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비평]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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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
  • 승인 2008.12.19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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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알파와 오메가 다룬 안내서

한 해를 마무리짓는 12월 들어 석·박사 대학원생들의 학위논문을 심사할 때면, 늘 ‘애노희락(哀怒喜樂)’의 감정에 휩싸이게 마련입니다. 좋은 주제와 멋진 실험결과를 가지고서 왜 이렇게 밖에 풀어내지 못할까 하는 아쉬움에 ‘애노지기(哀怒之氣)’가 상승하기도 하고, 명색이 지도교수인 제가 부끄러울 만큼 논조와 논지를 적절하고 명료하게 표현한 논문을 접하고서 ‘희락지기(喜樂之氣)’가 하강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경험상 ‘애노지기’에 빠지는 경우가 더 많은데, 이는 무엇보다 까칠한 제 성정(性情)이 크게 작용한 탓이겠지요.

소위 ‘논문(論文; thesis, dissertation, paper)’이란 무엇일까요? 사전적으로 정의하자면, ‘어떠한 주제에 대해 저자가 자신의 학문적 연구결과·의견·주장 등을 논리에 맞게 풀어 쓴 글’이 논문일 것입니다. 자기의 논지를 담은 글이고, 문자언어로 자기의 논조를 드러낸 것이며, 한 마디로 글쓰기의 일종이지요. 그런데 저를 비롯한 우리 한의사들은 그동안 이 ‘글쓰기’에 너무 소홀하지 않았을까요? 한의학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논문이나 단행본, 하다못해 개인 홈페이지나 블로그에 올리는 글에 이르기까지, 양적으로 또 질적으로 한참 부족했다고 여겨지거든요. 글쓰기에 대한 양서(良書)를 접하지 못해서 만은 아닐 텐데…….

혹 그렇다면 이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를 꼭 읽어보세요. 일기쓰기부터 소설쓰기까지, 단어부터 문체까지, 이른 바 각종 ‘글쓰기’의 알파와 오메가를 가장 쉽고 재미있으며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최고의 책이니까요. 또 창작뿐만 아니라 번역에 있어서도, 역자라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조언들을 담은 명불허전(名不虛傳)의 역작이니까요. 저 자신 ‘도서비평’ 쓴답시고 글쓰기에 대해 이런 저런 여러 서적들을 접하였지만, 사실 이토록 피부에 절실히 와 닿은 책은 없었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휘갈긴 초고를 화면으로 쳐다보며, “있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없애라”는 안정효 선생님의 말씀을 되뇔 정도이니까요.

책은 모두 5장으로 구성됩니다.
1장은 모든 글쓰기의 전반적인 사항에 대해, 2장과 3장은 주로 소설을 쓸 때 필요한 각종 유용한 팁(tip)들에 대해, 4장은 적절한 어휘를 선택했는지 초고 뒤 문장을 다듬는 퇴고(推敲)에 대해, 마지막 5장은 작문에 대한 자신의 사상에 대해 나름의 의견을 피력하였는데, 대부분 거의 100% 공감하실 겁니다.

가령 “읽기에 쉬운 글이 가장 쓰기 어렵다”, “모든 논리적인 글쓰기는 6하 원칙을 따라야 한다”, “기억은 결코 확인을 이기지 못한다”, “한 문장에는 단 하나의 상황이나 행위 또는 개념을 담는 데서 그쳐야 이상적이다”, “아무런 개념도 담지 못한 문장은 존재 이유를 부여받지 못하기 때문에 가차없이 잘라내야 한다”, “글이란 생각하면서 써야 한다”, “글쓰기에서는 모든 중복이 낭비다” 등은 몇 번을 곱씹어도 절대 버릴 수 없는 금언(金言)이기 때문입니다.

혼자서만 간직하고 보는 일기가 아니라면, 어차피 대부분의 글은 독자를 위한 것입니다. 자기만의 경험이나 지식을 불특정 다수의 타인들에게 전달하는 행위가 글쓰기란 말인데, 글쎄 얼마만큼 전달될지……. <값 1만9천원>

안세영(경희대 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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