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의 세계화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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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의 세계화를 위하여
  • 승인 2003.03.18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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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문을 열고 세상을 바라봐야
세계화 가는 길엔 국경도, 장벽도 없다

이 세 규(대한한방병의원 경영학회 회장)

쇄국이냐 개방이냐.

우리는 한의학의 세계화를 부르짖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의료시장 개방을 염려하는 딱한 처지에 몰려있다. 지금까지 미래에 대해 능동적으로 준비하지 못하고 외부의 자극에 의해서만 대응하는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해 왔다.

한의학의 수입이 증가하자, 대체의학으로의 변신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나타나는가 하면 의료시장 개방에 맞서 이제는 세계화를 부르짖고 있다. 이미 세계적으로 한의학적 의료가 시장을 넓혀가고 있고, 포장이 잘된 한의학이 역수입되고 있는데, 아직도 준비가 덜된 우리는 허둥거리고 있다. 안으로는 문고리를 부여잡고, 밖으로 나가야한다고 소리치는 모습이 안쓰럽기 만하다.

문을 열어야만 나갈 수 있는데 문을 열면 호랑이가 들이닥칠 것만 같으니 진퇴양난이다. 대원군의 심정이 이랬을까? 쇄국이냐? 개방이냐?

그 때부터 한의학도 같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첫째는 호랑이에게 먹이를 나눠주는 것이다. 식량이 줄어들기는 하겠지만 잡혀 먹히지는 않을 것이다. 두 번째는 호랑이를 길들이는 것이다. 다른 맹수로부터 보호받을 수도 있고, 잘하면 호랑이를 타고 훨씬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도 있다. 세 번째는 호랑이를 적당히 구슬려서 내쫓는 것이다. 확실한 무기와 압도할 수 있는 눈빛이 있다면 싸워 볼 수도 있다. 다시는 접근하지 못하게 혼내줄 수도 있다. 그러나 배고픈 호랑이는 호시탐탐 습격을 노릴 것이다. 네 번째는 호랑이가 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문고리만 잘 붙들고 있으면 배고픈 호랑이는 다른 먹이를 찾으러 갈지 모른다. 하지만 가축을 잡아먹을지도 모르기에 그동안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다섯 번째는 호랑이를 잡는 방법이다. 호랑이를 손쉽게 잡을 수만 있다면 호랑이 사냥을 나갈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은 호랑이를 잡으러 가야한다고 한다. 하지만 어떻게…. 마땅한 무기가 만들어지지도 않았고, 잡으러 갈 사람도 없을뿐더러, 잡아본 사람도 없다. 굶주린 호랑이는 산을 내려와 길거리를 유유히 활보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조금은 오래된 옛날로 돌아가 보자. 노태우 대통령이 ‘서울은 세계로, 세계는 서울로’를 외칠 때나, 김영삼 대통령이 ‘세계화가 아니라 국제화다’라고 갑론을박하던 시절로 되돌아가 보자.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유럽연맹이 정식으로 출범을 하고 GATT가 지역 경제블록을 천명하고, 공산주의가 막을 내려 세계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던 시절, 한의학은 한약분쟁의 전운이 감도는 그 시절에 누구도 세계화를 말하지 않았다. 유관단체와의 격렬한 논쟁에 휘말려 흑백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냉전체제를 공고히 하느라 세계화를 위한 준비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국가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인식의 틀이 변화하던 그 때 우리는 체제를 확고히 구축하기 위해 벽을 쌓는데 열중하고 있었다. 세계 경제나 사회의 변화와는 상반되는 환경 속으로 내몰리고 말았다. 그것이 현실이었다. 미리 준비하지 못한 당연한 결과였다. 준비 없이 강요된 변화에 직면해야만 대응하는 현실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개방과 쇄국에 대한 분명한 입장이 정리되지 못했다. 어떤 부분을 막을 것이며 어떻게 열 것인가?

지금이라도 세계화를 외치는 사람에게 묻고싶다. 당장 동서(한의학과 의학)의 벽을 허물 수 있는가? 지역 경제 블록 구축에 참여할 것인가? 유관 의료와의 협력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경쟁시대의 종말에 찬성하는가?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세계화는 가능하다.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린 원동력은 동·서독의 의지만이 아니었다.
기술의 민주화로 국가간의 능력 격차가 줄어들고, 다국적 기업에 의한 생산의 민주화로 국가의 의미가 퇴색하였으며, 금융의 민주화로 자본주의 가치관이 확산되었으며, 정보의 민주화로 사고와 지식의 개방이 이루어진데 있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정보의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이로 인한 인식의 변화가 세계화의 계기이다.

21세기는 정보화 시대라고 한다. 정보화 시대의 특징은 다양화, 다변화, 국제화, 개방화이다. 규제와 통제의 시대에서 개방과 자유의 시대로, 대립의 시대에서 화해의 시대로, 권력 중심의 구조에서 네트워크 구조로, 근육의 시대에서 지식의 시대로, 분할에서 통합의 시대로 변했다. 이것이 세계화의 효과라 할 수 있다.

한의사와 한의사간에 의사소통은 원활한가?
한의사와 환자의 권력구조는 수평적인가?
한의사와 한의사 협회는 관계가 돈독한가?
한의사와 관련 업종은 협조가 잘 되고 있는가? ( 간호사, 한약사, 종사자…)
한의학과 의학의 정보교류는 활발한가?
한의사와 의사의 벽은 얼마나 낮아졌는가?
한의사 단체의 정체성은 얼마나 유연한가?
한의사의 다양한 의견을 한의학회에서는 얼마나 수용하고 있는가?
한의사협회와 한의학회는 변화에 잘 대처하고 있는가?

즉 수평적인 사고, 팀 구축, 다양한 의견수렴, 변화 추구, 유연성을 지녔느냐? 하는 것이다.

냉전시대의 대립적 사고로 세계화는 요원하다. 가족간에 대화도 없고, 옆집과도 담을 쌓고 살면서 영어만 한다고 세계화는 아닐 것이다.

의료시장의 개방이 어느 형태로든 이루어질 것을 예측하고 있지 않은가?
의학과의 교류가 빈번해 지고, 언젠가는 의료일원화가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지 않은가? 한약 분업이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더 많은 한의학 정보가 환자나 의사에게 전해질 것이라고 여기지 않는가?
보다 많은 한의학 지식을 쌓고 싶은 욕구가 늘 가슴을 압박하고 있지 않는가?
한의학 시장이 너무나 협소하다고 느끼고 있지 않은가?
서로간에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현실을 벗어나고 싶지 않은가?

그렇다면 열어야한다. 대문을 활짝 열어 젖혀야 한다. 마음의 문을 열고 세상을 바라보아야 한다. 가족(한의사)간에 대화를 늘리고 이웃(의학, 약학, 한약학…)에게도 미소를 보내야 한다. 세계화로 가는 길엔 장벽이 없다. 국경도 없다. 적군도 없고 아군도 없다. 안으로부터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생각의 문을 열어야 한다.

그리고 함께 가야한다.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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