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의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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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 광장
  • 승인 2007.10.12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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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선생님 vs 분단마을의 ‘잘못된 만남’

10월 첫 주에 남북정상회담이 7년 만에 성사되었다. 북한으로 가기 위한 노무현 대통령의 육로 방문 모습이 생중계되면서 국민들은 다시 열린 북한의 생생한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7년 전에 이미 경험했었던 일이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그 때보다는 좀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통령이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는 장면만큼은 울컥하는 감정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별 것 하나 없는 선 때문에 그동안 가족들끼리 생이별을 해야 했고, 북녘에 고향을 둔 사람들에게 갈래야 갈 수 없는 땅으로 만들어 버렸었는데 그 선을 가볍게 건너가는 대통령 내외의 모습에서 감동과 허탈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2000년에 있었던 남북정상회담은 영화계에도 큰 변화를 일으켰다. 1999년 <쉬리>가 북한의 모습을 이전의 영화처럼 반공(反共)의 이미지가 아닌 한민족의 개념으로 표현하면서 센세이션을 촉발시켰고, 그 이후 정상회담과 남북경협 등의 정치적, 경제적인 변화를 바탕으로 북한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영화들이 연이어 나오게 되었다. 그로인해 이러한 영화들을 보고 자란 세대들에겐 북한이라는 나라가 적대시되는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가까운 친척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경향들이 많은 편이다.

강원도의 작은 마을 청솔리의 분교에 오랜만에 새로운 선생님이 부임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곳에 부임하기로 한 진짜 선생님 장근(류승범)은 부임 도중 지뢰를 밟게 되면서 멈춰있게 되고, 우연히 마을을 지나던 ‘삼청교육대’ 출신의 공영탄(임창정)이 선생님으로 자리 잡는다. 그러던 어느 날 공영탄은 우연히 마을 이장(임현식)과 그의 처제 선미(박진희)의 은밀한 현장을 목격하게 되고,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청솔리 주민들의 약점을 하나 둘씩 잡아내기 시작한다.

<만남의 광장>의 첫 장면은 동네 주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철책선을 만드는 미군들을 도와주다가 그 철책선이 휴전선이 되어버려 생이별을 하게 되는 장면으로 이러한 상황들을 매우 코믹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영화가 어떻게 진행 될 것이며, 영화 속 인물들이 쉬쉬하는 비밀이 무엇인지를 암시한다. 영화 홍보는 남북한의 모습보다는 배우들의 코믹한 연기에 초점이 맞춰져있었지만 이 영화 역시 남북한의 관계를 한민족의 개념보다 더 작은 단위인 가족이라는 상황으로 그리면서 단순히 그어진 선 하나로 인해 완전히 다른 나라에 살아야 되는 남북한의 아이러니한 모습을 은유하고 있다.

하지만 감독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여기서 더 나아가지 못한 채 1980년대의 엄혹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희화화 시키면서 감상적인 통일 논리를 앞세우게 된다. 그러다보니 영화 속 에피소드는 너무나 헐겁고, 연기 잘 하는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어색함을 느끼게 한다. 그나마 전체적인 이야기와는 별도로 진행되면서 중간 중간 등장하는 류승범의 모노드라마가 최근 본 한국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는 장면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지루해지는 영화의 내용을 어느 정도 커버해 준다. 이처럼 <만남의 광장>은 아쉬운 점이 많은 영화이지만 정말 남북한이 통일이 된다면 어떨까라는 궁금증과 더불어 남북한 통일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해주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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