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의 자본예속 마지막 빗장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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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의 자본예속 마지막 빗장 풀렸다
  • 승인 2009.05.15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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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의료선진화 과제 확정 … 영리병원 허용 임박

의료에 민간자본 투자확대를 주요골자로 하는 의료서비스선진화 추진과제가 최근 확정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8일 보건복지가족부는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 민관합동회의에서 ▲건강관리서비스 시장 형성 ▲한·양방 협진 제도화 ▲의료채권제도 도입 ▲의료기관 경영지원사업(MSO) 활성화 ▲의료법인 합병 등의 내용을 담은 의료서비스선진화 과제를 확정·발표하고,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영리병원) 도입을 논의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을 접한 보건의료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잇따라 반대 성명서를 내고 정부가 발표한 과제가 의료의 공공성 훼손과 양극화를 문제로 지적해왔던 내용을 그대로 안고 있다면서 성토했다.

■ 의료비폭등·건보붕괴 초래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회장 김일권)는 8일 보건의료단체연합과 공동성명서를 내고 “복지부는 경제위기시기에 병원에게만 혜택을 주고 국민의 의료비부담을 증가시키려 하고 있음을 명확히 드러내 보이고 있다”면서 “의료비폭등을 불러오고 건강보험붕괴를 불러올 의료민영화정책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또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한의과(회장 이현준)도 “정부의 추진정책을 의료산업화로 보고 전반적인 시장화 정책에 우려를 표명하며 의료채권은 영리병원허용 전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고, 전국한의과대학학생회연합 구명하 의장은 “전한련은 비상회의를 소집해 의료민영화 대책위를 꾸려 각 11개 한의대에 사태의 심각성을 알렸고 이후 추이를 살피며 대응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한련은 10일 성명서에서 “결국 의료를 상품화해 이미 거대한 자본들의 배를 불리고자 하는 것이다. 의료서비스산업 선진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국노총, 경실련, 보건의료노조,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건강연대, 건강세상네트워크 등도 각각 성명서와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가 추진하려는 의료서비스산업의 영리화·상업화·민영화 정책을 강력하게 규탄하며 이를 즉각 폐기할 것을 요구했다.

■ 대형자본 중심 의료재편

한의계는 전반적으로 우려하는 분위기이면서도 의견들이 다소 엇갈렸다.
한·양방 협진의 경우 한의사들한테 전문의 일자리가 생긴다는 점과 표준화된 진료가 가능하다는 점, 의료의 질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 등에서는 긍정적이나 과연 장점만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해 볼 문제라는 반응들이다.

협진제도화에 대해 한의계의 한 관계자는 “기존 한의대 병원들이 협진의 독점적 지위를 누렸으나 앞으로 기존 한의대 병원들은 어려워질 것”이라고 보았고, 한의사 A씨도 “협진 활성화로 한의사들은 갈 곳이 더 많아지겠지만 한방병원들의 위축은 불가피하다. 현재 한방병원들이 응급환자나 당뇨, 혈압, 외상 환자 등에 대해 상당수가 양방치료에 의존하고 있는 편인데 이젠 양방병원에서 제대로 치료받고 있다가 한방치료를 보조적으로 받게 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에는 한방70+양방30이라면 이젠 양방70+한방30의 치료를 하는 양방병원의 한방진료부가 나오게 될 수도 있다”며 “의료산업의 경제적 부가가치를 얘기하는데 헛소리다. 한의계는 더 큰 위기로 다가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민간자본 투자확대에 대해 충남 논산 마음한의원 이태종 씨는 “의료의 자본 예속화가 가속화되는 것으로 한의계도 급속하게 자본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도 개원의들은 설자리가 없어지고 있는데 대형병원, 대형자본에 의해 의료가 개편될 것 같다”고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또 다른 한의사는 “건강관리서비스시장의 경우 건강은 공공재의 성격이 강한 부분인데 민간에게 역할을 준다면 과연 보건소, 보건지소, 국립의료원, 지방공사 의료원들은 뭐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하고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건 사회의 의료화가 아니라 의료의 사회화인데 어느 부분에선 의료의 공공성을 얘기하고 어느 부분에선 의료의 시장성을 얘기하고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논리를 바꾸는 그런 모습이 의료계는 물론 한의계에 보이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 “거쳐야 할 관문” 의견도

반면 서울 동작구 B 한의원장은 “우리가 스스로 힘을 키워야 한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국민을 상대로 한의학이 손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의료라는 것을 인식시켜 줘야 하는데 지금 한의협조차 그런 인식을 못하고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꼬집고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힘의 논리에 의해 강한 자는 살아남고 약한 자는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지만 세계적인 추세이기 때문에 거쳐야 할 관문”이라고 보았다.

그는 “정부는 우리를 보호하는 상대가 아니고 힘의 논리로 움직이는 상대다. 힘이 없기 때문에 누군가 막아야 된다는 논리는 더 이상 아닌 것 같다. 오히려 강력한 자극으로 대변혁이 와서 한번은 걸러져야 할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전환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와 함께 한의계의 한 관계자는 “영리병원이라는 용어정의 자체가 애매하다. 지금 무료병원이 어디 있나? 의사들은 소자본이라 개업을 못한다. 어느 정도의 자본개입은 필요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대한한의사협회는 14일 현재 어떠한 공식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어 일각에서는 한의협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의계를 둘러싼 의료정책 변화의 움직임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고 정부의 정책추진 의지가 확고한 상황에서 향후 정부와 의료계 및 시민단체 간에 적지 않은 충돌이 예상돼 귀추가 주목된다. <관련 기사 710호 보험경영란 “의료채권...” 참조>

민족의학신문 강은희 기자 leona01@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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