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의료봉사기(上) - 이세규(아름다운P&S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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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의료봉사기(上) - 이세규(아름다운P&S한의원장)
  • 승인 2003.03.18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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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에 한의학을 전파하다

사진설명-쉴새없이 밀려드는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필자.

이번 미얀마 의료봉사는 2002년 12월 김성호 보건복지부 장관이 WHO 사무총장에 출마한 이종욱 박사에 대한 지지를 요청하기 위해 미얀마를 방문한 자리에서 미얀마 보건부 장관이 한의학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면서 양국간의 전통의학 교류를 희망해 갑자기 추진하게 됐다.

WHO 사무총장은 이사국의 투표에 의해 선출되는데, 미얀마는 서태평양 지역 이사국의 하나로, 이번 WHO 사무총장 선출에 중요한 1표를 행사한다고 한다.

◆ 세 마리 토끼

결국 KOMSTA는 고유의 목적 외에 세계보건기구 중심에 한국인을 진출시키는데 중요한 역할까지 해야하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이번 의료봉사에 출정을 한 것이다. 비록 시간이 촉박해 준비가 소홀한 면이 없지 않았으나 미얀마 국민에 대한 의료봉사와 양국간의 우호증진, WHO내 한국의 위상 강화라고 하는 세 가지 목적을 모두 충족시키기 위해서 KOMSTA 42차 봉사단원(단장 이상운) 19명은 1월 18일부터 25일 까지 일정으로 미얀마로 향했다.

이번 미얀마 양곤에서의 의료봉사는 현지 전통의학 병원에서 이뤄지므로 미얀마 전통의사에 대한 한의학 교육이 자연스레 이뤄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여정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인천 공항을 출발, 방콕을 경유해 미얀마 양곤 공항에 도착하기까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척척 들어맞는 것이 어째 예감이 좋다.

주 미얀마 한국 대사관 강호증 서기관의 안내로 약품 통관과 입국절차는 너무나 간단하게 끝났다. 이후로도 대사관의 적극적이고 헌신적인 도움은 미얀마 의료봉사에 커다란 도움이 됐다.

SEDONA 호텔에 들어서 방 배정을 끝내자마자 우리 일행은 한국 식당으로 향했다. 강 서기관은 미얀마에 대해 우리나라와 교역량이 어떻고, 경제 수준은 어떻고, 정치 상황은 어떤지…. 우리 교민은 약 1천여 명이 있으며 우리나라와 경제 수준이 워낙 차이가 나고 미얀마의 인건비가 싸므로 주로 봉제업을 하는 사업가들이 진출해 있다고 했다.

◆ 진료 첫째 날

오늘 하루 예약된 환자는 500 명이란다. 4개의 진료실이 있으니 한 진료실에 배정되는 환자 수는 대략 120명. 한의사 1인당 40~60명을 진료해야 한다.

미얀마의 전통 의학 병원인 Traditional Hospital. 이미 도열해선 병원직원들, 앞마당을 가득 메운 환자들, 2층 창틀에 매달려 밖을 내다보는 입원환자와 간호사들, 갑자기 분주해지는 방송사 카메라 기자들.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한다.

간단한 개소식이 끝나고 직원들의 환영을 받으며 병원으로 들어서니 책임이 더욱 막중해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가운을 지급 받고, 녹색 진료가방을 들고 서둘러 진료실로 향한다.

제 3 진료실에는 이미 12 개의 침대에 환자가 채워져 있고 대기실에도 적지 않은 인원이 밀려 있다. 아래층에서 엄격하게 통제를 하고 있음에도 시간이 지연된 관계로 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있는 것이다. 진료가방을 연다. 작은 가방에 꼼꼼히 채워져 있는 진료 도구와 약품들, 그리고 상병분류표. 비록 진료 직전에야 접하게되어 아쉬움이 크지만 10년간의 해외 의료봉사를 통해 채득한 경험이 축적되어 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하나 하나 들여다보며 이곳 환자들에게 적용할 방법을 구상해보아야 하는데 시간에 쫓겨 현지 봉사자들과 간단한 인사만 하고 곧바로 진료에 들어가기로 한다.

◆ 밀려드는 환자들

각 침대마다 배치된 간호사의 안내로 진료한 첫 번째 환자는 중풍, 두 번째 환자도 중풍, 세 번째 환자도 중풍, 네 번째 환자 역시 중풍. 이 가운데 뇌졸중에 의한 중풍 환자는 한 명뿐이다. 나머지는 中腑症인 마목불인 증상이다. 원인은 虛勞로 보인다. 먹지 못하고 더위에 지쳐 오는 증상은 아닐까? 그럴 줄 알았으면 주하병(注夏病)에 유용한 약도 가져오는 건데 …. 사전에 이 곳 사람들의 질병에 대한 파악을 명확히 하지 못하고 온 것이 후회된다.

정국 콤스타 사무국장과 김호순 단장으로부터 서둘러달라는 독촉이 계속된다. 오전에 예정된 인원을 다 봐주어야 하는데 도무지 진행이 더디다. 양곤 외국어 대학에 재학중인 통역이 한의사 1인당 2~3명씩 배치가 되었지만 역시 의사소통이 원활치 않다. 밀려드는 환자를 어쩌지 못하고 예진을 거치지 않고 진료실로 바로 안내해서 진료는 더욱 지연되고 있다. 통역 3명 간호사, 전통의사 등 총 7~8명이 침대를 에워싸고 침을 놓고 뜸을 뜨고, 몇 시간째 침대와 침대를 오가며 앉을 새도 없는데 환자는 줄어들 기미가 없다.

족히 서너 시간은 기다렸을 텐데 그들은 아무런 불평도 하지 않는다. 조용히 자기 침대에 앉아 의료진이 다가갈 때까지 묵묵히 기다리고 있다. 순서가 바뀌어도 내가 먼저라고 말하는 이도 없으며, 스님이 보이면 스님을 먼저 진료해드려야 한다고 극구 사양이다.

◆ 인기 짱 진선두 원장

이렇게 바쁜 와중에도 진선두 단원의 목소리는 계속 진료실을 울린다. 그를 둘러싼 인원은 족히 10여명이 넘어 보인다. 환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꽉 에워싼 사이로 침을 놓는 방법, 질병에 대한 설명, 생활습관 교정방법 등을 설명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역시 관록은 속일 수 없나보다. 해외의료봉사를 11번이나 다닌 그에게는 초보가 넘지 못할 벽이 있었다. 현지 간호사와 의사에게 치료 방법을 알려주고, 환자를 교육해가며 진료를 하는 그에게서 그네들은 눈을 뗄 수가 없었으리라. 아무리 어려운 병이라 해도 마음으로부터 신뢰가 생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이미 환자의 마음을 치료하는 비법을 터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지 의료인에게 정보를 준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우리 KOMSTA가 떠난 이후에도 진료가 계속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학술세미나에서는 전해줄 수 없는 실질적인 치료법을 임상을 통해 자연스레 전수해서 한국의 한의학을 뿌리내리게 한다는 의미가 있다.

실제로 그들은 일일이 꼼꼼하게 기록을 하고 있었다. 경혈의 위치나 치료법을 기록하고 있었지만 그 의미를 막연하게 짐작하는 것과 정확한 설명을 듣는 것은 크나큰 차이가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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