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韓藥 여행스케치(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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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韓藥 여행스케치(23)
  • 승인 2008.11.14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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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박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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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약축제 ‘안궈의 중의중약중국행’
‘중의중약중국행(中醫中葯中國行)이 안궈(安國)로 들어가다.’ 이것은 중국 국가중의약관리국 등이 함께 주최한 대형 중의약 홍보행사인 ‘중의중약중국행’이 2007년 8월 17일 허베이(河北)성 안궈시를 향해 활동을 시작한다는 보도이다. 이 행사에 중국 위생부 부부장, 국가중의약관리국 국장, 허베이성 중의약관리국 국장 등의 고위층과 봉사자, 시민 등 4천여명이 참가하였다고 현지 매스콤은 흥분한 목소리다.

안궈는 옛날, 치저우(祁州, 기주)라 불리었고 중약문화의 발상지 중 하나이자 중국 최대의 중약재 집산지로서 ‘천년 약 도시’ 그리고 ‘천하제일약시’의 별칭으로 불려오며 부족하지 않을 사랑을 받았다.
특히 안궈지방의 한약가공기술의 정교함은 예전부터 잘 알려지고 있다. 한약을 자르는 칼 사용이 최고다. 중의약 행사는 시작부터 노련한 한약 기능자들이 빼어난 전통 중약재 가공기술을 선보이는 ‘한약 가공기술 경연대회’로 시작했다.

그 중 백미는 ‘백도빈랑(百刀檳榔)’ 기술로 전해진다. 칼로서 빈랑 한 알을 100여 조각으로 얇게 자르는 기술이라는 설명을 들었는데 당일 이 현장을 지켜보니 “정말 얇게 자르는구나”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오랜 시간 갈고 닦은 기능자들의 정밀한 한약가공기술은 참석자들로 하여금 재미를 더하게 하고 감탄이 그치지 않았다.

‘백도빈랑’뿐 아니라 반하를 자르는데 그 절편이 마치 잠자리의 날개와 같이 얇아서 반짝반짝 빛을 내며, 신문지에 놓으면 얇은 절편을 통과하여 문자를 분명하게 볼 수 있을 정도라는 ‘선익청하(蟬翼淸夏)’, 절편이 비단천 같이 얇아 그 형상이 마치 구름조각 같아서 입에 넣으면 바로 사라져 버리는 운편녹용(云片鹿茸), 그리고 특별히 제조한 강철 칼로 코뿔소 뿔을 아주 얇게 저미는데 그 형상이 대패밥 같다는 ‘방제서각(鎊制犀角)’을 ‘기주4절(祁州四絶)’이라 한다.

이 같은 4개 품종은 치저우의 신비로운 한약명품으로 알아둘 만하다. 이처럼 정교하고 세련된 가공기술로 인해 ‘약이 치저우를 거치지 않으면 약의 성질이 없다’는 우수한 평가를 얻었다.
매스콤의 기자들이 현장을 취재하고 있어서 필자도 행사장 안으로 들어가 경연대회의 생생한 모습을 촬영할 수 있었다.

일반인은 대회장 안으로 진입할 수 없었으나 외국인이니 예외를 적용해 준 것으로 생각했다. 행사장에는 한약 전시부스가 빙 둘러 설치되어 있고 역시 중국이라 셀 수 없이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길거리 연주와 퍼레이드 이벤트도 열리고 있어 사람들을 흥겹게 하고 있었다.
안궈에는 예전 지명인 치저우를 인용하여 ‘바퀴살이 중심으로 향해 모이듯, 치저우로 몰려든다’는 흥미로운 옛말이 전해온다. 전국 각지의 약재상들이 안궈로 와서 한약을 거래한다는 의미다. 안궈의 한약이 모두가 의지할 만 했고 중요했다는 얘기가 될 것이다.

안궈시장 행사장에는 약왕으로 모시는 피퉁(邳彤, 비동) 장군의 동상이 있다. 동상 뒤에는 황제가 그를 약왕으로 봉했다는 내용이 쓰여 있다. 중국에는 전국 각지에 수많은 약왕묘가 있지만 황제가 약왕으로 봉해준 곳은 이곳이 유일하다고 한다. 지방을 순시하던 도중 안궈에서 세상을 떠난 그를 이곳 관리와 백성들은 안궈에서 장사지내게 해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약왕 피퉁을 참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전국 각지의 약재 상인들은 여기에 모여 교역을 하였으며 그래서 안궈는 한약의 중심지가 되었다. <격주연재>

글ㆍ사진 = 박종철 교수
국립순천대학교 한의약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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