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의료서비스와 케이오스 - 정종미

2004-12-03     
식품과 한약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고, 한의사의 진료영역은 계속 움츠러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수의 한의사가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이나 약사법 위반 등으로 처벌을 받을지도 모르는 형편에 처했다. 이에 대한건강기능식품학회 정종미 회장의 생각을 들어 본다. <편집자 주>

우리 한의사들은 환자들을 진료하고 한약을 처방한다. 이것은 수 천년 동안 전통적으로 내려온 누구도 의심하지 못할 권한이다. 최근에 들어 이러한 한의학 의료서비스의 고유 권한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것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국내의 법(식품위생법, 약사법, 의료법 등)으로 제한 받기 시작한 것이고 또 하나는 국제자유도시에 도입되는 초법적인 외국병원의 진료영역에 포함되어 있는 대체의학의 영역과 제형을 변화하여 도입되는 기능성 식품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한의사가 환자를 개별적으로 진찰하고 처방하고 조제하는 절차를 따르지 않고 식품을 만들어 시판하거나 약품을 제조하여 시중에 내어놓으려면 식품위생법과 약사법에 따라야 한다.

■ 축소되는 한의사 처방권

이제 수 천년 동안 누려온 권한은 병원 내에서 그것도 한사람의 환자에게만 처방해야 하는 축소된 권한으로만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빠지기 쉬운 유혹은 한 개인에게 처방하는 것을 더 많은 사람에게 적용하고 싶다는 것이며 한 개인에게 처방하는 한약의 효능이 좋고 그것이 비방이라면 많은 사람들에게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가고, 이에 따른 판매수익도 기대되어 진다는 것이다.

자신이 조제한 약이나 식품이 많은 사람들에게 그 효능으로 입과 입으로 퍼져나간다면 이것보다 더 효율적인 마케팅 방법은 없다. 여기서 한 가지 빠뜨리지 말아야 하는 요소가 있다.

효율적인 마케팅에 영향을 주는 몇 가지 요소 중 언급하고 싶은 것이 바로 법(法) 이다.
법은 한 상품의 마케팅 계획을 만들 때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요소이다. 이러한 법을 어기고 한 상품(의료상품이나 식품)을 시장에 내어놓는다면 결국은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우리 한의사들이 한약을 다양하게 제형화해 상품화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난관이 많다. 그렇다면 식품을 상품화하는 것인데 이 부분은 크게 어렵지 않다. 그러나 한약을 다루어온 한의사로서 한 식품을 포뮬레이션하여 시장에 내어놓으려면 사전에 알아야 할 내용이 너무도 많다. 식품은 식품이므로 식품의 효능을 약품처럼 광고하지 못하는 부분도 그렇고 마케팅 하는 부분도 그렇고 모두가 우리 한의사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분야이다.
건강기능식품도 판매를 하는 것이지 처방을 하는 것이 아니다. 칼을 잘 사용하면 유익한 이기가 되고 잘못 사용하면 손을 베고 사람을 해한다.

국제자유도시에 외국병원이 들어오면 그곳에서 진료 받는 내국인들은 우리가 지금까지 우리 한의사들이 시술해온 진료와 치료의 영역을 영어명으로 바꾸어서 시술 받고 치료받을 것이다. 암 치료를 하기 위해 방사선 치료나 수술을 하지 않고 우리가 처방하고 있는 한약제제와 식이요법으로 치료효과를 거두는 걸 본다면 우리는 아마도 아연실색할 것이다.

■ 혼란의 시대 새로운 권한 찾아야

한의계에 혼란이 들이닥치고 있다. 다양한 시장의 변화를 따르지 못하는 법과 무지와 오해에서 비롯된 상황 인식이 이를 더하고 있다. 수 천년 동안 전통적으로 내려온 환자를 진찰하고 처방해 한약을 조제하는 누구도 의심하지 못할 우리의 권한을 흔들어 대는 혼란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새로운 질서와 권한을 찾아 우리는 콜롬버스처럼 용기 있는 항해를 시작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대한건강기능식품학회장
경기 평택 제너지한의원장