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Ⅱ] 창간 20주년기념 특별대담 - 최민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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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Ⅱ] 창간 20주년기념 특별대담 - 최민자 교수
  • 승인 2009.07.10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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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정치를 주창하는 최민자 성신여대 정치학과 교수

한의계 희망주기 프로젝트 - 한의학에 날개를 달아주자II
“동양적가치 존중되는 시대 곧 도래할 것”
생명에 관한 眞知의 빈곤이 실존위기 초래
順天者의 역할 선도하는 한의사 기대


한의학이 생명과 연결돼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생명사상은 양자역학이 출현한 이후 과학계에서도 깊은 논의가 이뤄졌다. 한국에서는 온생명론을 제기한 장회익 교수가 대표적이다.
최근 들어 인문사회학계에서도 생명을 주제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그 중심에 최민자 성신여대 정치학과 교수가 있다.
본지는 창간 20주년을 맞아 생명을 매개로 한의학의 학문적 외연을 인문사회학의 영역으로 확장하고 미래 한의학에 희망을 탐색해보고자 하는 취지에서 생명정치론의 주창자인 최민자 교수와 지난 4일 서울 수운회관 그의 연구실에서 대담을 나눴다. <편집자 주>


대담 = 김승진 민족의학신문 편집국장

▲정치학자이신 교수님은 생명정치를 주창하고 계십니다. 그럴 만한 이유라도 있는지요?

=오늘의 인류가 처한 딜레마는 다양한 것 같지만 본질적으로는 모두 생명에 관한 문제와 관련되어 있으며 또한 거기서 파생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자원과 에너지의 과잉소비, 지구경제의 남북 간 분배불균형, 인구증가와 환경악화 및 자연재해에 따른 빈곤과 실업의 악순환, 민족간·종교간·지역간·국가간 대립과 분쟁의 격화, 군사비 지출 증대와 같은 현상은 생명위기가 발생하는 배경과 긴밀한 연계성을 갖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럼에도 인류는 이러한 경고음을 무시한 채 지구라고 하는 이 우주선에 비축된 에너지의 대부분을 소진해가며 무한경쟁이라는 반(反)생명적인 놀이에 빠져 있습니다. 생명경시 풍조에 편승한 인간의 정치 경제활동이 이대로 계속된다면 지구의 지속가능한 능력이 한계에 이르러 지구 문명은 머지않아 붕괴될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무성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의 인류가 직면한 총체적인 인간 실존의 위기는 바로 생명에 대한 부적절한 인식에서 파생된 것으로 생명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고서는 이러한 위기를 해결할 방법이 없는 까닭에 생명이라는 주제를 다루게 되었습니다.

▲교수님의 학문과 삶의 궤적은 우리 상고사 내지 사상과의 만남을 추구하고 있는 듯합니다.

=우리 상고사상은 ‘가장 오래된 새것’입니다. 그 속에는 동서고금의 모든 사상과 종교와 철학의 정수가 함축되어 있습니다. 현대 과학의 진보라고 하는 것은 상고시대에 현자들이 직관으로 이해했던 바를 실험적으로 입증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전일적 패러다임을 기용하여 혼돈 속의 질서를 찾아내려 하는 복잡계 과학 또한 그 당시에 정립되어 실생활에서도 활용되었던 것으로 드러납니다.

1부터 10까지 숫자들의 순열 조합으로써 삼라만상의 천변만화에 질서를 부여하는 천부경의 3和音(triad)적 구조(본체-작용-본체와 작용의 합일) 자체가 복잡계인 생명계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정립될 수 없는 것입니다. 우주만물은 모두 간 것은 다시 돌아오고 돌아온 것은 다시 돌아간다는 자연의 이법(無往不復之理)은 일체가 초양자장에서 나와 다시 초양자장으로 환원한다는 양자이론과 조응합니다.

이렇듯 상생상극(相生相剋)하는 천지운행의 현묘한 이치는 양자역학의 비국소성의 원리, 복잡계의 특성인 프랙털 구조, 자기조직화, 비평형, 비가역성, 비선형성, 초기조건에의 민감성, 분기(bifurcation), 피드백 과정, 요동(fluctuation)현상, 창발현상을 함축하고 있어 생명의 기원과 세상사의 신비를 연구하는 오늘날의 복잡계 과학에 많은 시사점을 제공해 줍니다.

▲교수님의 저서인 『생명에 관한 테제를 81개조』에서 밝혔듯이 생명의 관점에서 봐야 문명의 위기를 제대로 통찰하고 해결할 수 있는 것인지요?

=그렇습니다. 정치사회에 관한 기존의 논의는 생명에 관한 논의가 배제되어 있어 문제의 본질에 닿지 못하고 있습니다. 생장하고 변하여 돌아가는 현상적인 측면만 논하는 것은 마치 물은 논하지 않고 파도만 논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신에 맞서는 인간 이성의 위대한 발견이 이루어졌음에도 근대는 진정한 인간학[생명학]을 수립하지 못했습니다.

생명에 대한 경시 풍조는 사실 그대로의 존재태를 반영하지 못하는 왜곡된 인식에 기초한 학문적 불구의 산물로서 자연 억압과 인간 억압을 추동하는 원리로 작용해왔습니다. 오늘의 인류가 온전한 삶을 누리지 못하고 전 지구적 차원의 생태 재앙과 정치적·종교적 충돌, 나아가 인간 실존의 위기와 같은 총체적인 난국에 처하게 된 것은 우주의 본질인 생명에 관한 진지(眞知)의 빈곤 때문입니다.

이 우주는 분리 자체가 근원적으로 불가능한 거대한 파동의 대양[氣海]이며, 우주만물은 그 파동의 세계가 벌이는 우주적 무도(舞蹈)에 동등한 참여자로서 참여하고 있습니다. 우주만물은 생명의 본체인 하늘(기운)[우주의 창조적 에너지, 一氣]의 자기복제로서의 작용으로 나타난 것이니 일즉다(一卽多)요, 다시 그 하나인 기운으로 돌아가는 것이니 다즉일(多卽一)인 것입니다.

다시 말해 생명의 본질은 전체성[一]인 동시에 개체성[多]이며, 초월성인 동시에 내재성이며, 우주의 본원인 동시에 현상 그 자체인 것입니다. 이러한 양 차원을 소통하는 생명의 순환을, 생명의 근원적 평등성과 유기적 통합성을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문명의 위기에 대한 그 어떤 본질적인 해결책도 나올 수가 없습니다.

우주의 실체는 의식이며, 지구는 의식의 성장을 위한 학습의 장으로서 생명의 정원이고 인류는 그 정원사이며 물질계의 모든 제도와 조직은 의식의 성장을 위한 학습여건 창출에 관계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평화는 현실적인 것이 됩니다. 의식계[본체계]와 물질계[현상계]가, 본체와 작용이 결국 하나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물질일변도의 사고를 하지 않게 되므로 문명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길도 보이게 됩니다.

▲생명의 전일성과 유기적 통합성을 현실화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요?

=자연은 외재적인 동시에 내재적입니다. 무수한 사상(事象)이 펼쳐진 ‘다(多)’의 세계와 그 무수한 사상이 하나로 접힌 ‘일(一)’의 세계는 외재적 자연과 내재적 자연[一心]의 관계로서 상호 조응해 있으며 상호 관통합니다. 이러한 사실을 직시할 수 있을 때 천인합일의 의미를 알게 되고 생명의 전일성과 유기적 통합성을 자각할 수 있게 되어 진정한 자율성과 평등성이 발휘될 수 있는 것입니다.

지배와 복종의 이원화된 구조에 입각한 권력정치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루소의 이상국가의 현저한 특징은 그것이 가지고 있는 유기적 성격으로 그 속에는 개인과 국가, 권력과 자유가 완전히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하여 개인은 자신을 전체와 결합하면서도 여전히 자기 자신에게만 복종하고 그 이전과 마찬가지로 변함없이 자유로운 것입니다.

이러한 유기적 성격을 낳는 개념이 바로 ‘일반의지(volonte generale)’인데 그 속에는 주관과 객관이 하나로 융합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루소의 일반의지는 생명의 전일성과 유기적 통합성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하는 개념입니다.

▲한의사들도 하나의 조직생활을 하는데 종종 개인과 조직의 가치가 충돌합니다. 최근에는 조직보다 개인의 가치가 중시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개인의 의사를 중심으로 일반의지가 재구성되고 있는 과도기가 아닌가 합니다.

=이 문제 역시 앞서 말씀드린 큰 틀 속에서 이해될 수 있는 문제입니다.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공공선의 조화는 인류 사회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어라 할 수 있겠지요. 표면적으로 보기에는 우리 사회가 매우 혼란스럽고 심지어는 방향감각을 상실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가 의식하든 하지 못하든, 우주의 진행방향은 영적 진화이며 우리 모두는 영적 진화의 지향성을 갖는 우주의 불가분의 한 부분이라는 사실입니다. 비록 현 상황이 불합리하고 부조리하게 보일지라도 그것에 저항하기보다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수용하고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한의계에서도 슈바이처 같은 인물이 많이 나와야 한다는 뜻이지요.

▲의료계 내에서도 한·양의학이 간혹 충돌을 일으키곤 합니다. 전통적 삶의 방식과 현대적 삶의 방식이 조화되는 길은 없을까요?

=전통과 현대,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것은 그 자체 내에 뚜렷하게 분화할 만한 어떤 요소가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의 분리의식 때문입니다. 흔히 전통적, 동양적인 것을 정신적·종합적·비과학적인 것으로 이해하고, 현대적, 서양적인 것을 물질적·분석적·과학적인 것으로 이해하지만, 이 양 차원은 생명의 본체[의식계]와 작용[물질계]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일심의 원천으로 돌아가면 본체와 작용이, 정신과 물질이, 전체성과 개체성이 결국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생명을 영성 그 자체가 아닌, 감각적·지각적 경험의 대상 즉 물질적 생명으로만 인식해서는 사실과 부합하지 않을 뿐더러, 소통하는 사회가 될 수 없습니다.

다행히 현대 과학―특히 현대 물리학―의 눈부신 진보는 전통 학문과 종교의 영역에 갇혀있던 동양적 지혜의 정수를 과학적으로 풀어냄으로써 보편적 지식체계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현대 물리학의 가장 위대한 점을 ‘의식의 발견’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정신·물질 일원론에 기초한 동양사상의 정수가 현대 과학에서 실험적으로 입증되고 있으니 동양적 가치가 세계적 가치로 존중되는 시대가 곧 도래하리라 봅니다.

▲교수님께서는 장보고기념탑과 중국·북한·러시아 3국 접경지역에 유엔세계평화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 배경이 궁금합니다.

=새로운 동북아시대를 맞이하여 약 1,200년 전 진정한 세계인이었던 장보고의 역사적 복권이 곧 우리 민족의 역사적 복권이며, 장보고의 기개와 정신을 계승하여 우리 모두가 이 시대의 장보고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장보고기념탑 건립을 추진한 것입니다. 유엔세계평화센터 건립은 21세기 환경·문화의 시대를 맞이하여 환경생태·문화예술의 강점을 지닌 중국·북한·러시아 3국의 접경지역에서 세계적인 북 축제, 문화예술 공연, 생태관광, 유비쿼터스(ubiquitous) IT시스템 구축, 태양광과 풍력을 이용한 수소에너지 발전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이 지역을 환경생태·문화예술의 메카(Mecca)가 되게 함으로써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평화의 이념을 지구촌 차원으로 확산시키는 동북아의 허브로 구축하기 위한 것입니다. 앞으로 유엔평화대학도 이곳에 유치할 예정이며, 세계평화의료원, 대체의학연구소 등도 설립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한의학도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되며, 경쟁력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전 세계로 확산될 수 있을 것입니다.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한의사와 한의계에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한 말씀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동양의 순환적 발전론의 핵심은 순천자는 흥하고 역천자는 망한다는 것입니다. 한의계가 이론적으로나 실천적으로 순천자의 역할을 선도적으로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최민자 교수는? □

최민자 교수는 젊어서부터 우주와 인생에 궁금증이 많았으나 그 누구로부터도 답을 얻지 못했다. 그러다 2005년경 동학관련 논문을 쓰다 천부경을 펴놓고 사흘째 명상하는 중에 81자의 구조가 보였다고 한다.
이를 통해 불교·기독교·동학 등 유사 이래 모든 종교의 정수가 3화음적 구조(불교의 法身·化身·報身, 기독교의 聖父·聖子·聖神, 동학의 內有神靈·外有氣化·各知不移)임을 알고 희열을 느꼈다. 이때의 기쁨을 그는 “사념으로 가득 찼던 머리가 한 줄기 광명이 비치면서 어둠이 일시에 사라진 느낌이었다”고 표현했다. 그는 우주의 이치를 알면 무의식적으로 실천하게 되고 이상국가도 실현된다고 본다.
그의 저서로는 『생명에 관한 81개조 테제』를 비롯해서 『생태정치학』, 『천부경·삼일신화·참전계경』, 『동학사상과 신문명』, 『세계인 장보고와 지구촌 경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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