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한의학] 1. 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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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한의학] 1. 단식
  • 승인 2009.03.2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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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단식, 가벼운 몸과 마음
감식-단식-보식 절차 반드시 지켜야


환자들을 진료하며 한의사들은 건강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은 질문을 듣는다. 한의학에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방법들을 매월 마지막주에 소개할 예정이다. <편집자 주>


이제 봄이다. 겨울동안 움츠려 들었던 몸이 기지개를 펴기 시작한다. 겨우내 두터운 옷에 감추어 두었던 살을 빼기 위해, 또는 늘어난 배 둘레를 보며 한번쯤 단식을 고민해 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필자도 처음 단식을 하려고 마음먹었을 때가 그동안 별 변동이 없던 몸무게가 갑자기 늘면서 배가 나오기 시작할 때였다. 물론 그 때 단식하고 나서 효과가 있었다. 몸무게가 크게 늘지 않고 배도 안 나왔으니 말이다. 요즘도 보면 주위에서 단식하는 사람을 많이 보게 된다. 그동안 각종 성인병 치료에 효과 있다는 홍보와 언론보도를 많이 접했기 때문일 것이다. 단식은 분명 현대인에게 아주 유익한 것임에 틀림없다. 물론, 제대로 하기만 한다면.

■ 계획 갖고 굶는 게 단식

단식은 한마디로 음식을 먹지 않고 굶는 것이다. 그럼, 단식과 굶기는 어떻게 다를까? 단식은 무작정 굶는 것이 아니다. 무릎을 꿇고 눈을 감은 채로 벌을 서는 것과, 기도를 하는 것은 같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충동적으로 억지로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은 단지 굶는 것이요, 계획을 가지고 충분히 몸과 마음을 다스리면서 굶는 것은 단식이다. 단식은 계획과 준비가 필요하다. 이것 때문에 단식에 접근하기 힘들다. ‘한 끼만 굶어도 배고픈 데 하루 내내, 또는 1주일 내내 굶어?’ ‘더구나 일하면서 피곤해 죽겠는데 한가하게 단식이나 해?’ ‘음식을 먹는 즐거움을 놓으라고? 참 쓸데없는 짓 한다.’ 처음 단식한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 들었던 반응들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단식을 공부해야 한다고 하면 십중팔구는 안하고 만다. 아마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도 실천해 본 사람은 극소수일 것이다. 그러나 단식은 자신의 삶과 잘 돌봐주지 못한 자신의 몸에게 반성하고 수양하는 마음을 가지는 데 더없이 좋은 방법이다. 우리는 하루 중에 많은 시간은 먹는 일에 보낸다. 그런 음식물을 중단함으로써 몸과 마음을 쉬게 한다면 우리는 자연의 힘을 되찾을 수 있다.

당장 아침, 점심, 저녁을 먹지 않으니 시간이 많이 남는다. 음식물을 먹지 않으니 기운이 없어진다. 술 약속도 안 된다. 사람과 만나서 이런저런 심각한 이야기도 할 수 없다. 당연히 몸과 마음이 쉬게 된다.
단식은 우리 몸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한다. 단식을 하면 평소 가장 안 좋은 곳이 나타난다. 알러지가 심한 사람이라면 알러지가 갑자기 돋아난다. 평소 허리가 아프다면 요통이, 심장이 안 좋으면 가슴 두근거림이 생긴다.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단식에서 가장 먼저 알아야할 상식은 감식-단식-보식 등의 절차가 있다는 것이다. 감식은 천천히 음식을 줄이는 것이고, 단식은 굶는 것이고, 보식은 천천히 음식을 늘이는 것이다. 두 번째 알아야 할 상식은 긍정적인 마음, 여유로운 산책이다. 당장 고민거리가 많다면, 누군가를 미워하게 됐다면 특히 더 그렇다. 단식하면서 고민하고 미워한다면 몸과 마음을 더 상하게 된다. 그러면 안함만 못하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날마다 걱정거리가 끊이지 않고 하루하루 살아가기도 벅찬 시절에 한가한 소리일 수 있겠다. 하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한번쯤 반대로 생각하고 운을 하늘에 맡겨도 좋겠다.

예전에는 못 먹어서 병이 생겼지만 요즘은 너무 먹어서 병이 된다. ‘참살이’ 바람이 불어 그래도 좀 나아졌지만, 여전히 우리 주위는 온갖 먹거리로 유혹한다. 몸에 안 좋은 음식을 먹거나, 너무 많이 먹은 음식을 몸이 다 쓰지 못하면, 우리 몸의 산화를 촉진하여 여러 질병의 원인이 된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여라.’ 예나 지금이나 오래 사는 지름길이다. 단식은 몸을 쉬게 해 노폐물과 독소 배출을 촉진한다.

그러면 직장과 사업으로 하루가 바쁘게 돌아가는데 어떻게 단식을 할 수 있을까? 예전에 4일 단식을 했던 적이 있었다. 본 단식이 4일이면 감식 3~4일, 보식 7~8일. 합쳐서 보름 정도는 음식을 마음대로 먹지 못한다. 감식과 본 단식은 그럭저럭 지켰다. 그런데 보식으로 들어가니 하늘이 노랗고 조금만 움직여도 식은땀이 절로 났다. 결국 가장 중요한 보식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정말 무식하게 단식했다. 그 때 얻은 교훈이 ‘일 하면서 단식은 정말 힘들구나’였다. 쉬는 게 아니라 몸을 괴롭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후 생각해 낸 것이 ‘하루 단식’이다. 감식과 보식을 합하면 3일 정도 음식을 주의하면 된다. 그러나 이 3일은 아주 유익하다. 몸을 일깨우는 데 부족함이 없고, 기운도 빠지지 않는다. 일요일 하루 단식을 한다고 치면 토요일 두 끼를 먹는다. 처음엔 죽, 다음엔 미음을 먹는다. 더불어 일요일 아침 시원한 배변을 위해 토요일 저녁에 관장약(설사약)과 구충제를 먹는다. 그리고 월요일 하루를 보식 기간으로 잡고 아침엔 미음, 저녁엔 죽을 먹는다. 월요일 보식이 부담되면 토요일 단식을 해도 된다. 물론 단식 기간에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산책을 가거나 가까운 거리를 자전거로 돌아보는 것도 좋다. 일부러 활발하게 움직이려고 마음먹도록 한다.

■ 어설픈 단식은 금물

본 단식 기간 동안 물을 충분히 섭취하라고 하는데 사람에 따라 다른 듯하다. 예전에 단식 캠프에 간 적이 있었는데 생수에 소금을 약간 타서 먹은 사람 중에 아주 괴로워하는 경우를 여럿 보았다. 소금은 한의학에서 최토제로 억지로 토하게 만들 때 쓴다. 또 물은 소음인일 경우 먹고 체할 수도 있다. 옛말에 ‘물 먹고 체하면 약도 없다’란 말을 실감하여 몇몇 사람을 다스리느라 고생한 적이 있다. 그리고 특히 당뇨, 결핵, 간염, 암, 소화기궤양, 정신병, 급성전염병이 있다면 단식하면 안 된다. 어린이나 노약자, 임산부도 조심해야 한다.

아주 잘하면 득을 볼 수 있지만 조금만 잘못해도 크게 몸을 상할 수 있다. 주위에 전문가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몰라도 어설프게 단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단식기간 동안에는 가급적 사람과의 만남을 피하고 조용하게 지내고 가급적 화 내지 않고 의식적으로 마음을 고요하고 평온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게 한다면 몸과 마음을 쉬게 하는 아주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물론 살도 좀 빠진다. <월 1회 게재>

박용신
서울 종로구 동서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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