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2006년 영화계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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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2006년 영화계 빛과 그림자
  • 승인 2007.01.19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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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의 한국영화를 한 마디로 정리한다면 ‘빛과 그림자’라고 말하고 싶다. 천만 관객을 동원한 한국영화가 두 편이나 나왔고, 당분간은 깨기 힘들 거라 예상하던 흥행기록이 연이어 경신되었고, 한국영화의 제작편수가 크게 증가하는 등 계속해서 발전하는 한국영화의 화려한 빛이 유난히 밝은 한해였다. 반면 소수의 블록버스터 영화는 스크린을 독차지하고 큰 수익을 냈지만, 대다수의 영화들이 극장에서 몇 날 상영도 못하고 제작비 회수도 어려울 만큼 그 그림자도 짙었다.

2006년 상반기에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왕의남자’는 뛰어난 작품성만으로 많은 관객을 동원한 한국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작이라 생각한다. 그동안 관객동원 기록을 경신한 작품들을 보면 남북문제를 다룬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처럼 남북문제를 다루었거나, ‘친구’처럼 상영 당시의 사회적 이슈와 맞물려서 영화 외적인 도움을 받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왕의남자’는 처음부터 많은 스크린을 확보한 영화도 아니고, 이렇다 할 스타배우를 기용한 것도 아니었다. 우리민족 고유의 문화가 녹아 있는 사극이어서 더욱 자랑스러운데, ‘왕의남자’의 놀라운 흥행기록이 한국영화 스크린쿼터 축소의 빌미를 제공하였다는 것은 씁쓸한 아이러니이며 또한 안타까운 그림자이다.

여름에 극장가에 나타난 ‘괴물’은 무서운 속도의 흥행돌진을 하더니 급기야 한국영화 관객동원 신기록을 경신하였다. ‘괴물’은 영화에 대한 호불호(好不好)가 엇갈릴 수 있는 장르영화이기 때문에 그토록 많은 관객을 만날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었다.
‘살인의 추억’ 이후 봉준호 감독에 대한 기대와 칸느영화제에서의 극찬으로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지만 괴수영화, 호러영화가 일반 관객들이 꺼려하는 마이너장르이기에 더욱 놀랍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화려한 볼거리에만 치중하고 스토리는 부실하여 무뇌아 소리를 듣기도 하는데, ‘괴물’은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미국에 대한 비틀기와 환경문제, 가족 간의 사랑 등을 적절하게 버무려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차별화된 영화였다. 보는 사람마다 괴물에 대한 다른 해석을 내놓아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다.

그러나 ‘괴물’이 너무 많은 스크린을 독차지하여 달리 볼 영화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괴물을 관람한 관객도 많았을 거라 생각한다. 이에 대한 김기덕 감독의 발언도 있었고 시사토론 프로그램에서 토론이 이루어질 만큼 많은 화제를 모았다. 인기 있는 영화에 많은 스크린을 배정해서 높은 수익을 얻고자 하는 극장 측의 주장도 일리가 있지만, 영화는 문화상품이기에 경제적인 측면만을 고려해서는 안될 것이다.

‘왕의남자’, ‘괴물’의 흥행에는 우리민족의 획일성도 일정 부분 작용하였을 것이다. 남이 하면 나도 하고 싶은 욕구는 휴대폰, 인터넷, 교통카드처럼 긍정적인 결과를 낳기도 하지만, 다양한 문화가 골고루 자리 잡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새해에는 한국영화가 ‘괴물’과 함께 ‘천하장사 마돈나’도 공존할 수 있는 건강한 영화판으로 거듭나기를 기원한다.

김호민(서울 강서구 늘푸른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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