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승 칼럼] 남북관계와 한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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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승 칼럼] 남북관계와 한의학
  • 승인 2008.04.25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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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명박 정부에서 과거 정권과는 다른 강경한 대북정책을 표방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복지부 등에서 2007년부터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 이행에 관한 제1차 남북총리회담 합의서’에 근거해 진행되던 남북보건의료협력사업 중 한의학 분야(합의문 제3조 4)에도 먹구름이 낄 전망이다.

과연 북한의 한의학(동의학)은 어느 정도의 수준일까? 필자는 지난 3월 말 국내 보건분야 관련 NGO 단체를 통해 평양에 있는 종양연구소와 평양의대 안질환 전문센터 등을 참관하고 돌아왔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자본주의의 일방적 승리라는 판단이다. 모든 연구에는 예산이 필요한데 당장 먹고사는 문제에 급급한 상황에서는 연구가 진행되기 어렵다는 뜻이다.

우선 수술실만 하더라도 남측의 도움이 없이는 돌아가기가 어려운 실정이고 링거 등에 대한 생산을 하지 못해 항암치료 등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것들이 해결이 안 되는 상황에서 동의학에 대한 연구는 한갓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하물며 북한 내에서 선택받은 도시라는 평양이 그럴진대 다른 지역의 수준은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민족적 자긍심을 가지고 자본이 중심이 되는 현대의학을 대신하여 대중의학으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은 엿볼 수 있었으나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을 너무도 절실히 경험하였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그나마 최근 들어 정부집행 예산배정들이 늘어감에 따라 한의학 관련 대형과제들이 진행되고 연구의 명맥을 유지하나 아직 미국 등 선진국 및 국내 양방의 실정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아무리 훌륭한 기술을 가지고 있더라도 이것이 현실에 맞게끔 포장되지 않는다면 점차 경쟁력을 잃어버리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분명히 북한에도 동의학을 기본으로 한 좋은 치료기술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진보적인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자본을 만나지 못하고 출판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될 때는 점차 사멸되는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우리 한의사들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인가? 가장 시급한 것은 정부출연기관(한의연, 부산대 한의전 등)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다. 현재 설립되어 있는 곳이 제대로 돌아가고 훌륭한 성과를 내지 않는다면 차후 지원규모의 확대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연구에는 대응자금이라는 것이 있다. 정부에서 얼마를 줄 테니 너희도 성의를 표시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라는 의미이다. 협회에서는 물론 많은 일들이 있겠지만 그래도 회원들에게 이러한 내용들을 홍보하여 내부적으로도 한의학 관련 정부출연기관들을 지속적으로 지원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한다.

이러한 노력들이 없을진대 미래 한국한의학은 북한의 뒤를 쫓아가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향후 민간의료보험제도 등이 시행되게 되면 보험회사에서 제일 먼저 요구하는 사항이 바로 치료근거이다. 이러한 근거체계 확립 작업을 과연 로컬에 있는 한의사들이 개별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인가? 굳이 연구를 위한 연구라고 볼 것도 없다. 우리가 한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이 시대에 적응하고 살아남아 앞으로 나가기 위해서 바로 연구가 필요한 것이다.

당분간은 남북간의 한의학 교류사업이 활발히 진행되지는 못할 전망이다. 하지만 나중에라도 북한에 존재하고 있는 동의학의 치료기술들을 수용하고 통합된 민족의학으로 발전시켜 나가려면 우리부터 먼저 국내의 한의학을 발전시켜 자본이 투입될 수 있는 일정한 고지를 점령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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