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샘터] 할머니의 저금통장

2005-08-19     
“이거 해지해 주시구려. 우리 영감이 돌아가셨거든….”
머리가 하얀 할머니 한 분이 천천히 제 담당 창구 앞으로 걸어오시더니 허리춤에서 통장과 도장을 꺼내 내밀었습니다.

잔고가 7만 원쯤 남아 있었지만 서류가 부족해 처리를 할 수 없었습니다. 죄송하지만 서류를 가지고 다음에 다시 와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며칠 뒤 할머니가 다시 찾아오셨을 때 예금을 해지해 드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할머니는 창구에 있는 불우이웃돕기 모금함에 동전을 하나하나 넣기 시작했습니다.
동전을 다 넣은 할머니는 다시 천 원짜리를, 이어 만 원짜리 지폐도 한 장 한 장 모금함에 넣었습니다.

왠지 모른 척하고 있을 수가 없어 “할머니, 너무 많이 넣으시는 것 같은데…” 하고 말끝을 흐리자 할머니가 대답하셨습니다.
“자기 돈 이렇게 쓰는 거 알면 우리 영감이 좋아할 거야.”

<월간 ‘좋은 생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