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부터 개혁은 실패하기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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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부터 개혁은 실패하기 마련
  • 승인 2009.10.2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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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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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한의사국가시험개선특별위원회가 열렸지만 극명한 의견차만 또다시 노출했다. 1차 특위가 모인지 근 한달 반이 흘렀어도 접점은커녕 평행선만 긋고 있는 형국이다. 다양한 의견을 놓고 격렬한 토론을 벌이는 건 바람직하다. 적어도 상대방 의중을 적확히 파악하고 맹점을 서로 일깨워 줄 수 있어서다. 게다가 어느 쪽 의견이든 한의학 경쟁력 제고라는 측면에서는 공통점을 지녔으니 더욱 의미가 크다.

하지만 국시 개선을 둘러싼 논란은 이제 종지부를 찍어야 할 때가 왔다. 도대체 언제까지 기존 입장들만 고수하며 의견차만 노정할 것인가. 내용을 들여다 보면 이건 거의 말씨름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의사직무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개선안이 화두로 제기된 지 벌써 10여 년이 흘렀건만 양쪽 공방은 거의 원론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각각 진영은 세밀한 논리를 정립해 결국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나아가 한의학 세계화에 발판이 되어야 할터인데, 도돌이표만 긋고 있으니 보기에 참으로 민망하기 그지없다.

사실 임상능력을 배양하자는데 누가 반대하겠는가. 한의학 정체성을 고수하자는데 어느 누가 반대하겠는가. 제 정신이 아니라면 몰라도 두 가지 모두 필요하다는데 이의를 달 한의계 인사는 없다. 다만 이번 사안의 본질은 의견차 밑바탕에 불신이 똬리를 틀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한 쪽은 임상능력을 배양한다는 미명 아래 한방을 양방에 종속시키려는 음모가 도사리고 있지 않은가 의구심을 보이고, 다른 한쪽은 한의학이란 특성을 내세워 제 밥그릇 챙기려는 속셈이 아닌가 하는 시선이 바로 그것이다. 하니 공박과 논박이 명분 싸움에 그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마치 조선시대 주전론과 화전론의 대립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한의학 정체성을 살리며 임상능력을 배양시키는 꿈의 로드맵이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권을 위임 받은 특위 구성원들은 한의학 역사에 오명을 올릴 것이다. 물론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는 쉽지 않다. 그러니 지지부진한 논란이 거듭되고 심지어 특위에 전권을 위임한다는 코미디 같은 결정도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특위가 무슨 인민위원회인가. 위원 구성이 편향성을 지녔다는 의심을 받을 만도 하다. 전권을 위임할 정도면 아예 특위 위원을 한의학계 인사가 모두 참여하는 선거로 뽑지, 왜 그러지 않았나 싶다.

어쨌든 공은 특위로 넘어갔다. 특위는 거시적 안목에서 대의를 모아야 한다. 한의학 미래가 달렸으니 잘 처리하리라 믿는다. 다만 한 가지 꼭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 자기 논리, 자기 시각에서 벗어나 역사정신을 갖기 바란다. 위로부터 개혁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역사는 이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전국민의 관심사인 대입을 보라. 학교현장을 그대로 둔 채 제도를 제 아무리 뜯어 고쳐도 풍선효과만 나타나지 않던가. 국시 개선은 교육현장을 먼저 변화시킨 뒤 시도해도 늦지 않다.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다.

091023-사설-국시-임상능력-정체성-한의학.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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