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만의 티베트 이야기(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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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만의 티베트 이야기(13)
  • 승인 2008.05.09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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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囚人에서 탈출 - 자유인으로

가혹한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일반 개원의들은 문명으로 상징되는 사각형의 감옥에 갇혀 살다가 마지막도 사각형(?) 속으로 人이 들어가는 囚人 인생이다. 근로기준법이 정한 노동시간을 스스로 어겨가며 야간진료까지 감행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런 쳇바퀴 도는 Mannerism이 현실이다. 그래서 늘 한순간만이라도 일탈하고 싶은 잠재의식이 있다.

필자는 매년 단기간 고강도 遠征 겸 醫療奉仕를 기획해서 떠난다. 대략 추석 전후 일주일에서 보름 정도의 기간으로 한의사도 있고 일반인도 있으며, MTB를 탄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다. 필자는 그 동안 인도 북부 리틀 티베트로 불리는 라다크를 1994년과 1999년 MTB를 타고 방문을 했다. 이곳은 헬레나노르베리 호지의 ‘오래된 미래(Ancient Future)’로 한국독자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다. 그리고 파키스탄과 중국의 카슈카르를 이어주는 카라코람하이웨이를 넘었다. 실크로드의 일부(오아시스南道)와 세계에서 두 번째 크다는 타클라마칸사막의 사막공로를 남에서 북으로 MTB로 종단하기도 했다. 이런 이방의 지역을 遠征하면서 늘 화두처럼 떠오르는 것이 땅이었다. 참 어느 곳을 가든 끝없이 넓고 아득했다.

2002년 중국의 東北工程은 우리 역사인 고구려, 부여, 발해를 중국 역사로 편입해 버렸다. 지린(吉林)성은 옌볜(延邊)조선족 自治州의 백두산 관할권을 박탈해 버렸다. 백두산의 절반이 중국의 것이 되었지만 할 말이 없었다. 멀리 떨어져서 우리는 袖手傍觀하고 있었다. 중국은 묵묵히 이 邊疆工程(1986년 시작)을 차근차근 실천에 옮긴지 벌써 23년이 지났다. 성급한 중국인들도 이런 점에서는 대륙적인 풍모가 물씬 풍긴다. 우리도 이런 추진력과 인내심과 기다림에 대해서는 타산지석이란 벤치마킹을 해야 할 부분이다. 거대한 중국의 영토에 대한 집착에 비하면 우리 한반도인들의 영토관은 너무 허술해 보인다. 간도, 대마도는 위정자들이 조금만 노력했어도 우리! 영토가 될 수 있었던 곳이라고 한다.

일본과 중국 대만의 영토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몇 개의 무인도와 암초인 센카쿠열도(일본명, 釣魚島-중국명, 釣魚臺-대만명)는 많은 것을 示唆한다. 이 열도는 일본 본토에서 1천km나 떨어져 있고 대만에서는 겨우 120km밖에 떨어지지 않았지만 일본이 先占한 곳이다. 이 몇 개의 무인도를 3나라가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진실로 원하노니 독도가 다케시마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렇지만 우리 남한도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다. 08년을 기준으로 남한의 地價의 合은 2041조원이라고 한다. 이 돈이면 캐나다를 6개, 또는 프랑스를 7개, 또는 미국을 절반 살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땅의 가치를 가장 실속있게 만든 민족인지 모르겠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땅에 대한 소유욕은 本能에 가깝다. 남북한 사람들 공히 통일에 대한 열망은 그렇게 강하지 않지만 나중에 통일만 되면 북한의 가치를 당장 높여버릴 것이다.

중국은 中醫學을 앞세워 邊疆工程에 나서서 물량공세와 인해전술을 펼 수 있다. 여러 가지 사정이 많지만 갈수록 한의원에 환자가 줄고 있다는 것은 아주 큰 문제이다. 한의학도 그동안 가졌던 자아도취에서 벗어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국민이 외면하는 가장 큰 이유가 뭔지 고민해서 지금보다 훨씬 더 잘 다듬어서 實事求是할 수 있는 한의학으로 세계 시장에서 많이 팔려나가야 한다. 시장의 논리는 야쿠샤나 마피아의 논리보다 훨씬 더 강하다. 시장은 ‘피 묻은 손’이 아니라 아예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이다.

라싸에서 출발한 길이 Chusul에 이르면 양 갈래 길이 나온다. 우리가 간 길은 얄룽창포(인도명 부라마푸트라)강을 따라서 시가체로 가는 길이고 舊길로 창포(Tsangpo; 3620m)교를 건너서 꾸준히 오르막을 올라가서 캄바라(Khamba La; 4794m)를 넘으면 그 유명한 ‘하늘 호수’로 불리는 얌드록쵸(Yamdrok Tso; 4490m)가 시퍼렇게 나타나는데 우리는 하늘에서 내려본 것으로 끝내야 했다. 얼마나 높았으면 하늘 호수라고 했을까? 정녕 우리가 가고자했던 이 길은 도로공사로 폐쇄가 됐단다. 이 길은 여러 개의 높은 고개가 있어서 험하고 거칠지만 아름다운 티베트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바퀴 몇 개가 바람이 다 빠져있다. 한 쪽에서는 펑크를 수리하고, 나머지는 텐트를 걷고, 한 쪽에서는 밥을 지었다. 일단 바이크 팀들은 서둘러서 출발하기로 했다. 오늘은 시가체에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체력이 다르기 때문에 일단 오전에는 같이 합동 라이딩을 하고, 오후에는 도꼬다이(特攻隊)로 시가체까지 가기로 했다. 오후에 쳐지는 대원은 나중에 차량으로 수거하기로 했다.

얄룽창포강을 따라가면 티베트의 아름다운 가을 계곡(谷)은 굽이굽이 흐르며 원주민들의 서정적인 민요곡(曲)이 되어 들려온다. 맑은 아침 햇볕이 被寫體에 강하게 부딪히면 튀어 오르듯 다시 반사되어 對象이 강하게 浮刻된다. 그리고 살아있는 피사체는 날이 서서 가슴에 각인되어 그리움으로 남는다. <계속>

김규만
서울 은평구 굿모닝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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