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韓藥 여행스케치(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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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韓藥 여행스케치(28)
  • 승인 2009.02.23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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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철

박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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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난성 신정시(河南省 新鄭市) 대추연구소
대추는 우리와 오래 친한 과일이다. 그래서 대추는 혼례에도 꼭 초대받는다. 폐백을 받을 때 부모는 자손이 번영하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아 새색시의 치마폭에 대추를 던져 준다. 방바닥으로 떨어질까 모두들 잠깐 긴장을 하지만 시댁 어른들을 처음 만나는 어려움은 일순간 풀어지고 폐백장의 분위기가 달콤한 대추의 속살 만큼이나 부드러워진다.

중국 중원에도 대추와 친근한 마을이 있어 찾아가본다. 허난(河南)성 정저우시에서 남쪽으로 약간 떨어진 신정(新鄭)시에 신정시 대추연구소(新鄭市 棗樹科學硏究所)가 있다. 정저우시 인근의 한약조사를 위해 이곳을 지나가다가 우연히 길가의 대추연구소 현판을 발견하고서 버스를 돌려 찾아갔다. 사실 정저우시 외곽의 고속도로 주변은 대추나무로 도로변이 차 있었다. 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대추나무로 밀림을 이루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닐 정도로 정저우 지역의 대추는 장년기의 성장을 이루고 있다. 도로변에 심어진 대추나무만 치더라도 이 지방의 대추 생산량은 상상을 초월한다.

대추연구소 직원의 소개를 받아 답사한 대추재배지는 장관이었다. 아득히 드넓은 밭은 온통 대추나무로만 가득 차 있다. 품종도 다양한 대추나무가 우리 일행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재배지에서 첫 번째로 찾은 나무는 멧대추나무다. 필자도 멧대추나무는 산조인(酸棗仁) 한약으로만 봤지 식물나무는 처음 보는 터였다. 더욱이 일행 중에서 산조인으로 사용하는 멧대추나무를 꼭 찾아봐야겠다는 사람이 있었는데 대추연구소에서 이 식물을 찾게 되어 그 희망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광대한 중국 땅이라 구석구석까지 미치는 정보도 잘 없고 교통도 미비하여서 마음먹고 찾아가도 찾기 힘들 곳을 우연하게 발견을 하니 한약 답사객들이 모두 기뻐한다.

잎과 열매는 크기에서 대추나무와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옆에 서 있는 열매 크기가 약간 큰 무와 한 화면에 들어오도록 하여 카메라에 담기도 한다. 수업교재와 연구용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카메라 셔터를 수없이 터트린다. 한 장의 사진들을 모아 귀한 자료로 축적하리라는 의욕으로 열대의 더위를 더욱 뜨겁게 달구기를 겁내지 않았던 것 같다.
옆의 직원의 양해로 멧대추나무 열매를 몇 개 채취하였다. 숙소에서 차분하게 다시 배열해 세밀하게 다시 촬영하기 위해서다. 멧대추나무 열매를 씻고 과육을 제거하여 핵을 꺼내보고 또 핵을 깨어 산조인으로 사용하는 핵 안의 종자를 확인한다.

산조인의 약효성분인 ‘산조이닌’은 우리말 산조인을 이용하여 명명한 것이다. 그래서 필자에게 강의실에서의 산조인의 의미는 특별함 그 자체이며, 산조인의 식물을 직접 본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가진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필자는 흥분을 안고 산조인 연구에 관한 내용을 일행들을 대상으로 간단하게 소개도 했다.
대추나무들은 품종도 다양했다. 모양도 제각각에 크기도 여러 가지인 열매가 주렁주렁, 무섭도록 대량으로 나무에 달려 있다. 관상용 대추나무를 비롯하여 마치조, 계심조, 중화거조, 태리홍 등 이름도 새로운 별의별 대추나무 품종들이 있다고 연구소 직원은 설명한다.

관심을 가지고 있는 터라 간간이 대추나무를 보긴 했으나 이렇게 대규모로 재배하고 있는 대추나무 연구소 소속의 밭이나 고속도로를 따라 이어진 엄청난 규모의 재배지는 처음이다. 우연히 찾아준 아주 뜻있고 의미가 가득한 멋진 대추밭 여행이었다. <격주연재>

글ㆍ사진 = 박종철 교수
국립순천대학교 한의약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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