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야마 부시코(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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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야마 부시코(1982)
  • 승인 2003.03.1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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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고려장 이야기

감독·이마무라 쇼헤이 / 주연·오가타 켄, 사카모토 스미코

삶·죽음·성·노동이라는 인생의 본질을 비장할 만큼 적나라하게 그린 일본의 수작. 이 작품은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에게 1983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의 영예를 안겨주기도 했다. 특정 시기를 알 수 없는 과거의 산골 부락. 산을 일궈 목숨을 연명하는 이 곳은 양식을 아끼기 위해 겨울에 태어난 사내 아이들을 논바닥에 버리고, 여자 아이는 한 줌의 소금에 판다. 식구가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장남에게만 결혼을 허락하고, 70세 이상 노인은 나라야마 산에 버려진다. 남의 양식을 도둑질하는 자들은 일가족을 몰살하는 것이 이 마을 공동체의 법이다.

궁핍한 환경 속에서, 노동가치가 있는 자가 그렇지 못한 자를 소외시키는 것이 합법적으로 이루어지는 이 곳은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사회다.

69세의 오린(사카모토 스미코)은 봄이 되자 자식들에게 겨울에는 나라야마산에 들어갈 것을 알린다. 그 해 여름, 아들 다츠헤이(오가타 켄)는 새 아내를 맞고 오린은 며느리를 만족해 하지만 한편 자신이 더욱 쓸모없어졌다고 판단한다. 나라야마로 가기에 아직 정정한 오린은 아들과 며느리의 더 같이 있자는 권유에, 돌절구에 이빨을 부딪혀 부러뜨린다. 겨울이 오고 오린은 떠나기 전까지 며느리에게 고기잡는 법을 알려주고, 밭에 씨를 뿌리며 정성스럽게 자식들을 챙기며 스스로 떠날 준비를 한다. 그리고 아들을 일으켜 나라야마로 향한다.

이 일년간의 과정은 수려한 사계절을 배경으로 절제된 연기를 통해 차근히 진행된다. 그리고 마지막 다츠헤이가 오린을 업고 산에 올라 어머니를 버려두고 내려오기까지 어떤 감정이입 없이 냉정하게 피사물을 주시한다. 이로 인해 불가피한 삶과 죽음의 페이소스가 진한 울림으로 퍼진다. 인위적인 정서에서는 찾을 수 없는 이 영화의 힘이 여기에 있다.

특히 3년 동안이라는 촬영기간 동안, 촬영현장에서 직접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는 연기자들의 절제된 연기가 그 힘에 무게를 더했다는 평이다.

오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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