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외쳐온 한의학의 세계화가 당위성에 비해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결여돼 구호에 그친 감이 있었으나 이제는 아니다.
신현규(한국한의학연구원 선임연구원) 박사가 복지부에서 지원하는 ‘한방치료기술연구개발사업’의 하나로 연구 발표한 ‘한의약의 세계화 전략 방안 연구’는 과거의 관성적인 세계화론에서 벗어나 계량적이고 실증적으로 세계화 전략을 구사했다는 점에서 이전의 논의와는 질적인 차이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연구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 전통의약 시장의 규모와 동향을 조사한 뒤 한국 한의약의 세계화 전략 방안을 도출하는 순으로 글을 전개하고 있는데 세계 한의약 시장을 조사함에 있어서 중국, 일본, 대만, 미국은 물론이고 동남아시아, 유럽의 시장을 샅샅이 뒤지고, 심지어는 호주권과 중동 국가의 현황까지 수집하였다.
더욱이 이 연구는 세계 현황뿐만 아니라 세계 전통의약의 미래 환경이 어떤 방향으로 변할 것인지 예측한 자료를 토대로 한국 한의학의 세계화 전략 원칙을 수립하고 있는데, 신 박사가 밝힌 대원칙은 1)집중투자의 원칙 2)국제 규격화의 원칙 3)서구시장 중심 원칙이다. 한 마디로 서구 의약시장 또는 건강보조식품시장에 한국 한의약의 노하우로 연구개발된 한약제제를 생산하여 유통 판매시키겠다
는 전략이다.
이런 원칙을 바탕으로 신 박사는 ▲기반구축전략 ▲한약신약개발전략 ▲대외교류강화전략 ▲의료상품화전략 ▲변화대응전략이라는 5대 추진전략을 수립하고, 각각의 전략에 따른 추진 정책과제를 15개로 설정하고 하나하나 분석해 들어가는 방식으로 연구과제를 완성했다.
그러나 이 연구는 한의학의 세계화 논의를 심화시켰다는 점에서 이전의 연구에 비해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는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시장과 상품수출에 초점을 맞춘 나머지 국내 한의학 기반을 다지는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이 부족해 국내화 없는 세계화가 얼마만큼 현실성 있을지 의문이라는 견해가 일부에서 제기되었다. 그러나 적어도 연구에 있어서는 국내화와 세계화는 별개의 문제이므로 연구의 성과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는 만큼 국내화 부분은 향후 연구과제로 남게 될 전망이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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