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로컬의 전문의 진입반대” 불변

2004-12-17     
비전공의, “로컬에서 전문의 차별적 지위 없애야”

올바른 한의사전문의제도 정립을 위한 2차 토론회가 지난 14일 서울 이화동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약칭 청한) 강당에서 열렸으나 원론적인 문제에 머물러 현실적인 대안을 도출하는 데는 한계를 보였다.

‘올바른 한의사 전문의제도 정립을 위한 범한의계 공동 대책위’가 주최한 이날 토론회는 정연만 청한 정책국장의 사회로 청한의 박용신 부회장과 송용훈 대한공중보건한의사협의회(이하 대공협) 회장이 발제한 것을 최방섭 대한개원의협의회 사무총장과 조현철 대한한방전공의협의회 정책국장, 서정복 전국한의과대학학생회연합 의장, 조혁태 전한련동우회 회장 등이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발제단계에서부터 난항을 예고했다.
박용신 발제자는 한의학이 병원 중심으로 발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운을 떼 전문의제 개선을 현실적으로 접근하는가 했으나 로컬 한의사의 전문의 진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 병원 중심의 전문의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송용훈 대공협 회장도 ‘올바른 한의사전문의 제도 정립을 위한 공대위 논의방향에 관한 로드맵’이라는 제하의 발제에서 ‘한의학 발전과 국민의 건강권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면서 원칙론을 견지했다.

이에 따라 이날의 토론은 수련 규정의 문제점, 병원 중심의 전문의 교육체계의 한계와 극복방안, 병원과 로컬의 역할분담, 로컬의 전문의 진입문제, 합의위반자에 대한 제재문제 등의 순서로 전개했다.

대체로 논의는 비전공의가 전공의에 질문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첫 번째 공방은 병원지정기준으로 삼고 있는 외래환자 수가 적정하느냐는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졌다.
비전공의측은 “양적, 질적 기준이 상향조정돼야 한다”고 공세를 취한 반면 전공의측은 “99년안이 잘못됐다는 근거가 뚜렷하지 않다”고 맞섰다.

논란이 계속되자 전공의측은 “각과마다 기준이 부족하면 인정하겠지만 수련병원 기준이 낮다고 하면 수긍할 수 없다”면서 “기준이 변동돼야 한다는 객관적 근거를 대라”면서 피해나갔다.

관심을 모았던 로컬의 전문의 진입문제와 관련해서는 전공의측이 “경과조치가 결국 다수배출로 흐를 것이라고 보아 로컬의 전문의 진입을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 데 비해 비전공의측은 “졸업기준으로 제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반박했다.
이날 논의는 결론적으로 ‘전문의는 병원시스템에서 유효해 로컬에서의 전문의 역할은 의미가 적다’는 식으로 정리된 모양새가 됐다.

따라서 경과조치를 주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보다는 전문의가 가지는 파급력 내지 차별적 지위를 어떻게 통제하느냐 하는 문제에 귀착됐다.
결국 수련요건을 강화하고, 전문의의 로컬 표방 금지 등 개원가의 불안감을 조장하는 문제만 해결되면 개원의의 전문의 취득 욕구는 해소된다는 논리로 이어졌다.

이런 주장은 다수배출을 전제로 개선안을 마련하려는 한의협의 입장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토론 결과는 곧바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방청객으로 참석한 장욱승씨(경기 남양주시보건소)는 “소수배출로 한의학이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면 다수에게 기회를 주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병원중심적 소수배출론의 한계를 꼬집었다.

박왕용 한의협 학술이사도 토론 결과에 불만을 나타냈다.
박 이사는 “병원에서만 근무하는 전문의제도는 상상속의 전문의제도”라고 비판하면서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개원가 개방이나 표방문제 등에 대해 현실감각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일선 한의사들도 기대가 실망으로 변한 모습이다. 토론 결과를 전해들은 대구의 한 한의사는 “처음부터 원칙론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방법의 하나지만 괜히 시간만 끌다 유야무야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스런 반응을 나타냈다.

토론결과에 대한 비판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소속 단체간 주장의 차이를 분명하게 확인했다고 자평하는 공동대책위는 다음 토론회에서는 가급적 세부 쟁점 한두 개를 선정해 논의의 불씨를 살려나가기로 의견을 모아 특별한 대안이 없는 한의계로서는 다음 토론회를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승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