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韓藥 여행스케치(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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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韓藥 여행스케치(39)
  • 승인 2009.07.3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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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박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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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海南島의 빈랑
빈랑나무는 중국의 제일 남단 섬인 하이난(海南) 섬의 대량 재배식물이다. 하이난뿐 아니라 중국의 남부지방, 그리고 타이완의 곳곳까지 빈랑이 재배되고 있고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 지역에도 빈랑나무가 쉽게 눈에 뛴다. 그래서 많은 여행객들은 이국정서를 전해주는 빈랑을 향해 셔터를 누르거나 빈랑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한다.

이번에는 빈랑을 만나러 간다. 빈랑나무는 야자나무와 비슷하다. 빈랑나무 상단의 잎 아랫부분에 마당비로 사용하는 싸리비 같은 형상의 꽃대가 있는 점으로 구별이 가능하다. 여기에서 열매가 맺히고 노랗게 익어간다. 키가 워낙 큰 나무이다 보니 나무 위쪽 기둥몸체에 달라붙은 빈랑 열매를 올려다보기가 힘들다. 중국 여러 군데서 빈랑을 봤지만 하이난 섬에 와서야 노랗게 농익은 빈랑 열매를 가장 가까이 살필 수 있었다.

빈랑나무의 씨는 빈랑자이고 열매 껍질은 대복피로 부른다. 한방에서 대복피의 성질은 약간 따뜻하고 독이 없다. 한방에서 효능은 모든 기를 내려가게 하고 곽란을 멎게 하며 대소장을 원활하게 한다. 담이 막혀 있는 것, 시큼한 물이 올라오는 것을 낫게 하고 비장을 든든하게 하며 입맛을 돋우고 부종과 창만을 내리게 한다. 빈랑자의 성질은 따뜻하며 맛은 맵다. 모든 풍을 없애며 기를 내려가게 한다. 뼈마디와 9규를 순조롭게 하며 먹은 것을 잘 삭이고 물을 잘 몰아낸다. 오장육부에 막혀 있는 기를 부드럽게 퍼지게 하고 돌게 한다. 특히 윈난(雲南)성 타이(傣族)족 자치주에서는 빈랑이 재복과 행운을 상징하며 타이족의 젊은 남녀들 간의 애정증표로도 이용되고 있다.

빈랑나무의 열매인 빈랑이 입안을 깨끗하게 해 청량감을 주고, 기분 전환제로도 이용하기 위해 주민들이 가까이 하는 편이다. 특히 졸음을 쫓아주는 역할을 한다고 해서 자주 사용한다. 그들은 익지 않은 빈랑 열매에 석회를 묻혀 후추과에 속하는 식물인 Piper betle의 나뭇잎에 싸서 씹는다. 정신을 맑게 하는 데 좋다고 하면서 기호품으로 선호한다.

하이난 섬을 찾은 한약답사단도 호기심으로 씹어 본다. 한 연구원이 시장에서 구입하여 씹어보니 머리가 이내 상큼해지는가 싶더니 다시 어지러워져 그대로 구토해 버리는 길거리 체험을 하기도 했다.
이곳 사람들은 기호품 빈랑을 오랫동안 씹다보니 치아 색이 갈색으로 변한 사람이 많다. 석회를 묻힌 빈랑 열매를 싸서 씹으면 붉은 색의 액체가 입에 고이는데 이것이 너무 강하면 침을 뱉어 주고 그 다음부터 계속 씹는다고 한다.

타이완에서 발행되는 대만광화(臺灣光華) 잡지는 ‘빈랑과의 전쟁’이란 기사에서 빈랑의 발암성에 대해 심각하게 경고하고 있다. ‘빈랑은 구강암의 원흉’이란 제목의 표에서 빈랑 성분이 암으로 전환되고 활성산소와 프리라디칼을 발생시키며, 함께 먹는 석회도 구강내의 환경을 알칼리성으로 만들어 빈랑성분의 자극을 강하게 해준다고 소개하고 있다. 타이완의 한 의사는 십 수 년 전부터 빈랑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다행히 빈랑이 건강에 유해하다는 것이 알려짐에 따라 빈랑족도 총인구의 10%에서 8.5%까지 내렸다고 한다.

남국의 해를 친절히 가려주며 그늘을 드리워주는 빈랑나무이지만 좋지 않은 효능도 있으므로 조심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 <격주연재>

글ㆍ사진= 박종철 교수
국립순천대학교 한의약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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