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필두로 한의대 변화바람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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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필두로 한의대 변화바람 거세다
  • 승인 2009.09.1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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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필두로 한의대 변화바람 거세다
경희대 교육내용 개편 보고서 완료…대구한의대 등도 변화 움직임

경희대 한의대가 ‘뉴패러다임 한국 한의학 교육과정 개발 연구’의 과제 1차년도 보고서를 최근 완료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2011년도 신입생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한의대 본가’나 다름없는 경희대의 변화는 국내 여타 한의대 나아가 한의학계 전체에 미칠 파급력이 만만치 않다. 실제로 여타 한의대는 벌써 변화의 시동을 걸었다.

전공시간 축소 선택과목 확대
병증 별로 묶어 통합강의 시도
PBL OSCE 등 임상실습 강화

‣‣경희대 교육과정 개편의 주요 방향=경희대는 작년 10월부터 1년 간 연구과제 관련 세미나를 4번이나 열어 기존 한의대 교육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이에 따른 해결방안들을 모색했다. 이들 결과를 토대로 올해 10월부터 진행되는 2차년도 연구의 세부 주제를 선정했다.

연구 주제 가운데 ‘전공시간 축소 및 선택과목 확대’가 우선 눈에 띈다. 실무연구팀 책임자인 백유상 교수는 “세부적으로 논의해 봐야 할 사항이지만 전공과목은 시수가 일률적으로 60~70%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줄어든 시수는 선택과목제로 채워진다. 선택과목으로는 한의학 이외에 인문·사회, 보완대체의학, 의생명, 양의학 분야 등이 포함될 수 있다.

물론 전공시간 축소는 추진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백유상 교수는 “어떤 과목의 시수를 조정할는지가 교수들이 갖는 가장 큰 관심이자 우려”라고 전했다. 현재 교수 시수를 보충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1학점 당 현행 50분을 45분으로 줄이자는 얘기가 거론된다고 한다. 수업시간이 줄지만 교육의 집중도와 질은 높이려는 의도다.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낮은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분반 토론강의도 적극 도입할 예정이다.

병증 별로 묶어 통합강의 실시 여부도 주목거리다. 예컨대 당뇨의 경우 한의학 기초 및 임상, 양의학 기초 및 임상교수를 가리지 않고 당뇨 관련 교수들이 모여 통합된 강의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방향은 바람직하지만 통합강의 대상 질환을 선정하는데는 논의의 여지가 있다. 더구나 개원가에서 빈도수가 높은 질환이 무엇인지 정확한 통계가 없기 때문에 시행에 앞서 다빈도 질병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백유상 교수는 “다빈도 질병은 개원가를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하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몇 개 과를 정해 과목 별 평가 가이드 라인을 만든다는 계획도 이번 연구의 주요 논제 중 하나다. 한의사 국시가 향후 실기시험을 도입될 것으로 예측되면서 임상교육 강화도 이번 논의에 포함됐다. 특히 PBL, OSCE, CPX 등 임상실습 강화 방안은 주요하게 다뤄질 전망이다. 경희대 한의대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실습교육에 대한 만족도가 -2.84(총점 -4.5~+4.5)점으로 낮았던 점에 비춰보더라도 실습 강화는 반드시 필요한 대목이다.

KCD 도입과 관련해 교육내용을 어떻게 적용할지도 논의 대상이다. 백 교수는 “먼저 진단능력을 갖췄는지, 한․양방 진단을 어떻게 결부시켜야 하는지 등의 연구가 선행돼야 하는데 제도적인 부분이 먼저 풀려버렸다”며 “미래의 숙제로 남았지만 우선 양방 질병명과 진단에 대한 부분을 강화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계획들은 아직 확정된 건 아니다. 백유상 교수는 “세부적인 조율은 가능하겠지만 방향성은 어느 정도 잡힌 상태”라며 “필요한 부분은 교수들을 설득하고 함께 조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교수들 과거틀 벗어나 열린 자세 필요
워크숍 등 교수 교육프로그램 활성화
의료기사 지휘권 확보 양방교육 필요

‣‣예상되는 몇 가지 난제=개정안이 실시되려면 넘어서야 할 산이 몇 개 있다. 우선 교수들의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백 교수는 “선배들이 과거 몇십 년 간 정체된 교육의 틀이 바뀌었을 때 그것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개편 방향이 옳다면 후배들을 위해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KCD 관련 교육도 풀어야 한다. 학생은 물론 교수들조차 KCD에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교수에 대한 교육도 당연히 이뤄질 과제 중 하나”라고 꼽은 백 교수는 “그동안 교수교육프로그램이 전무했는데 워크숍 등을 통해 교수교육프로그램을 활성화하자는 논의도 이번 개편안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강의시간 축소나 한의학교육실 같은 교육 전담부서를 만들기 위한 지원도 반드시 필요하다. 여기엔 대학 당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최승훈 학장은 이에 대해 “학교 측과 논의할 사항은 패키지로 묶어 한꺼번에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의사가 의료기사 지휘권을 가질 교육도 논의에 포함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안규석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장은 “작년 한평원에서 7년제를 제안했던 이유는 의료기사 지휘권을 한의사도 갖자는 뜻이었다”며 “서양의학 임상총론이나 견습시간을 교육내용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세부 방안들이 어느 선까지 추진될 지 지켜봐야겠지만 이번 논의에서는 한의대 교육목표와 실제 임상에서 가장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깊이 고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경원대 외부기관 연수프로그램 시행
대전대 학장이 교과과정 개선위 구성
한의대 전체 묶을 네트워크 형성 조짐

‣‣여타 대학도 변화 움직임 보여=각 한의대는 교과과정 개편에 대한 논의를 정기적으로 실시한다. 다만 경희대 한의대와 차이점은 전면적인 개편이냐 아니냐의 여부다. 2008년 개원한 부산대 한의전의 경우는 통합형 교육, 임상실습 강화, 쿼터제 도입 등 파격적인 제도를 도입해 화제가 됐지만, 어느 쪽이 나은지는 근본적인 학제 차이로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부산대 한의전의 새로운 시도를 여타 대학도 관심을 갖고 있다. 경희대 한의대는 작년 말 신상우 한의전 교수(한의학교육실장)와 새로운 교수법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했으며, 경원대 한의대도 올해 초 신상우 교수의 강연을 통해 PBL 등 임상실습 강화를 위한 학내 교육을 진행한 바 있다.

경원대는 일단 임상실습 강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영종 학장은 “올해 초부터 대학 당국의 지원을 받아 외부기관으로 파견해 연수프로그램을 시행하는가 하면 실습을 겸한 의료봉사 실시, 가천의대 길병원 실습 참여 등 프로그램을 시행했다”고 말했다.

대전대 한의대는 이상룡 학장이 올해 4월 직접 교과과정개선위원회를 만들어 교과과정 개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상룡 학장은 “특정과목에 몰려있는 시수를 조절하고 전공선택제를 늘리며 의학영어나 외국 저널 강독 과목을 신설하는 한편 임상실습을 다양화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10월쯤 보고서가 나올 예정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대구한의대의 경우도 전반적으로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광중 학장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진로를 제공하기 위해 경영학 등 선택과목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과과정 개편 논의에 학생들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대구한의대는 이미 예과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본과생들을 대상으로 곧 설문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김 학장은 “우리 대학은 한의대가 주력인 특성상 교과과정 개편 같은 특별한 사안의 경우 학교 당국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며 개편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처럼 여타 한의대도 교육내용 개편에 대한 의지가 강해 경희대 한의대의 개편 방향은 다른 대학의 좌표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백 교수는 “경희대 한의대의 개편내용이나 방향은 우리 실정을 고려해 만든 것인 만큼 다른 대학들은 각자 상황이나 규모에 맞는 커리큘럼 모델을 찾아내야 한다”며 “차라리 전국 한의대의 네트워크가 형성돼 서로 보완도 하고 제안도 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면 한의학계의 발전적인 논의가 활기를 보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손인철 원광대 학장도 “서로 의견을 공유하고 제안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며 “향후 학장협에서 논의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외 의료환경이 급변하는 만큼 한의대도 변신하지 못하면 어떤 화를 당할지 모른다. 변화는 이제 경쟁력이다. 경희대 한의대에서 시작된 변화가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 지 태풍을 몰고올 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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