청할 만한 정책 제안을 디자인할 만한 브레인 집단이 없다는 것이 큰 문제”라며 “의협의 경우 의협 산하 의료정책연구소에서 이슈에 대한 정책 디자인을 해 정부를 압박한다. 그러나 한의학계에는 그런 일을 할 만한 인물도 없고 정책연구소가 있기는 하지만 그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냈다.

류은경 회장은 “이번 공청회가 한의학계의 저출산 대책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며 “그러나 이번 공청회 한 번으로 논의가 끝나서는 안된다. 한의계가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강력한 조직체계를 만들어 임상논문을 통한 근거 마련, 임상실험, 정책 디자인까지 창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지연 기자

091125-보도-저출산대책(p)-이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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