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이응노 추상화전 묵과 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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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이응노 추상화전 묵과 색
  • 승인 2003.03.1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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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의 세계에서 본 일상과 자연

어떤 봄날, 1996, 34×23cm

평화로운 일상과 정겨운 산수가 추상의 세계로 들어왔다. 먹이 번지고 먹과 색이 어우러지는 그림에는 생명력이 넘친다. 고암 이응노(1904~1989)의 수묵담채 소품들이 서울 평창동 이응노 미술관에서 정답게 관객을 맞는다.

60년대 이응노 추상화전, 묵(墨)과 색(色)(12월21일까지)에 등장하는 작품 120점은 모두 이번에 처음 일반에 선보이는 것들이다. 고암이 프랑스 파리 정착 후 파게티 화랑에서 첫 전시회를 가진 1962년부터 동백림 사건이 터진 1967년 사이에 그린 작품들이다.

국전 등 한국 화단을 비판하던 고암은 우리 것으로 서양을 제압하겠다며 50대 후반 나이에 미대 교수직을 던져버리고 새로운 세계로 떠난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평생 새로운 미적 실험을 멈추지 않았던 그의 작가 정신을 생생히 보여준다. 틀에 박히기를 거부한 그의 자유로운 작품 세계를 강조하고자 액자 없이 전시한 그림들도 보인다.

유럽에서는 앵포르멜 화풍의 서구식 수묵화 개척자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고암의 작품에서는 시적 흥취와 한국적 정서가 물씬 풍긴다. 달밤, 공원, 한가한 날, 축제, 숲, 마을, 봄, 여름, 가을 풍경, 산과 물, 석양, 사람들, 공놀이, 선인장, 소, 밭, 하늘…. 고암의 부인 박인경 관장은 그의 친근한 추상을 사람이 글씨 되고 글씨가 사람 되고 나무가 글씨 되고 글씨가 나무 되고 풍경이 문장이 되는 자유자재의 표현이라고 설명한다.

또 유연하고 활기찬 운필의 묘, 먹이 번져간 흔적으로 대상의 본질을 요약하는 절제의 미, 수묵과 채색의 완만한 조화를 보라고 설명한다. 60년대 추상을 보면서 70년대 전개될 문자 추상, 80년대 군상 연작의 조짐을 미리 읽어보는 재미도 있다.

이번 전시에 등장한 그림들은 주로 5~10호로 소품들이다. 대작은 마라톤처럼 오늘, 내일, 모레… 이렇게 매달려 그리지 않습니까. 반면 생활 습관처럼 그때 그때 생각을 펼칠 수 있는 소품은 자유롭습니다. 소품들이 마치 고암의 일기처럼 느껴집니다. 박관장은 늘 붓을 들고 있었던 고암은 자투리 시간에도 손에 잡히는 작은 종이 위에 작품을 완성하곤 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나온 추모집 32인이 만나본 고암 이응노에서 박서보 화백은 1950년대 말~1960년대 전반기 무렵 그림을 고암 선생 일생일대 최고 작품이라고 적었다. 김창렬 화백도 개인적으로 고암 선생의 종이 추상화를 가장 좋아한다고 밝히고 있다. 1963년~1965년 고암 선생의 종이 추상을 보고 나는 충격을 받았다. 동양화를 그리던 분이 저렇게 새로우면서도 밀도 높은 추상화를 완성할 수 있을까.

김 영 권
백록화랑 대표, 백록당 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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