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영업사원과 한의원
상태바
[기자칼럼] 영업사원과 한의원
  • 승인 2008.12.19 13: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 시대에 뒤떨어진 한의사 -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니고, 아직까지도 한의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한약재를 비롯해 진료에 필요한 물품은 한의사의 취향과 요구에 따라 선택된다. 그러나 일부분은 이제까지 거래해 왔던 영업사원에 의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상품에 대한 확실한 정보가 없다보니 동료 선·후배나, 영업사원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다.
알코올 솜 등 소모 용품은 가격 차이가 그리 크지 않고 경쟁도 약해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한약재는 직접 영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영향력이 크다.
최근 모 한약제조회사는 영업사원들이 단체로 퇴사해 다른 업체를 만드는 바람에 매출이 1/3로 줄었다고 한다. 거래하고 있던 한의원들은 ‘업체’의 신용도보다 영업사원과의 관계가 더 중요했던 것이다.
어제는 “저 회사 제품이 제일이다”라며 팔다가 갑자기 돌변하고, 자신의 업소도 아닌 남의 가게 영수증을 떼어 주면서 “내 것이 최고”라는 업자. 그리고 이 말을 믿는 한의사-모두가 시대에 뒤떨어진 모습들이다.

소규모 개인 업체에서 한약재를 직접 수입해오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싼 값’에 안전하고 약효가 뛰어난 한약재를 판매할 수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영업 방식이 더 심각한 곳은 건강보험급여 한약제제다.
업체별로 제제의 약효를 비교하고 투약하는 한의원이 다수지만, 아직도 영업사원이 가져다주는 약을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곳도 많다. 이 영업사원이 다른 회사로 이직하면 한의원에서 투약하는 보험제제도 따라서 바뀐다.

현재 한방보험급여 제제를 생산하는 업체는 사실상 10개도 안 된다. 가격은 정해져 있고 경쟁수단은 영업사원에 의한 판촉이다 보니 이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영업비를 5% 줄여 품질향상을 꾀하겠다고 하면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
회사에서 한약제제 품질을 높여보겠다고 약재를 조금 비싼 것을 구입하면 영업사원의 마진은 줄어들 수밖에 없고… 영업사원에 의한 판매가 주류를 이루는 한 구조적으로 개선이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다.

보험급여 상한금액의 50%가 제품생산비용 이외로 나가는 상황에서 아무리 부형제를 줄여봐야 한약제제의 품질개선은 불가능할 것이다.
가계에서도 할인점과 인터넷 등을 비교해 정보를 취합한 다음 고민을 거듭한 뒤에 물건을 구입한다.
그리고 요즘은 자동차 보험도 영업사원이 아닌 인터넷 정보 등을 보고 비교해 가입하는 추세다.

민족의학신문 이제민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