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장 개척이 절실하다

정책 제도 변화는 단기 전략
질병 개발과 개념 관리 중요
한의계만의 독점적시장 필요

한의계가 어렵다는 말은 최근 몇 년간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2007년도 정액․정률제 변화에 대해서도 한의계가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2008년부터 올해까지 전세계적인 경제 위기로 인한 여파도 있었고 최근에는 신종플루 영향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이런 상황보다 더 큰 문제는 현재 의료시스템 내에서 동네 병․의원의 경쟁력이 앞으로 더 줄어들 것이라는 점이다. 한방 병․의원 대부분이 소규모인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우리가 처한 현실은 더욱 어려울 것이다.

올해 민족의학신문사에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약 56% 정도의 한의원이 1일 평균 30명 미만의 내원환자 수를 가지고 있었다. 1일 평균 50명 이상인 경우는 약 10%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이것이 2009년 상반기 한의계 현실이다. 기본적인 보험급여와 여기에 각 한의원마다 비보험 치료시술 비율 및 첩약환자 비율에 따라 추가적 수입이 발생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운영비를 제외한 나머지 수익은 비보험 수입에서 충당하고 있는 꼴이다.

협회나 모든 정책 입안자는 이런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한의사의 수입이 향상되고 한의계가 더 팽창하기 위해서 크게 보면 세 가지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첫째는 내원환자의 증가고 둘째는 보험수가의 인상 및 보험의 확대, 셋째가 비보험 수입의 증가다. 그러나 나머지 두 가지 역시 내원환자의 증가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다.

물론 개별 한의원의 내원환자가 증가하는 것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이뤄질 수 있다. 친절함으로 무장할 수도 있고 다른 유인책을 쓰거나 치료기술이 뛰어나 명성을 얻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방법으로는 전체 한의사들의 이익을 증대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한약제제 보험 확대나 첩약보험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와 관련되어서 의약분업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었다. 그러나 정작 이런 논의에서 가장 맥 빠지는 부분은 이런 모든 것이 실제로 한의계 시장을 키울 수 있느냐에 대한 명확한 답이 없다는 점이다. 모든 논의에서 내원환자를 증가시킬만한 획기적 방법이 나오지 않는 이상 모든 논의는 겉돌 수밖에 없고 기존의 수익을 지키는 보수적인 목소리가 더 힘을 받을 것이다.

단기적으로 정책을 변화시키고 제도의 변화를 꾀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앞으로 더욱 더 어려워질 의료환경 내에서 이런 방식으로 전체 한의계의 발전을 이뤄낼 수 있을까? 솔직히 그 결과가 의심스럽다.

장기적으로 볼 때 내원환자의 증가를 위해서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낼 수밖에 없다. 끊임없이 한의원 수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양방 및 기타 유사의료업자와 경쟁하는 한의사로서는 독점적 시장을 계속 만들어 내야 지속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새로운 시장이라고 해서 완전 새로운 병을 만들거나 새로운 기법을 만드는 것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가령 양방에서 ‘고혈압’은 과거에는 병이라고 인식하지 않았거나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고혈압 관리를 강조하면서 마치 질병과 비슷한 수준으로 취급하고 치료하고 있다. 우리도 치료기술에 대한 개발만큼이나 질병 개념에 대한 개발과 관리가 절실하다. 우리가 접하는 여러 질환들 중 한의사의 진료영역에 가장 부합되는 분야를 개발해서 우리의 독점적 시장을 만들어 가야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질병’ 개발과 관리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 한의계의 역량이 모아져서 새로운 시장 개척이 하나하나 이루어질 때 실질적 한의계 의료수요도 증가할 것이다.

장욱승/ 용정경희한의원장

091105-칼럼-시평-한의학-독점적시장-장욱승.t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