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시원, “승소 확률 적다” 항소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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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시원, “승소 확률 적다” 항소 포기
  • 승인 2003.03.1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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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계, “이 지경 되도록 뭐했느냐” 복지부 힐난

한약사시험 행정소송 1차 패소 판결 이후 소송의 당사자인 국시원이 항소 마감시한인 2월 14일까지도 항소하지 않자 한의계는 소송의 실질적인 당사자인 보건복지부가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승소 확률이 적어 항소를 포기하고 판결에서 나온 대로 한약관련과목 심사기준을 재검토하여 응시자격심사를 다시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태가 심상찮게 돌아가자 일선 한의사들은 "양약사가 한약을 조제해서는 안 된다는 개정약사법의 대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승소 여부와 관계없이 일단 항소는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나타냈다. 미비한 법조항은 항소를 하면서 수정·보완할 수 있는데 왜 그렇게 무기력하게 대처하는지 알 수 없다는 게 한의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의협도 판결이 난 직후부터 여러 루트를 통해 복지부로 하여금 항소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지만 수용되지 않아 한의계의 희망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한의협은 패소 판결에 따르는 대책을 모색한 결과 실무대책 책임자를 선정하여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방향을 정하지는 못한 실정이다. 다만 실무대책을 맡은 한 관계자는 "법원의 판결 취지는 한약관련과목의 이수여부를 판정하기 위한 기준으로 71개 과목에다 그 외의 한약관련과목을 인정하라는 것으로 분석되지만 한의계가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안심시키면서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를테면 차제에 71개 과목을 다 허물고 한약관련과목 여부를 심사하는 기준을 다시 만들어 적격자를 선정하는 방향으로 일을 처리해나가면 된다는 것이다.

한의협은 그러나 법원의 판결 중 '20개 과목은 법정 필수과목이 아니라 예시과목에 불과하다'는 판결내용이 한의계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여 양약학과 졸업생이 추가적으로 응시자격을 인정받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일선 한의계의 관심도 추가 응시자격 인원이 얼마나 더 발생할 것인가에 집중되어 있다. 이러다가 한약학과 출신 한약사보다 양약학과 출신 한약사가 훨씬 더 많이 배출되어 한약사제도가 무력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다.

서울에 개원하고 있는 한 한의사는 "한약조제약사에 이어 95·96학번까지 대량으로 한약사시험 응시자격을 취득하면 한약과 양약을 분리한다는 한약사제도 자체의 취지가 퇴색한다"면서 "법 제정 당시의 취지를 천착하여 한약관련과목 심사를 공정하게 진행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일선 한의사들은 원칙적 심사를 강조하는 한편으로 한약사시험 행정소송 패소와 항소 포기 이후의 사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조만간 소집될 것으로 예상되는 임시총회에서 한약사시험 행정소송 패소와 항소포기가 가장 큰 안건으로 다뤄져야 한다"면서 "대의원들이 사전 연구를 통해 진행과정상의 문제점을 추궁하고 동시에 대안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총 소집 서명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조종진 원장은 "전문의제는 당연한 것이고 실제 중요한 것은 한약사대책"이라면서 "한약사대책이 가장 비중있게 다뤄져야 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한편, 한의계 내외에서는 이번 판결과 복지부의 항소포기로 몇 명의 양약학과 출신자가 응시자격을 추가로 인정받을지 아무도 모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파괴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보고 그 파장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한약사문제에 조예가 깊은 한의계 관계자들은 이번 판결의 결과로 예상해볼 수 있는 시나리오로 △한약사와 한약조제약사의 차별성이 없어져 2만종 처방 확대방안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피해를 입은 한약사들이 양약사회로부터 통합약사 유혹을 강하게 받게 될 가능성 △대형약국에서 한약사자격을 취득한 양약사를 고용하여 한약판매를 가속화시킬 가능성 △한약의약분업의 목소리 고조 △97학번 이후 양약학과 출신자의 한약사시험 응시자격 요구 소송 가능성 등을 들었다.

이런 문제로 격앙되기 시작한 일선 한의계의 목소리는 2월 23일경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한의협 임시총회에서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과연 정부와 한의협이 어떤 대책을 마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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