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398] 承政院日記②
상태바
[고의서산책398] 承政院日記②
  • 승인 2008.12.19 12: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왕실의료문화의 심층탐구

『承政院日記』가 오늘날까지 전해지기에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조선 전기에 작성된 것은 임진왜란 때 대부분 소실되고 말았다. 전쟁이 끝난 후 선조 즉위년부터 복원했지만 1592년 임진왜란 이후 1623년까지의 일기도 이괄의 난 때 거의 불에 타버렸다. 인조 때 1592년 이후의 일기를 보수하였으나, 영조 20년(1744) 화재로 인하여 불타버리고 말았다. 그해 12월경부터 다시 복원한 것이 현재 전해지고 있으며, 지금 전해지는 일기 역시 보수한 부분이 상당히 많으나 1623년 3월 12일부터 1910년 8월 29일까지 280여년간 그 작업이 계속되었다. 지난 의사학 학술대회에서는 세계에 자랑할 만한 현존 최대의 이 역사기록유산에 대한 의사학 논문이 3편이나 발표되었다.

1차로 진료절차나 치료행위, 의학 관련인물, 당시 의학의 경향성에 대한 분석이 주안점이었지만 앞으로 다양한 각도에서 흥미로운 연구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지난 호에 이어 국왕의 진료절차에 대해 살펴보면, 처방의 최종 결정은 형식상 임금이 내리는 구조였다. 조선시대 제반 국정 운영은 임금에게 보고되고 임금의 傳敎를 거쳐야 효력을 발휘하는데, 의학적인 치료에 있어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었다.
그 과정에서 의관들이 결정한 처방이 복용하기 곤란한 약이거나 증후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간혹 수정을 요구하거나 자신이 처방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모든 湯劑와 丸劑, 茶飮을 비롯한 치료법들은 藥房의 문안이나 入診과 같은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서 결정하였다.

임금의 증후를 조사하고 진찰하는 형식은 공식적인 입진 절차 이외에도, 의관이 따로 입시하여 症錄을 작성하거나 임금이 자신의 증후를 직접 기록하는 등의 보조적인 방법이 있었다. 임금이 입진을 거절하였으나 증후에 대한 상세한 관찰이 필요한 경우 藥房에서 醫官의 入侍를 청하게 되며, 그 결과를 토대로 문안계사를 올렸다.
이처럼 임금이 번거롭게 생각하는 입진절차 대신 의관에게 개별적으로 진찰을 받거나, 의관에게 직접 증후를 전달하는 등, 필요에 따라 적절한 방법을 택함으로써 지나친 번거로움을 피하고 치료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하였다.

『승정원일기』에는 질병이 발생하였을 때 치료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평소 예방 차원에서 다양한 처치법이 활용되었고, 한 가지 질환에 대하여 여러 가지 치료법을 다각도로 구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장 일반적인 치료는 역시 탕약으로서, 거의 모든 질환에서 우선적으로 고려되었다. 탕제 처방에서 눈길을 끄는 점은 복약 첩 수와 약재의 加減, 法製의 정밀함이다.

임금에게 올리는 탕제는 적게는 1첩에서 많게는 10첩씩 처방하였다. 대증방의 경우 대개 1~3첩 이상을 넘지 않았으며 효과가 입증되면 첩 수를 늘려 복약하도록 하였다. 장기적으로 복용하는 補藥은 5첩, 혹은 10첩 단위로 처방하였다. 대개 2첩을 하루 분량으로 삼는 오늘날의 관행과는 달리, 『承政院日記』에 나타난 하루 복용량은 하루 1첩, 1회 복용하는 것이 상례이며 증세가 심하거나 강도 높은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만 하루에 2번, 혹은 3번으로 첩 수를 늘렸다.

丸劑는 여러 가지 목적으로 쓰였는데, 1차적으로는 탕제와 함께 병용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높이고자 사용되었다. 탕제는 속효가 있으나 완만한 효과를 지속적으로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환제를 함께 복용하였다.
또 탕제는 연달아 복용하기 힘들어도 환제는 상시 복용이 가능하므로 調補하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탕제보다 낫다고 여겼다. 탕제를 지속적으로 복용해야 했던 임금들의 불편함을 덜기 위한 목적도 있었으니, 환제류는 탕제에 비하여 복용이 쉽고 구미를 손상하지 않으므로 임금들이 비교적 선호하는 제형이었다. 때에 따라서는 복용상의 편의를 위하여 탕제나 산제를 作丸하는 경우도 발견된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