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當歸’ 명칭 개정 한의협이 나서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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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當歸’ 명칭 개정 한의협이 나서 제동
  • 승인 2007.12.14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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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제제 안·유심 재 심사 우려” 이유
원전 당귀·독활·강활 수입 여전히 불가능

당귀·독활·강활 등 기원이 문제되는 대표적인 약재 명칭 앞에 ‘韓’자를 붙여 대한약전을 개정한다는 계획이 보류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당귀·독활·강활을 ‘韓당귀’ ‘韓독활’ ‘韓강활’로 명칭을 바꾸고, 대한약전외한약(생약)규격집에 황제내경 등 한의학 원전에서 지칭하는 기원 한약재를 수재하려던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639호 주요뉴스란 약재 참조 - ‘韓當歸’ 개칭, ‘중국 당귀’ 수재는 보류>

한약규격집에 ‘中’자를 붙여 중당귀·중독활·중강활 이라는 항목을 신설해 약재를 분리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처방에 들어가는 약재의 명칭이 바뀌는 등 한의학에 대한 정체성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 한의계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지경에 놓이게 된 것이다.
한의학 원전과 기원이 맞지 않은 한약재의 명칭을 바꾸자는 방침을 정하면서 어느 정도의 반발은 예상됐었다.

국산 한약재 사용 물량으로 볼 때 당귀는 인삼과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한국생약협회에 따르면 당귀 재배농가는 1500곳에 이르며, 재배면적도 750ha에 달한다. 그런데 현재의 당귀(참당귀: Agelica gigas)가 ‘韓당귀’로 명칭이 바뀌고, 중국당귀(Agelica sinensis)가 ‘당귀’라는 명칭으로 수입돼 들어오면 판로에 많은 어려움이 뒤따를 것은 분명하다. 당연히 반발이 뒤따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한의계 내에서도 당귀의 기원이 완전히 정립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이와 관련해 기존 당귀(A.G.)가 한당귀로 바뀌면 11개 기성한약서에 수재돼 안전성·유효성 시험 없이 한약제제로 나온 의약품들이 시험절차를 다시 거처야 할 것을 우려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당초 약전개정이 ‘당귀’라는 약재명에 ‘A.G.’, ‘A.S.’를 모두 포함하는 방향으로 추진됐어야 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하지만 ‘補血’제인 ‘당귀’(A.S.)와 ‘活血’제로 평가되고 있는 참당귀(A.G.)를 동일한 약재로 규정하는 것이 무리라는 지적이다.
대한본초학회 김인락 회장은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은 과거에는 어쩔 수 없이 기원이 다른 약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지만, 현재 기성의학서에서 지칭한 약 대신에 다른 것을 사용한다는 것은 임상에서 효과는 있었다고 해도 객관적으로 인정되기 어렵다”며 “고려시대부터 당귀로 써 왔다고 이를 고집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전을 만들어내고, 그 근거에 의해 약을 활용할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의원에서 사용하는 한약재에서는 당귀의 지표물질이 설정돼 있지 않지만 한약제제는 일본의 기준을 따라 데쿠르신 함량이 5.9% 이상 돼야 한다. 중국 당귀는 3%에도 미치지 못하므로 둘은 완전히 다른 약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한의협 관계자가 ‘당귀’가 ‘한당귀’로 명칭이 변경됐을 경우 11개 기성한약서 수재 한약제제에 대해 다시 안전성·유효성 심사를 받아야 할 것을 우려하고 있지만 이는 명분이 부족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청 관계자가 현재 유통 중인 한약제제는 ‘동의보감’ 및 ‘방약합편’을 근거로 품목허가가 나간 것이기 때문에 제제에 들어가는 ‘당귀’ 역시 ‘한당귀’로 바뀌는 것이 당연하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당귀’로 환자들에게 투약해왔던 게 ‘한당귀’로 바뀌면 한의계에 불신을 가져올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 한의협이 반대 입장을 나타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던 과거의 행태를 방치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주로 중국 감숙성 일대에서 재배되고 있는 당귀는 지리적인 여건상 오지여서 매우 귀한 약재였다. 당귀를 구하기 어려워 중국에서도 ‘자화전호’를 오래전부터 대신 사용해 왔고, 동의보감에도 ‘숭엄초’라는 명칭으로 수재돼 있다. 하지만 동의보감이 황재내경 등 한의학 원전과 체계를 달리하는 것이 아닌 이상 ‘당귀’는 ‘A.S.’여야 한다는 게 본초학계의 중론이다.

중국에서 羌活은 산형과 강활(Notopterigium incisum Ting)과 寬葉羌活(N. forbesii Boiss), 川羌活(N. franchetil Boiss)의 근경을 사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재배되지 않아 강호리(Ostericum Koreanum)를 대용하고 있다. 독활도 중국에서는 重齒毛當歸(Angelica pubescens)를 정품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두릅나무과 독활(Aralia continentalis)로 규정하고 있다. 공정서의 기준이 다르므로 원전에서 지칭하는 당귀, 강활, 독활 등의 약재는 수입돼 들어올 수 없다.

민족의학신문 이제민 기자 jemin@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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