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우 칼럼] 학교에서 부는 조용한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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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우 칼럼] 학교에서 부는 조용한 바람
  • 승인 2009.07.03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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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가 올해로 60주년을 맞았다. 그리고 그 회갑을 기념하여 지난 5월 ‘개교 60주년 국제의학학술대회’가 열렸다. 한의과대학에서도 한 세션을 담당하여 여러 발표가 있었는데, 그간의 연구 성과를 조망하면서 나온 결과가 바로 한의학의 정체성 문제였다. 그날 발표에서는 한의학의 전통에 충실한 연구와 현대에 부합되는 연구가 모두 발표되었는데, 역시 화두는 얼마나 우리가 한의학에 충실한 연구를 하고 있냐의 문제였다.

약리학교실 김형민 교수의 ‘한의학 연구의 정체성 위기’ 발표는, 현재 진행되는 많은 연구가 연구 실적, 그것도 소위 SCI를 대표하는 세계적 기준에 맞춰 실행되면서, 한의학의 이론적 기본이 손상되고 있다는 안타까움의 토로에서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이러한 연구실적의 축적이 한의학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과 함께 한의학적 연구 방법론 모색의 필요성이 주장되었다.

임상종양학교실의 최원철 교수의 ‘암에 대한 사고의 전환’ 발표는, 암의 경과와 그에 따른 치료에 대한 사고의 전환이 제기되면서 암에 대하여 공격적 접근보다는 자연 친화적 접근 방법이 제시되었다. 그리고 과학적 근거중심의학(Scientific Evidence Based Medicine)으로부터 역사적 근거중심의학(Historical Evidence Based Medicine)으로의 사고 전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침구경락과학연구센터장 이혜정 교수의 ‘침구경락학의 융합연구’, 국립한의학연구원 김종열 박사의 ‘사상체질의학의 과학화 전략’, 그리고 골관절질환 한방연구센터 허정은 박사의 ‘골관절염 한방신약개발’ 등의 발표는 현대의학의 난제를 풀어나가는 한의학의 자신감이 표출되었다. 현 시대의 과학과 의학에서 제시하고 있는 방법론을 그대로 적용해도 한의학이 가지고 있는 우수성을 충분히 증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처럼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함께 한의학 연구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어떤 주제가 한의학에 충실하면서도 현재에 적용할 수 있냐의 문제가 바로 정체성과 발전방향의 해결에 있어 중요한 키워드가 되는 것이다.

아마도 이런 주제는 연구 분야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연구의 출발점은 교육에 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이 출범하면서 ‘한의학 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가 자연스럽게 화두로 등장하였다. 그간 사립대학에서 진행되어왔던 것과는 달리 비교적 원칙에 충실한 교육 방법론 개발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반가운 소식이다. 교육과정의 개편에 있어서 등장하는 화두 역시 ‘한의학의 정체성’과 함께 ‘시대에 맞는’ 한의학 교육이다. 기초한의학에 충실하면서도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교육여건이 조만간 만들어질 것이다.

한의학의 위기라는 인식은 역설적으로 한의학의 발전을 위한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그간의 교육과 연구가 단기간의 성과 위주였다면, 지금의 노력은 미래를 향한 뚜렷한 방향이 설정되어 있다. 학교에서 일고 있는 이런 교육과 연구의 방향 설정은 한의학의 위기를 벗어나 발전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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