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쓰고 있던 桂枝는 《傷寒論》의 桂枝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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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쓰고 있던 桂枝는 《傷寒論》의 桂枝가 아니다
  • 승인 2007.12.07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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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껏 저는 《傷寒論》의 桂枝湯 條에 나오는 桂枝라는 藥材 아래의 ‘去皮’라는 글자는 잘못 들어간 衍文이라고 배웠습니다.
학교에서도 그렇게 배웠고, 혼자서 읽고 터득하였던 《醫宗金鑑》이라는 책에서도 마땅히 刪削하여야 한다고 하여서 그런 줄 알고, 《傷寒論》 책의 桂枝湯 아래에 《醫宗金鑑》의 글을 인용한 메모까지 해 두었습니다.
지금은 몰라도 아마도 제 年輩 이상의 한의사 선생님들은 다들 그렇게 배우고 알고 계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去皮’라는 글자가 衍文이라고 보기에는 《傷寒論》에 너무나 많이 보인다는 것에 늘 찜찜한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는데, 近間에 《本草綱目》을 정밀하게 읽어보고 나서는, 여러 가지 ‘桂’는 모두 ‘桂’라는 나무의 樹皮를 사용하는 것이지만, 여러 醫家들이 그 樹皮를 다시 ‘粗(추)皮’와 ‘肉’으로 나누어 부르고 있고 ‘粗(추)皮’는 또 간혹 그냥 ‘皮’라고만 일컬어지기도 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傷寒論》에서 사용되던 桂枝는, 《本草綱目》에 실린 歷代 醫家들의 다양한 기록과 《傷寒論》의 ‘去皮’라는 말에 依據해 본다면, 지금 유통되고 또 사용하고 있는 桂枝가 아니라 지금 유통되고 있는 桂皮와 같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桂枝去皮”라고 한 것은 樹皮인 桂를 사용하되 樹幹이 아닌 樹枝의 것을 사용하고 그것에서 粗皮를 제거하고 사용하라는 뜻이었던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말을 간략히 요약하여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도표 참조>

1. 《傷寒論》의 桂枝湯 條 밑에 보이는 “桂枝去皮”의 “去皮”는 지금껏 衍文으로 알고 있었는데 衍文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2. 지금 여러분이나 필자가 ‘桂枝’라는 藥材를 주문했을 때 배송되어 오는 ‘桂枝’는 《傷寒論》에 나오는 ‘桂枝’가 아니다.

3. 敎科書와 藥典이 현재와 같은 상태인 지금 당장 《傷寒論》에서 “桂枝去皮”라고 했을 때의 “桂枝”를 사용하시려면, 지금 桂皮라는 이름으로 유통되고 있는 藥材를 시켜서 粗皮를 제거하고 사용하면 된다.

4. 《傷寒論》의 “桂枝”는 “‘桂’ 또는 ‘牡桂’라고 알려진 나무의 樹皮인 桂 중에서 樹幹이 아닌 樹枝의 것”을 가리키고, 지금 유통되고 있는 桂枝처럼 가지 전체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去皮”하고 사용하라고 하였던 것이다.

5. 지금 “桂枝”라는 이름으로 유통되고 있는 藥材는 <宋>나라 때 《本草別說》이라는 책을 지은 <陳承>이라는 분이 “柳桂”라고 부른 藥物이다.

<이와 관련된 《本草綱目》의 자세한 내용은 너무 방대하여 신문지면에 싣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으므로 생략함 - 편집자 주>

‘桂’라는 글자가 ‘木’과 ‘圭’로 이루어진 것은 ‘桂’의 잎이 일반적인 잎의 모양과는 다르게 잎맥의 줄기가 홀(圭)의 모양처럼 세 갈래로 되어 있는 독특한 모양이라서 ‘圭’와 ‘木’을 합하여 만들어진 이름이고, 《爾雅》라는 古書에서 ‘桂’를 일러 ‘침’이라고 한 것은 能히 다른 나무를 侵犯하여 해쳐서 ‘桂’의 주변에 다른 나무들이 자라나지 못하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라고 합니다.

글을 다 쓰고 나서야, 윤성중 박사님이 AKOM 통신망에 올려주신 민족의학신문 기사의 글을 통하여 동의대 김인락 교수님께서 이미 ‘桂心’을 사용하여야 한다고 말씀하신 글이 있다는 것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오래 전에 학교에서 이런 《本草綱目》의 내용을 소상히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이 계셨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지금이라도 이런 내용을 알 수 있게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이번 기회에 공부가 부족한 것에 대하여 반성도 많이 하였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상용 한약재에 관한 것만이라도 《本草綱目》의 글을 좀 더 자세히 읽어 볼 생각입니다.
이전에 人蔘이나 蘭草 茶 등에 관한 《本草綱目》의 글을 읽을 때도 모르던 내용을 많이 알게 되었었는데, 이번에는 더욱 더 이 책을 연구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AKOM 동의학당의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적어서 민족의학신문에도 소개해 드리오니, 심사숙고하여 약재를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本草綱目》의 그 글들을 읽은 이후로는 모든 桂枝를 桂皮로 대체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소재진(서울 소재진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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